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정서·학교적응·또래관계와 학교폭력
온라인 관계에 의존하며 대면관계를 회피하는 청소년
고등학교 1학년 ○○은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새로운 학급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학 초기에는 옆자리 학생에게 먼저 말을 걸고 점심도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대화가 오래 이어지지 않거나 다른 친구들끼리 이미 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끼어들었다가 어색한 애로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몇 차례 이런 경험이 이어진 뒤부터는 쉬는 시간마다 이어폰을 끼고 혼자 그림을 그리며 다른 학생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반면 온라인 그림공유 커뮤니티에서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매일 작품을 공유하고 공동창작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먼저 의견을 제안하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에 조언하고 의견이 달라도 대화를 통해 조정한다. ○○은 “온라인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있고 그림이라는 공통주제가 있어서 편하지만 학교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겉으로는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지만 체험학습에서 함께 다닐 친구를 정하지 못하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했고, 조별과제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역할을 맡고 난 뒤 혼자 속상해했다.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이상하게 볼까 신경 쓰여 사람이 적은 계단에서 식사한 적도 있다. 아프거나 준비물을 놓고 와도 같은 반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학교에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걱정된다고 한다. 담임교사는 온라인 관계에만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상담을 의뢰했지만 ○○은 “저를 억지로 활발하게 만들거나 친구를 많이 사귀게 하는 상담이면 싫어요”라고 말한다. 상담자는 온라인 관계를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이 학교관계를 실제로 원하지 않는 것인지, 부정적인 평가와 거절을 예상하여 관계시도를 피하고 있는 것인지, 이러한 회피가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내담자: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 온라인 관계: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작품을 공유하고 공동창작과 상호적인 대화를 지속함
– 학교관계: 새로운 친구에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줄었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주로 혼자 보냄
– 주요 사고: “끼어들면 어색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함
– 정서적 어려움: 새로운 관계에서의 어색함과 부정적인 평가, 거절에 대한 걱정
– 회피행동: 먼저 말 걸기, 함께 식사하기, 체험학습과 도움요청을 피함
– 기능영향: 조별과제의 역할협의, 체험학습 참여, 학교 내 도움요청과 소속감이 제한됨
– 강점: 온라인에서는 자기표현과 협업, 의견조정 및 관계유지 능력을 보임
- 학교친구의 수가 아니라 ○○이 원하는 관계와 현재 회피하고 있는 관계상황을 구분하도록 돕는다.
- 부정적인 평가와 거절에 대한 예상이 학교에서의 관계행동을 어떻게 제한하는지 이해하도록 한다.
- 온라인에서 발휘하고 있는 자기표현과 협업능력을 현실의 강점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 조별과제와 도움요청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관계행동부터 단계적으로 연습한다.
○○이 온라인에서는 관계를 잘 유지하지만 학교에서는 또래관계를 피하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온라인 관계를 가짜라고 보거나 학교친구가 적다는 이유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관계상황에 따른 차이와 부정적 평가에 대한 예상, 회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사례개념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온라인과 학교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방식의 차이를 확인한다.
- 학교에서 말을 걸기 전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 몇 차례의 어색한 경험이 이후의 관계예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한다.
- 관계를 피했을 때의 즉각적인 편안함과 장기적인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살펴본다.
“○○에게 관계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겠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먼저 의견을 제안하고 협업도 하고 있으므로 학교와 온라인의 어떤 차이가 ○○을 어렵게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학교에서는 ‘어색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는 예상 때문에 관계를 시도하기 전에 불안해하고, 피하면 당장은 편해지는지도 확인하겠습니다. 이러한 회피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관계경험이 줄고 학교에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과정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이 “저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이 편합니다”라고 한다면 무엇을 추가로 확인하겠습니까?
혼자 지내는 행동을 문제로 규정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인 관계선택과 불안에 의한 관계회피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혼자 있을 때 실제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지 확인한다.
-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본다.
- 관계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가 선호인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걱정인지 구분한다.
- 과거의 배제나 따돌림, 관계갈등 경험을 확인한다.
- 학교활동과 도움요청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평가한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는 ○○의 말을 바로 문제로 해석하지 않겠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실제로 만족하는지, 아니면 체험학습이나 점심시간처럼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관계를 원하지 않아 선택하는 것인지 관계를 원하지만 어색하게 보이거나 거절당할까 걱정해서 피하는 것인지 구분하겠습니다. 과거의 또래경험과 현재 학교활동 및 도움요청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학교관계에서 느끼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떤 상담개입을 하겠습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거나 많은 친구를 사귀도록 요구하기보다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예상과 실제 결과를 확인하고 부담이 낮은 관계행동부터 단계적으로 시도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관계상황에서 떠오르는 자동적인 생각과 불안정도를 확인한다.
- 예상하는 타인의 반응과 실제 반응을 구분하도록 한다.
- 인사와 간단한 질문 등 부담이 낮은 행동부터 단계적으로 시도한다.
- 행동 전후의 불안과 실제 결과를 확인하여 다음 행동을 조정한다.
“○○에게 무조건 먼저 말을 걸어 보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말을 걸면 이상하게 볼 것이다’처럼 관계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불안정도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이후 익숙한 학생에게 과제에 관해 한 가지 묻거나 인사하는 것처럼 부담이 낮은 행동부터 시도하겠습니다. 행동하기 전에 예상했던 반응과 실제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하면서 ○○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관계경험을 넓혀 가겠습니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의 관계강점을 학교생활에 어떻게 활용하겠습니까?
청소년에게 이미 존재하는 관계능력을 발견하고 온라인에서 발휘하는 자기표현과 협업, 갈등조정 능력을 학교상황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온라인에서 편안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찾는다.
- 의견제안과 질문, 협업과 갈등조정 등 실제 강점을 확인한다.
- 그림이라는 관심사를 활용할 수 있는 학교활동을 탐색한다.
-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관계기술을 작은 학교상황에 적용하도록 한다.
“○○이 온라인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학교와 별개의 능력으로 보지 않겠습니다. 공동창작에서 먼저 의견을 내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행동을 구체적인 관계강점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공통 관심사와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 편안하다는 점도 활용하겠습니다. 그림이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학교활동에서 이러한 강점을 사용해 보고 점차 다른 상황으로 확대하도록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