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노인 돌봄서비스와 장기요양체계
9. 노인 돌봄에서 AI·로봇의 활용
노인 돌봄에 활용되는 인공지능과 로봇은 음성 대화, 생활 상태 확인, 신체활동 보조, 인지·정서 지원 등 기능과 위험이 다양한 기술이다. 적절히 활용하면 노인의 자립생활과 안전을 지원하고 가족과 종사자의 반복적·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의 잘못된 판단이나 로봇의 고장은 돌봄 공백과 신체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의 유용성은 기능의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환경에서의 정확성과 접근성, 이용자의 수용 정도, 문제 발생에 대응할 인력과 책임체계가 갖추어졌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1) AI 스피커와 정서지원
AI 스피커는 화면이나 자판을 세밀하게 조작하지 않고 음성으로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일부 노인에게 접근성이 높은 기기이다. 일정과 복약 알림, 날씨와 뉴스 안내, 음악 재생, 가족과의 통화, 간단한 대화 기능은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외부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에 응답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은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기계와의 상호작용을 서로 책임을 주고받는 인간관계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관련 연구에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일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상당수 연구가 사용 편의성과 이용 의향을 다루었을 뿐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AI 스피커의 정서 지원 효과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확실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장기간의 비교 연구가 더 필요하다(Marziali et al., 2024). 실제 효과는 노인의 청력과 발음, 사용 언어와 방언, 인지 기능,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 및 주거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도입 전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확인하고 짧고 일관된 명령어, 적절한 음량과 반복 안내를 설정하며 초기 사용법을 대면으로 교육해야 한다. 기기가 질문을 잘못 이해하거나 부정확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복약 알림과 의료적 판단을 구분하고 위험과 관련된 질문은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용자가 기기를 사람으로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인공지능이라는 사실과 응답의 한계를 알기 쉽게 반복해서 설명하고, 사용 횟수뿐 아니라 외로움, 실제 사회적 접촉, 복약 실천, 만족도와 불편한 경험을 함께 평가하여 부담이 이익보다 크면 사용을 중단하거나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2) 응급안전과 생활 모니터링
응급안전 기술은 화재와 가스 누출, 낙상, 장시간 움직임 없음, 평소와 다른 출입이나 침대 이탈을 감지하고 응급호출기와 착용형 기기를 통해 도움 요청을 전달한다. 인공지능은 개인의 평소 활동 양상을 학습하여 단순한 기준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변화를 발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는 사람이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위험 신호를 확인하여 독거노인의 안전한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화재감지기, 응급호출기, 활동량·출입 감지기와 통신장치를 설치하고 화재, 응급호출, 장시간 활동 없음 등의 신호를 119 신고나 안전 확인으로 연결한다. 2026년에는 약 30만 독거노인 가구에 제공 중인 서비스의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계획도 발표되었다(보건복지부, 2026d). 잘못된 경보가 자주 발생하면 이용자와 대응 인력이 경보에 무뎌질 수 있고,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면 실제 사고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측정한 정확도만 제시하지 말고 다양한 주택 구조와 보행 특성, 반려동물 및 동거인이 있는 환경에서 위험 감지와 정상 상황의 구별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정전, 통신장애와 배터리 방전에도 대비하여 자동 점검, 고장 알림, 예비 전원과 전화·방문 확인 등의 대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보 수준별 연락 대상과 최대 대응 시간, 현장 확인 기준과 최종 책임자를 정하고 모든 조치와 결과를 기록하여 반복되는 오류를 개선하되, 침실과 화장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이용자가 감지 범위와 정보 공유 대상을 선택하거나 감시 기능이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이동·이승·배설 지원 로봇
신체지원 로봇에는 침대와 휠체어 사이에서 몸을 옮기는 이승을 돕는 리프트와 착용형 동력 보조기기, 보행과 자세 유지를 지원하는 장치, 배설 시점을 예측하거나 변기 이동과 옷 처리를 돕는 기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장치는 요양보호사의 허리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노인이 남아 있는 기능을 활용하여 더욱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이승과 배설은 체중을 지탱하는 능력, 통증, 관절의 움직임, 피부 상태와 순간적인 불안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위험도 높은 활동이다. 따라서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동작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지 말고 사전에 기능을 평가하고 본인의 동의를 얻은 뒤 숙련된 종사자의 관찰을 바탕으로 사용 여부와 지원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장기요양 종사자들은 로봇이 이승·목욕·배설처럼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지원하기를 기대하면서도 안전성과 조작의 편리성, 돌봄 관계의 약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rainum et al., 2024). 기관은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현장의 이동 경로와 이용자 특성, 기존 보조기기와 인력 운영방식을 분석하고 소규모 시범운영을 통해 작업 시간, 신체적 부담, 사고와 이용 경험의 변화를 비교해야 한다. 장비에는 비상 정지, 하중 제한과 충돌 방지 기능이 있어야 하며 정기 점검, 감염 관리, 충전과 고장 시 대체 인력 투입을 포함한 운영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배설 지원에서는 처리 속도보다 가림막 사용과 신체 노출 최소화, 이용자의 기기 통제와 돌봄 인력의 충분한 설명을 통해 수치심을 줄이고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 일본 요양시설 자료에서는 로봇 도입이 고용 유지, 업무 재배치, 생산성과 일부 서비스 질 지표의 개선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든 환경에서 같은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절감된 시간은 인력 감축의 근거가 아니라 대화, 피부 상태 관찰, 재활과 외출처럼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돌봄에 활용해야 한다(Y. S. Lee et al., 2025).
