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정서·학교적응·또래관계와 학교폭력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위해 관계를 단절하는 청소년
중학교 2학년 ○○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격이 거칠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교사나 친구들이 먼저 자신을 의심한다고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 수업시간에 친구와 이야기하다 교사가 ○○에게만 주의를 주자 “다른 애들도 했는데 왜 저한테만 그래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교사가 계속 설명을 요구하자 책상을 밀치고 교실을 나갔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가 숙제나 귀가시간을 지적하면 ○○은 처음에는 설명하려 하지만 부모가 “또 핑계 댄다”, “넌 항상 이런 식이다”라고 말하면 욕설을 하고 방문을 세게 닫은 뒤 몇 시간 동안 대화를 거부한다. ○○은 이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보다 “나는 어차피 뭘 해도 문제아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진다고 하였다. 최근 모둠활동에서도 친구가 ○○에게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여러 친구가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볼 것 같아 욕설을 하고 해당 친구의 연락을 차단하였다. 이후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사과하면 상대방의 말이 모두 맞고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연락하지 못했다. 부모는 더 강하게 혼내야 행동이 고쳐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담임교사도 지시거부와 욕설이 계속되자 상담을 의뢰하였다. 상담실에 온 ○○은 “선생님도 결국 제가 잘못했다고 하려고 부른 거잖아요”라며 상담자와 눈을 잘 맞추지 않고 짧게 대답하였다. 상담자는 욕설과 공격적인 행동의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도 ○○이 지적이나 갈등을 인격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치심, 분노와 관계회피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내담자: 중학교 2학년 남학생
– 과거경험: 어린 시절부터 행동이 거칠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여러 차례 경험함
– 주요 사고: “사람들은 어차피 나를 문제아로 본다”, “사과하면 내가 전부 잘못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함
– 주요 정서: 수치심, 억울함, 분노와 거절에 대한 민감성
– 현재 행동: 지적받으면 고성·욕설·지시거부·관계단절로 대응하며 일부 상황에서는 책상을 미는 행동이 나타남
– 보호요인: 행동 이후 후회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일부 설명할 수 있음
- 상담자 역시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안전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담관계를 형성한다.
-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자신의 존재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사고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 수치심과 억울함이 욕설이나 관계단절로 이어지기 전 감정과 신체신호를 알아차리도록 한다.
- 분노를 욕설이나 위협 없이 표현하고 필요할 때 대화를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 지적을 받을 때 욕설과 관계단절로 대응하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욕설과 지시거부를 반항적인 성격으로 규정하지 않고 과거의 부정적인 평가경험, 현재의 해석, 수치심과 분노, 행동의 결과가 연결되는 과정으로 사례개념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과거에 반복적으로 경험한 부정적인 평가와 현재의 기대를 확인한다.
-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지적을 자신의 인격 전체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는지 살펴본다.
- 지적 직후 나타나는 수치심과 억울함, 분노의 순서를 탐색한다.
- 욕설과 관계단절 이후 불편한 대화가 끝나는 즉각적인 결과를 확인한다.
- 장기적으로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가 강화되는 순환을 살펴본다.
“○○을 원래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인 학생이라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경험하면서 현재도 행동을 지적받으면 ‘또 나를 문제아로 본다’고 해석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치심과 억울함이 분노로 바뀌고 욕설이나 관계단절을 통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지도 확인하겠습니다. 이런 대응이 다시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과 함께 이해하겠습니다.”
상담자도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 초기 상담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겠습니까?
문제행동을 바로 교정하려 하기보다 상담에 대한 불신과 방어를 상담관계에서 다룰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상담에 오게 된 과정과 상담에 대해 예상하는 불편함을 먼저 듣는다.
- 상담이 잘잘못을 가리거나 혼내기 위한 자리가 아님을 설명한다.
- ○○의 억울함을 듣는 것과 욕설·위협을 허용하는 것은 구분한다.
- 상담목표를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 원하는 변화를 함께 찾는다.
- 상담의 비밀보장과 예외, 기본적인 행동경계를 구조화한다.
“처음부터 욕설을 고쳐야 한다고 설득하기보다 ○○이 상담에서도 비난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를 먼저 듣겠습니다. 상담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 반복해서 어려워지는 상황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억울한 감정은 충분히 말할 수 있지만 상담실에서도 위협적인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경계는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 실제로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함께 정하면서 상담에 대한 통제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 분노를 욕설이나 관계단절이 아닌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어떻게 돕겠습니까?
분노를 억제하도록 요구하기보다 감정이 상승하는 과정을 알아차리고 안전한 대체행동과 자기표현을 연습하도록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분노 이전에 나타나는 수치심·억울함과 신체신호를 알아차리게 한다.
- 상황·생각·감정·행동의 연결을 구체적인 사건으로 살펴본다.
- 격앙되기 전에 사용할 대화중단 문장을 연습한다.
- 대화를 중단할 경우 다시 이야기할 시간을 함께 정하도록 한다.
- 진정된 후 사실·감정·요구를 구분하여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에게 단순히 화를 참으라고 하기보다 화가 커지기 전에 나타나는 수치심과 억울함,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신호부터 알아차리도록 돕겠습니다. 감정이 높아지면 욕설 대신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조금 뒤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표현하고 잠시 거리를 두도록 연습하겠습니다. 다만 대화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야기할 시간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정된 뒤에는 무엇이 억울했고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역할연습하겠습니다.”
보호자와 교사의 대응은 어떻게 조정하겠습니까?
청소년에게만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반복적인 인격평가와 힘겨루기가 갈등을 강화하는 환경적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 “넌 항상 그렇다”와 같은 인격적인 평가를 줄이도록 한다.
- 문제가 된 구체적인 행동과 필요한 변화만 전달하도록 한다.
- 격앙된 순간에는 긴 훈계와 논쟁을 피하도록 한다.
- 욕설과 위협에 대한 행동경계는 일관되게 유지한다.
- 진정된 이후 원래의 문제와 갈등 중 발생한 행동을 각각 다루도록 한다.
“보호자와 교사에게 ○○의 욕설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응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겠습니다. ‘넌 원래 문제야’처럼 인격을 평가하기보다 지각이나 숙제처럼 현재의 구체적인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격앙되었을 때는 긴 훈계나 힘겨루기를 피하고 욕설과 위협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경계를 짧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정된 뒤 원래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갈등 과정에서 ○○이 책임질 행동을 각각 다루도록 협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