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05: A군(17세, 남)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으로, 학교 내에서 ‘짱’으로 통한다. 학교 지각이나 결석이 없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으며 리더십과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친구들이 싸우면 직접 중재하거나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학생들을 불러 경고하는 등 ‘학교폭력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 덕분에 교사들로부터도 “책임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군은 어릴 적부터 다니던 태권도 학원에서 4단의 실력을 갖추었고, 또래들 사이에서도 싸움 실력과 의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방과 후에는 종종 학원을 빠지고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나서며, 때로는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 친구를 괴롭히면 직접 가해학생을 찾아가 맞서거나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다. A군은 이러한 행동을 “친구를 지키기 위한 의리”라며 정당화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 동생과의 갈등이 심하다. 동생이 자신을 ‘깡패’라고 비웃거나, 자신이 한 일을 아버지에게 고자질하겠다고 위협하면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몇 차례 동생을 때린 적이 있으며, 그때마다 아버지로부터 심하게 맞고 외출금지 처분을 받았다. 아버지는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며 성격이 다소 거칠고 훈육 방식이 폭력적이다.
최근에는 같은 학교 3학년 학생이 자신을 “관종”이라며 무시하자 폭행 사건으로 번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일주일간 출석정지 처분을 받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10시간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A군은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저쪽이 먼저 무시했다”고 말한다.
A군은 겉으로는 리더십 있고 의리 있는 학생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분노조절의 어려움, 타인에 대한 경계심, 자존감의 불안정성, 외부 인정에 의존하는 자기 가치감이 내재되어 있다.
[심리검사 결과]
1.MMPI-2 결과
타당도 척도: L(47), F(70), K(55) → ‘삿갓형 프로파일’
F(B)=73으로 다소 높음
임상척도: S(77), Pd(65), Pa(68), Ma(83)
2. SCT (문장완성검사)
“나의 친구들은 나를 항상 찾고 필요로 한다.”
“내가 정말 행복하려면 남을 위해서 뭔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나의 아버지는 좋으신 분이다. 조금 단순하고 성을 내면 무섭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남이 나를 무시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때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내담자의 주요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셨습니까?”
A군의 주요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리더십과 의리로 포장된 충동적 행동과 분노조절의 어려움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해 자신의 가치를 폭력적 행동으로 증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존감이 외부 평가에 의존하며, 무시당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안과 분노를 내면에 지니고 있습니다.
“MMPI-2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A군의 성격적 특징을 설명해보세요.”
MMPI-2 결과에서 S척도 77, Pd 65, Pa 68, Ma 83으로 나타나,
A군은 사회적 역할과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높고, 권위에 반항적이며,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한 특징을 보입니다.
특히 Ma척도 83은 활동성·충동성·에너지 과잉을 의미하며, 순간적인 분노나 자극에 즉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외향적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감정 조절이 미숙하고, 자아통제가 약한 유형으로 해석됩니다.
“A군의 가족관계가 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보십니까?”
아버지가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훈육 방식을 사용한 점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A군은 어릴 때부터 힘과 통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학습했고,
그 결과 ‘힘이 곧 정의’라는 왜곡된 가치관을 내면화했습니다.
또한 아버지에게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통해 자기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보상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담자가 초기 면담에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A군은 겉으로 자신감이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불안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훈계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비판 없는 수용적 태도로 접근하고,
“그때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구나”와 같이 의도에 대한 공감을 먼저 표현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담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점차적으로 감정 인식과 통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에서의 상담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접근이 효과적일까요?”
상담의 단기 목표는 분노와 충동 조절 능력 향상, 중기 목표는 자기인식과 감정조절 훈련,
장기 목표는 비폭력적 대인관계 기술 습득과 자기존중감 회복입니다.
접근 방법으로는 인지행동치료(CBT) 를 중심으로,
‘힘을 써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교정하고
분노 상황에서의 대처 기술을 훈련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또한 가족상담을 병행하여 아버지의 훈육 방식 개선과 정서적 지지 회복을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 진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말씀해보세요.”
A군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상담 초기에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냐”며 저항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직접적인 설득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허용하며,
상담을 ‘벌이 아닌 자기성장을 위한 기회’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폭력적 충동을 조절하기 위한 분노조절 프로그램과
또래관계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재구성 훈련을 함께 적용하겠습니다.
이 사례를 강점관점(Strength-based approach)에서 본다면, A군의 어떤 긍정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A군은 기본적으로 리더십, 책임감, 정의감, 대인관계 영향력이 매우 높은 청소년입니다.
비록 그것이 폭력적 방식으로 왜곡되어 표현되었지만, 내면에는 타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긍정적 의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에서는 문제행동보다 잠재된 강점과 긍정적 에너지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리를 지키고 친구를 보호하고 싶었던 마음”을 긍정적 가치로 인정한 뒤,
이를 비폭력적 리더십과 갈등조정 능력으로 확장시켜 자기효능감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