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체계
2. 커뮤니티 케어와 지역 기반 돌봄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전문적인 서비스와 일상생활 지원을 가까운 생활권 안에서 연결하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정한 급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인구와 주거, 교통, 관계망 및 서비스 자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원을 마련하는 접근이다. 이때 지역사회는 돌봄을 무상으로 떠맡는 주체가 아니라 공공의 책임과 전문인력, 주민의 참여가 결합되는 생활의 장이며, 가족과 이웃의 자발적인 도움을 의무로 바꾸지 않으면서 필요한 자원을 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1) 커뮤니티 케어의 개념
커뮤니티 케어는 시설과 병원에 집중된 지원을 가정과 지역사회로 옮겨 필요한 서비스를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자 실천 방법이다. 이는 방문진료와 가사 지원처럼 가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뿐 아니라 주간활동, 재활, 식사, 이동, 관계 형성과 위기 대응까지 포함한다. 돌봄의 목표는 단순히 시설 입소나 병원 입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일상과 역할을 유지하고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자신의 삶을 통제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서비스는 예방, 치료, 재활, 장기요양과 생애 말기 돌봄까지 끊기지 않아야 하며 상태 변화에 따라 지원의 정도와 장소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장기돌봄을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지원, 지역사회 서비스, 서비스 간 연속적인 통합과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WHO, 2021b).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돌봄’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돌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진다. 전자는 공공기관과 전문기관이 이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지역에 마련하는 것이고, 후자는 당사자와 가족, 주민조직이 서비스의 설계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다. 두 측면을 혼동하여 주민 참여만 강조하면 전문 서비스의 부족을 가족과 자원봉사자의 부담으로 떠넘길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돌봄을 권리로 보장하고 적정한 인력과 재정, 서비스 품질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지역은 생활환경에 맞게 서비스의 구성과제공 방식을 조정하여 재가서비스의 양뿐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권, 가족 부담, 위기 대응 능력과 지역 주민의 보편적인 접근성이 함께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2) 생활권 중심 돌봄
생활권은 행정구역의 경계보다 사람이 장보기, 진료, 교류와 여가 활동을 위해 실제로 오가는 일상의 공간을 뜻한다. 생활권 중심 돌봄은 읍·면·동이나 여러 동네 단위에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를 가까이 마련하고 전문서비스가 필요하면 더 넓은 권역의 기관과 신속하게 연결하는 구조이다. 실제 접근성은 집과 서비스 기관 사이의 직선거리보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지, 대중교통과 이동 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지, 경사와 계단은 없는지, 운영시간과 비용은 적절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돌봄 수요와 자원을 지도에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이동 시간, 접근을 가로막는 요인과 서비스 공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고령친화적인 지역을 조성하려면 주거와 교통, 외부 공간, 사회 참여, 정보 접근, 존중과 포용, 지역사회·보건서비스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WHO, 2007). 도시에서는 기관이 많더라도 복잡한 신청 절차와 교통의 제약으로 이용이 어려울 수 있고, 농어촌에서는 제공기관과 전문인력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지역은 인구 규모만을 기준으로 서비스 공급량을 정하지 말고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교통이 불편한 주민과 돌봄 제공자의 분포를 고려하여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기본적인 상담과 사례관리는 가까운 거점에서 제공하되 재택의료, 재활과 야간 대응은 찾아가는 전담팀이나 여러 지역이 함께 운영하는 체계로 보완할 수 있다. 서비스 운영시간은 기관의 근무 편의보다 이용자가 위험을 겪기 쉬운 저녁과 주말, 퇴원 직후를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하고, 생활권별 성과를 비교할 때에도 이용량뿐 아니라 대기 시간, 충족되지 않은 욕구, 이동 부담과 취약계층의 이용 격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3) 지역사회 돌봄생태계
지역사회 돌봄생태계는 이용자와 가족, 이웃, 보건소, 의료기관, 복지기관, 장기요양기관, 주거·고용 관련 기관과 지방정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망이다. 생태계라는 표현은 어느 한 기관이 모든 필요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 영역의 변화가 다른 영역의 부담과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식사 지원이 중단되면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퇴원 정보가 누락되면 재가서비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자원 목록만 작성해서는 협력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므로 의뢰 경로, 담당자, 공동 대응 절차와 처리 결과를 회신하는 체계를 실제 업무에 포함해야 한다. 돌봄생태계는 평상시의 협력뿐 아니라 감염병, 폭염, 재난과 가족 돌봄자의 입원 같은 위기에도 필수적인 돌봄을 유지하고 대체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돌봄생태계는 이용자를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설계와 제공에 함께 참여하는 주체로 인정하며, 당사자와 가족은 생활 속 어려움과 서비스 공백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자원 발굴, 프로그램 설계, 종사자 교육과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회의에 초 대하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충분한 정보와 발언권, 의사결정 권한 및 참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주민조직과 동료지원은 전문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관계와 일상을 보완할 수 있지만, 안전이 중요한 업무는 교육과 지도·감독 및 책임체계 없이 맡겨서는 안 된다. 이처럼 이용자와 제공자가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통합돌봄은 명확한 목표, 사람 중심의 설계, 기관 간 협력과 공동 제공이 이루어질 때 서비스의 접근성과 이용자의 수용 정도를 높일 수 있다(Conquer et al., 2024).
4) 공공과 민간의 협력
지역 기반 돌봄에서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민간기업,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경제 조직이 서로 다른 자원과 전문성을 제공한다. 공공부문은 서비스 이용에 관한 권리와 접근 기준을 정하고 재정, 지역계획, 취약계층 보호와 서비스 공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간 제공기관은 전문서비스와 기술, 유연한 운영방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영리단체와 주민조직은 지역사회와의 신뢰와 관계망을 바탕으로 드러나지 않은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협력은 단순히 업무협약을 체결하거나 기관 명단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 목표와 역할, 의뢰와 결과 회신 절차, 비용 부담과 성과지표를 문서로 명확히 정할 때 지속될 수 있다. 여러 나라의 장기돌봄 조정체계에서도 하나의 접근 창구와 지역 협력망을 통해 공공·민간·비영리 제공기관을 연결하고 이용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Kim et al., 2026). 민간기관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공공부문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지역별 공급과 서비스 질을 조정하고 관리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계약에는 인력 기준, 이용자 권리, 개인정보 보호, 사고 보고, 서비스 중단 시 인계와 성과 공개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기준을 위반했을 때의 시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수익성이 낮은 농어촌과 야간·휴일 돌봄, 지원하기 어려운 복합 사례가 배제되지 않도록 추가 재정 지원, 여러 기관이 함께 활용하는 인력과 공공기관의 직접 서비스를 조합할 필요가 있다. 기관 간 경쟁이 정보 은폐와 이용자 선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동 평가와 결과 회신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기관별 책임을 분명히 하되, 협력의 성과는 참여기관의 수나 사업 규모가 아니라 이용자가 기관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고 필요한 지원을 제때 지속적으로 받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