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M군(16세) – 가정경제 부담과 돌봄 역할로 인한 진로 혼란
M군(16세)은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며, 평소 성실하고 조용한 성향으로 교사들에게도 신뢰가 높은 학생이다. 시험 준비나 과제도 스스로 계획해 꾸준히 수행해 왔고, 학교생활 기록부에도 특별한 문제 없이 생활해 온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지며 담임교사가 변화된 모습을 느껴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다.
M군의 부모는 학교 근처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저녁 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는 구조라 부모의 노동 시간이 길고 육체적 피로도 큰 편이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여유가 거의 없고, 부모는 가계 운영과 학비·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군은 자연스럽게 부모를 돕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방과 후에는 분식집에서 설거지, 테이블 정리, 배달 포장 등을 맡고 있으며, 때로는 부모가 피곤해 보일 때 대신 가게 문을 닫는 일도 한다. 또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의 숙제나 식사 챙김도 M군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언제나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 M군은 가족의 부담을 혼자 떠안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대학 진학 여부다. 원래는 공학 계열로 진학해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부모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부모가 가게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보니 “내가 일찍 취업해 집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이 압박은 점차 진로 혼란과 좌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생도 돌봐야 하고 가게도 도와야 하는데 내가 꿈을 꿔도 되나”라는 자책 섞인 말이 상담 과정에서 자주 나온다. 내면적으로는 대학에 대한 미련과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불안감을 드러낸다.
상담 장면에서 M군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상담자가 가정 상황과 부담감을 조심스럽게 반영해 주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이 불규칙해졌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활기가 줄어들었다. “가정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꿈을 꾸기 어렵다”는 느낌이 깊어지면서 자신감 역시 떨어지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M군은 가정경제 부담, 부모 지원 역할, 동생 돌봄 부담, 진로 불확실성, 미충족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이며, 정서적 지지와 진로 탐색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1. 이 사례에서 내담자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이 사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어려움은, M군이 가정 형편 악화로 인해 가족을 돕는 역할을 스스로 떠안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여유를 잃었다고 느끼고 있는 점이라고 보았습니다. 동생 돌봄과 분식집 일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시간이 부족해졌고, 대학 진학이라는 개인적 희망과 가족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이 커진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로에 대한 혼란과 무력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뒤섞이면서 정서적 피로가 누적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2. 초기 상담에서 내담자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 때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겠는가?
M군은 평소 가족을 위해 묵묵히 역할을 해온 만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문제 해결을 서두르기보다, 내담자가 그동안 감정을 홀로 감당해 왔다는 점을 인정해 주며 정서적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참 많은 걸 혼자서 버텨왔던 것 같다”는 식으로 내담자의 경험을 존중해 주고, 여기서는 부담 없이 이야기해도 된다는 안전감을 전달하겠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내담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라포를 형성하겠습니다.
3. 내담자의 진로 혼란을 어떻게 이해하고 상담에서는 무엇을 우선으로 다루겠는가?
M군의 진로 혼란은 단순한 진학 선택의 고민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 부담과 개인의 바람이 충돌하는 심리적 갈등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상담에서는 바로 진로 계획을 논의하기보다, 먼저 내담자가 느끼는 압박감·미안함·두려움 같은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 다음에 진학과 취업을 흑백 선택으로 보지 않도록 다양한 경로—장학금, 지역 자원, 직업계열, 전문대, 국비 지원 과정 등—를 폭넓게 탐색하면서 “선택지는 충분히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겠습니다.
4. 강점관점에서 이 사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겠는가?
강점관점에서 보면, M군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책임감 있게 가족을 돕고,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유지하려 노력해 온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동생을 돌보거나 부모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배려·헌신·인내 같은 강점을 이미 발휘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먼저 이러한 강점을 내담 본인이 인식할 수 있게 돕고, “나는 부족하다”가 아니라 “나는 이미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겠습니다. 이 강점을 바탕으로 진로 선택에서도 현실을 감당해내는 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개입하겠습니다.
5. 가족체계 관점에서 이 사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가족체계 측면에서는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의 과중한 노동으로 인해 역할 분배의 불균형이 생긴 상태라고 이해합니다. 부모는 생계를 책임지느라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고, 그 공백을 M군이 대신 감당하면서 부담이 커진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청소년이 자신의 욕구보다 가족의 필요를 우선하게 되며, 그 결과 진로 선택이 ‘가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부모와의 소통을 개선해 M군의 부담을 완화하고, 정서적 지지 환경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부모 상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6. 내담자가 보이는 정서적 피로와 무기력감을 어떻게 개입하겠는가?
내담자의 무기력은 오랜 기간 책임을 혼자 감당하면서 감정 표현의 기회가 부족했던 결과라고 이해합니다. 따라서 우선은 내담자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일상 속에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자기효능감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개입하겠습니다. 또한 휴식·자기돌봄 시간 확보, 스트레스 관리 방법 등 실질적인 생활 조정을 통해 정서적 에너지를 조금씩 회복하도록 돕겠습니다.
7. 상담의 단기·중장기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겠는가?
단기 목표는 내담자가 느끼는 부담과 감정을 정리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한 진로를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와 지원 체계를 함께 탐색해, 내담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장기 목표는 내담자가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진로 계획을 세우고, 가족의 기대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가족 내 역할을 건강하게 재조정하여, 가족을 돕는 것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장기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