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아동 돌봄서비스와 성장지원
2. 아동의 발달과 돌봄 욕구
아동의 발달은 신체·운동, 인지·언어, 정서·사회성, 자기 조절 능력이 서로 영향을 주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영유아기와 학령기, 청소년기는 발달 과제와 생활 환경이 서로 다르므로 필요한 돌봄의 내용과 성인의 역할도 달라진다. 연령은 지원을 계획하는 유용한 기준이지만 발달 속도와 기능, 경험의 개인차까지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발달에 적합한 돌봄을 제공하려면 현재의 능력을 존중하면서 다음 단계의 학습과 참여를 지원하고 가족·학교·또래·지역사회 환경을 함께 조정하며, 각 시기의 주요 변화와 위험·보호 요인을 살펴 전환기에도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영유아기의 발달과 돌봄
영유아기는 신체와 뇌의 성장, 감각과 운동 능력, 애착, 언어, 초기 사회·정서 능력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발달은 생물학적 성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영양과 건강, 안전한 환경, 양육자와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초기 발달은 이후의 건강과 학습, 사회 참여에 중요한 기반이 되므로 영유아와 가족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Black et al., 2017). 영아는 울음, 표정, 몸짓, 시선으로 필요를 표현하므로 돌봄자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고 일관되게 반응해야 한다. 유아기에는 이동과 언어 능력, 자기 주장이 발달하므로 안전한 범위를 정하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탐색하며 놀이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영유아 돌봄은 식사와 수면, 배변, 위생, 건강 관리가 일정하고 편안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양육자와 아동이 말과 표정, 행동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언어 발달과 감정 조절, 신뢰 형성을 돕는다. 발달 선별과 관찰은 어려움을 일찍 발견하여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며, 아동을 정상과 비정상의 고정된 범주로 나누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발달 지연이나 장애가 의심되면 진단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놀이와 의사소통, 가족의 일상을 지원하고 부모와 돌봄자의 정신건강, 양육 능력, 휴식, 소득, 주거 안정을 함께 살피며 가정과 보육·보건 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2) 학령기의 발달과 돌봄
학령기는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성취감, 또래 관계를 넓혀 가는 시기이다. 6세부터 14세까지는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 자기 조절, 정체성, 자신감, 사회적 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발달 시기이다(Eccles, 1999). 아동은 교사와 또래의 평가를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비교와 경쟁만 강조하는 환경은 낮은 자존감과 참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학령기 돌봄은 방과 후의 안전한 보호와 식사, 숙제 지원을 넘어 놀이와 휴식, 친구 관계, 신체 활동, 관심 분야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는 반복되는 실패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보지 말고 학습 환경과 교육 방법, 필요한 전문 지원을 조정해야 한다. 학교 입학과 학년 전환은 생활 시간과 규칙, 관계망을 변화시키므로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의 아동은 방과 후 친구와 놀기를 원하는 비율보다 실제로 친구와 노는 비율이 낮고, 학원·과외와 숙제는 원하는 것보다 실제 참여가 많아 놀이와 여가의 불균형이 확인되었다(보건복지부, 2024e). 방과 후 돌봄 기관은 아동을 오랫동안 통제하거나 학교 수업을 연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안전한 휴식과 자율적인 활동, 관계 형성을 보장하는 생활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와 가정, 지역 돌봄 기관은 출결과 과제뿐 아니라 아동의 건강과 감정, 또래 관계, 관심과 강점, 지원이 필요한 변화를 함께 파악하고 아동의 의견을 프로그램과 공간 배치, 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3) 청소년기의 발달과 지원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장과 뇌 발달, 추상적 사고, 정체성 형성, 사회적 역할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의 전환기이다. 청소년기의 시작과 끝은 생물학적 연령만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교육 기간과 사회 진출 시기의 변화에 따라 그 범위를 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Sawyer et al., 2018). 청소년은 부모와 돌봄자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며 자율성을 넓혀 가지만, 안정적인 관계와 현실적인 도움도 계속 필요로 한다. 또래의 인정과 소속감은 중요한 발달 자원이지만 배제와 괴롭힘, 차별, 온라인 관계의 갈등은 정서적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청소년 지원은 위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하기보다 선택의 결과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특성뿐 아니라 가족관계, 학교 환경, 빈곤, 폭력, 차별, 사회적 고립과 같은 생활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려면 증상이 심해진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과정의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함께 다루는 예방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UNICEF, 2021). 청소년이 성과 생식 건강, 정신건강, 약물 사용, 폭력, 디지털 경험에 관해 비난받을 걱정 없이 상담받을 수 있는 이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비밀 보장은 청소년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지만 자해나 학대와 같은 중대한 위험이 확인되면 정보 공유의 필요와 범위를 설명하고 안전 조치를 시행해야 하며, 청소년이 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운영·평가와 또래 지원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4) 발달단계별 돌봄 욕구
발달 단계별 돌봄 욕구는 연령에 따라 정해진 과업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변화하는 과정에서 현재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는 개념이다. 아동의 행동과 능력은 기질과 건강 상태, 이전 경험, 가족관계, 학교와 또래 환경,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영향을 받으며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발달은 아동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아동의 반응도 돌봄자의 행동과 환경을 다시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Sameroff, 2009). 같은 연령이라도 의사소통과 자기 관리, 위험을 이해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서비스 자격과 지원량을 연령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발달을 살펴볼 때는 부족한 부분을 찾아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동의 강점과 관심, 생활 목표, 지원 관계망, 환경적 어려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발달에 적합한 돌봄은 영유아에게 안정적인 관계와 감각적 탐색을, 학령기 아동에게 놀이와 자신감, 또래 관계를, 청소년에게 자율성과 정체성, 사회 참여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구분은 각 단계의 지원을 따로 나누는 기준이 아니므로 이전 단계에서 충족되지 않은 필요와 다음 단계의 준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육기관 입소, 학교 입학, 상급학교 진학, 성인 서비스 전환과 같은 시기에는 아동과 가족이 새로운 제도와 환경을 이해하도록 사전 정보와 적응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관이 바뀔 때는 아동과 보호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록과 효과적인 지원 방법을 공유하고 새로운 담당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