4) 치매노인 지원 기술
치매 지원 기술에는 일정·복약·행동 순서를 알려 주는 디지털 알림, 위치확인기, 자동 가스 차단 장치와 스마트홈 센서, 기억을 떠올리는 콘텐츠와 대화형 반려로봇 등이 포함된다. 기술은 손상된 능력을 단순히 대신하기보다 치매의 진행 단계와 생활환경, 남아 있는 기능에 맞는 단서를 제공하여 스스로 활동할 기회를 넓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위치확인 기술은 실종 위험을 줄이면서 외출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상시 추적이 이동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으로 바뀌지 않도록 사용 목적과 조건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반려로봇은 흥미와 상호작용을 이끌 수 있으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치매 지원 방법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물개 모양의 로봇 ‘파로(PARO)’를 활용한 비교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돌봄보다 기분과 초조 행동을 일부 개선했지만, 봉제 인형과 비교해 뚜렷하게 향상된 부분은 주로 활동 참여였다(Moyle et al., 2017). 치매가 진행되면 동의 능력과 선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 기술 사용에 관한 의사를 기록하고 이후에도 말과 표정, 거부 행동 등을 통해 현재의 의사를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안전을 원하더라도 이용자가 계속 불안이나 수치심을 보이면 사용을 중단하고 사생활을 덜 침해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행동 자료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은 통증, 환경 자극과 개인의 생활 습관을 잘못 해석할 수 있으므로 그 결과만으로 진단, 약물 투여, 신체 억제나 외출 제한을 자동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개발과 도입 과정에는 치매 당사자와 가족, 현장 종사자가 참여하여 큰 글씨, 간단한 조작, 쉬운 오류 해결과 익숙한 표현 등을 적용해야 하며, 개인정보와 의사결정 능력을 고려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원하면서 대면 관계를 대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Köhler et al., 2024).
5) 사생활 보호와 인간 접촉의 권리
돌봄 기술은 음성, 영상, 위치, 수면, 배설,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원래 목적을 넘어 광고, 보험 심사, 종사자 감시와 행동 통제에 이용되면 편의보다 더 큰 차별과 권리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 동의를 받을 때에는 수집 정보, 처리 장소, 열람할 수 있는 사람, 보관 기간, 제삼자 제공 여부, 삭제와 동의 철회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서비스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의 제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 보호법, 2025;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5). 기관은 사생활을 가장 적게 침해하는 센서를 선택하고 기기 내부에서의 정보 처리, 암호화, 담당자별 접근 권한, 접속 기록과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적용하며 기술 공급업체에도 같은 기준과 사고 발생 시 통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의료 인공지능의 관리체계는 이용자의 자율성, 안전과 공익,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명확한 책임, 차별 없는 이용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WHO, 2021a). 인간 접촉의 권리는 기계가 대화를 흉내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람의 방문과 경청, 신체적 돌봄 및 지역사회 관계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기술로 절감한 시간과 자원은 인력을 줄이는 데 사용하기보다 노인이 원할 때 응답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활동을 늘리는 데 활용해야 하며,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사전 안내, 인간의 검토와 최종 결정, 이용자의 거부·중단 권리, 오류 발생 시 책임과 피해 구제 절차 및 기술 이용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대체 서비스를 보장하여 그 성과를 효율성뿐 아니라 노인의 독립, 참여, 돌봄과 존엄이 향상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UN, 1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