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021. 장애의 개념과 관점

제4장 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자립생활

1. 장애의 개념과 관점

장애의 개념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가 그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져 왔다. 과거의 장애인복지는 신체와 정신의 기능 제한을 개인이 치료하거나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장애인운동과 장애학의 발전으로 차별적인 제도와 배제적인 환경이 장애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주목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개인의 기능과 생활 환경, 사회 참여, 권리 보장 수준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관점이 널리 활용된다.

1) 장애의 개념

장애는 질병명이나 의학적 진단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측면을 가진 현상이다. 한 사람의 신체 구조와 기능에 손상이 있더라도 실제 활동의 어려움과 사회 참여의 제약은 주변 환경과 이용할 수 있는 지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장애를 이해할 때는 신체 기능, 활동, 참여, 환경 요인, 개인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는 기능과 장애가 생활 환경 속에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환경 요인을 분류 체계에 포함하였다(WHO, 2001). 이러한 관점은 장애 판정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목표와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장애는 일부 사람에게만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예외적인 상태라기보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기능 변화와 사회적 제약의 한 형태이다. 행정적인 장애 범주는 급여와 서비스를 배분하는 기준으로 필요하지만, 같은 범주에 속한 사람들의 생활 경험과 지원 필요까지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언어도 당사자의 정체성과 선호를 존중하되 개인을 진단명이나 부족한 점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원 필요를 평가할 때는 할 수 없는 일만 나열하지 말고 개인의 능력과 생활 방식, 관계망, 도움을 주는 환경 요인을 함께 확인하여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조건과 필요한 지원을 찾아야 한다.

2)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

의료적 모델은 장애의 원인을 개인의 질병과 손상, 기능 이상에서 찾고 진단과 치료, 재활을 주요 대응 방법으로 본다. 이 모델은 통증을 줄이고 건강 상태를 관리하며 보조기기나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개인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만 목표로 삼으면 사회적 차별과 환경의 장벽을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다룰 수 있다. 또한 전문가가 필요한 지원과 해결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장애인의 생활 경험과 선택이 서비스 과정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의학적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장애인의 삶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적 모델은 손상과 장애를 구분하고 장애를 개인의 몸이 아니라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내는 불이익으로 이해한다. 계단만 있는 건물, 음성안내가 없는 정보 체계, 유연하지 않은 근무 방식,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개인의 특성을 사회 참여의 제약으로 바꾸는 대표적인 조건이다. 이러한 변화는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개인의 적응에서 환경의 장벽 제거와 제도 개선으로 옮겼다(Oliver, 1990). 다만 사회적 장벽을 강조하더라도 손상으로 인한 통증과 피로, 건강 지원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의료적 지원과 환경 개선을 대립시키지 말고 당사자의 경험과 권리를 중심으로 결합해야 한다.

3) 권리 기반 장애인복지

권리 기반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을 도움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본다. 이 관점에서 복지 서비스는 선의에 따라 제공하는 도움이 아니라 존엄한 생활과 사회 참여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권리의 수단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존엄성, 개인의 자율성, 차별 금지,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 기회 균등과 접근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UN, 2006). 이에 따라 장애 정책은 보호의 양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고용, 주거, 건강, 이동, 의사 표현에서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권리 기반 접근은 장애인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설계와 평가에 참여하는 주체로 인정한다. 권리를 실제 생활에서 보장하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서비스 제공기관의 의무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필요한 편의와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동등한 참여를 막는 행위도 차별이 될 수 있으므로 합리적 편의 제공을 선택적인 배려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이해하기 쉬운 정보와 의사결정 지원을 제공하여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부당한 제한이나 인권 침해에 안전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며, 장애인복지의 성과는 서비스 제공량뿐 아니라 선택권과 참여, 관계, 안전, 권리 구제의 효과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

4) 장애와 사회적 장벽

사회적 장벽은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물리적·정보적·태도적·제도적 조건을 포함한다. 물리적 장벽에는 단차와 좁은 통로,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이 포함되며, 정보 장벽에는 자막과 수어, 점자, 쉬운 글, 대체 자료의 부족이 포함된다. 태도적 장벽은 장애인을 능력이 부족하거나 항상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사람으로 보는 편견과 낮은 기대에서 나타난다. 제도적 장벽은 획일적인 자격 기준, 복잡한 신청 절차, 부족한 지원 시간, 서로 단절된 전달 체계처럼 규칙과 운영 방식 속에 존재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지역 간 서비스 격차는 여러 장벽을 겹치게 하여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더욱 좁힐 수 있다. 접근성은 개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건을 넘어 다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새롭게 조성하는 환경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별도의 변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설계를 적용하고, 개인별 필요에 따라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접근성 보장 의무는 시설과 교통뿐 아니라 정보통신, 공공서비스, 민간이 제공하는 대중적인 서비스에도 적용된다(CRPD Committee, 2014b). 장벽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장애 유형과 생활 환경이 다양한 당사자가 접근성 점검과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하며, 개인에게 계속 적응을 요구하기보다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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