사례 : B양(18세) – 대학 불합격 후 우울·자해 위험 증가
고3 시절 내내 학업에만 집중하며 지내온 B양(18세, 여)은 최근 지원한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 이후 삶의 의미가 흔들리는 듯한 깊은 절망을 경험했고, 일주일 넘게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채 최소한의 식사만 해결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친구나 담임교사의 연락도 모두 피하며 외부와의 소통을 끊어 놓았다.
아버지는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어머니는 딸의 모습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다.집안 분위기 역시 좋지 않은데, 최근 아버지가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이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가족 전체가 긴장 속에 생활하고 있다. 두 남동생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평소처럼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장난을 치고 있어, B양은 자신만 홀로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B양은 “왜 나만 떨어졌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지역 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스스로는 열심히 해왔다고 믿었기 때문에 불합격 결과가 부당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시험 문제가 잘못 출제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떠올린다. 또한 평소 자신을 무시하던 친구들이 자신을 조롱하는 상상을 반복하며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가족에게 자신이 겪는 고통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B양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믿음이 강해졌고, 어느 날 감정이 폭발하여 책을 찢고 시계와 휴대폰을 던지는 등 강한 파괴 행동을 보였다. 이어 충동적으로 커터칼로 손목을 그어 응급치료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는 더 이상 딸을 혼자 두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급히 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상담 첫 면담에서 B양은 무표정하게 천장만 바라보다가, 상담자가 그녀가 느끼는 억울함·고립감·두려움을 조심스럽게 언어화해 주자 그제야 감정이 터진 듯 눈물을 흘렸다. 이는 B양이 처음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이 이해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으로 보였다.
① 이 사례에서 내담자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이 사례의 핵심은 대학 불합격이라는 큰 스트레스 사건을 겪은 뒤, B양이 극심한 상실감과 절망감을 경험하면서 우울·고립·부정적 사고가 빠르게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나는 실패자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와 같은 비관적 신념이 강화되면서 정서 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 결과 충동적 자해 행동까지 나타난 상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험 실패의 문제를 넘어, 정서적 위기와 가족 내 지지 부족이 맞물려 악화된 심리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② 초기 상담에서 말이 거의 없고 눈물만 흘리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겠는가?
초기에는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하기보다,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괜찮아요.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도 중요한 표현이에요.”와 같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상담실이 비판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임을 체험하게 하겠습니다. 내담자가 스스로 말을 꺼낼 수 있는 리듬을 기다려주고, 비언어적 공감과 안정감을 통해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초기 목표입니다.
③ 인지행동치료 관점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인지행동 관점에서 보면 B양은 불합격 경험을 ‘나의 전부가 무너졌다’는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극단적인 자동적 사고가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나는 가치 없다”,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것이다” 같은 비합리적 생각이 감정과 행동을 강하게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가 우울과 분노를 증폭시키고, 그 감정이 자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를 탐색하고 현실기반의 대안적 관점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한 개입 과제가 됩니다.
④ 정서중심 접근 관점에서 필요한 개입은 무엇인가?
현재 B양은 사고보다 감정이 훨씬 앞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을 정확히 느끼고 표현하는 경험이 먼저 필요합니다. 상실감·억울함·수치심·두려움이 뒤섞여 있지만 스스로 그 감정을 정리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담에서는 감정 이름 붙이기, 감정의 뿌리 찾기, 억눌린 정서 표현을 중심으로 초기 개입을 진행하겠습니다. 감정이 안전하게 다뤄져야 비로소 사고의 변화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한 1차 목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⑤ 가족 체계 측면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가족은 현재 경제적·정서적으로 모두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아버지는 사업 문제로 여유가 없고, 어머니는 소극적이며 정서적 지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생들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일상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어서, B양에게는 ‘가족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다’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체계에서는 정서적 지지의 부족, 의사소통 단절, 부모의 여력 감소가 문제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판단됩니다. 부모 상담을 병행해 정서적 지지를 회복하는 환경 조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⑥ 자해 행동이 나타난 상황에서 상담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담자의 안전 확보입니다. 자살 의도·계획 여부, 충동 조절 가능성, 반복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집 안에 위험 도구가 있는지, 보호자가 내담자를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지,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등을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정서적 공감도 중요하지만, 자해가 있었던 사례에서는 무엇보다도 생명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접근하겠습니다.
⑦ 향후 상담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겠는가?
초기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잡고 있습니다. 첫째, 자해 위험을 낮추고 신체·정서적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둘째, 내담자가 느끼는 상실감과 억울함, 외로움 같은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셋째, 극단적 사고를 완화하고 실패 경험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인지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후 안정이 되면 일상생활 리듬 회복, 진로 재정비, 부모와의 소통 회복 등 중장기 목표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