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디지털 전환과 사회서비스 변화
4. 데이터 기반 사회서비스
데이터 기반 사회서비스는 이용자의 욕구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현장의 실천과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접근이다. 데이터는 대상자 선정, 자원 배분, 사례관리, 서비스 품질 점검과제도 개선을 연결하는 공통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록된 수치와 문장은 현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제도의 기준, 정보 수집 방식과 작성자의 판단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이므로 자료의 양보다 이용 목적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기반 접근은 사람의 경험과 전문가의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근거를 함께 활용하여 판단 과정을 이해하기 쉽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사회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1) 사회서비스 데이터의 유형
사회서비스 데이터는 만들어진 목적과 내용에 따라 행정 데이터, 서비스 과정 데이터, 성과 데이터, 조사 자료와 외부 환경 자료로 나눌 수 있다. 행정 데이터에는 신청자의 인구·사회적 특성, 자격 판정, 급여와 서비스 이용 이력 및 비용 지급 정보가 포함된다. 서비스 과정 데이터는 상담 내용, 욕구 조사, 제공 계획, 의뢰와 연계, 접촉 횟수, 대기 기간과 종결 사유 등을 기록한 자료이다. 성과 데이터는 이용자의 기능과 안전, 관계, 주거, 고용과 삶의 질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 준다. 조사 자료와 외부 환경 자료는 주민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 지역 인구와 소득, 교통, 주거와 기관 분포처럼 행정 기록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완한다. 데이터에는 숫자와 정해진 항목으로 구성된 구조화 자료뿐 아니라 상담 기록, 음성, 영상과 자유롭게 작성한 응답 등의 비정형 자료도 포함된다. 개인별 자료는 맞춤형 지원과 지속적인 사례관리에 유용하고 여러 사람의 정보를 합산한 자료는 지역 간 격차와 장기적인 변화를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행정 데이터는 실제 서비스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지만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한 사람과 기록되지 않은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 반대로 표본조사와 면담은 개인의 경험과 생활 상황을 자세히 보여 주지만 조사 시점과 대상자 수에 따른 한계가 있으므로, 자료의 출처와 작성 시점, 측정 단위, 수정 주기와 한계를 설명하는 정보를 함께 관리하고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서로 보완하여 사용해야 한다.
2) 데이터 수집과 관리
데이터 수집은 어떤 서비스의 판단과 개선에 필요한 정보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용 목적과 관련 없는 항목을 관행적으로 요구하면 이용자의 부담과 사생활 침해 위험이 커지고 자료의 정확성도 낮아질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정보 처리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적 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도록 규정한다(개인정보 보호법, 2025). 기관은 정보 항목의 의미와 입력 형식을 표준화하고 정보의 출처, 수집일, 작성자와 변경 이유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 필수 항목의 누락 확인, 입력 가능 범위의 검사, 중복 정보 확인과 정기적인 오류 점검은 데이터가 이용자의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나타내도록 하는 기본 절차이다. 데이터 관리는 자료의 수집부터 저장, 이용, 공유, 수정, 보존과 파기까지 모든 단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활동이다. 업무에 따라 접근 권한을 다르게 부여하고 자료를 전송하거나 저장할 때 암호화하며 열람과 수정 기록을 남겨 정보의 오용과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오래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이용자에게 불리한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수정 주기와 이용자의 열람·정정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관 간 자료를 연계할 때에는 법적 근거와 이용 목적, 제공 항목, 보관 기간과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문서로 정하고, 데이터 책임자가 정보의 정확성과 보호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보존할 필요가 없어진 자료를 안전하게 파기해야 한다.
3) 욕구 분석과 대상자 발굴
욕구 분석은 개인과 지역이 겪는 문제의 규모와 위험 요인, 이용 가능한 자원과 서비스 공백을 데이터로 파악하는 과정이다. 개인 수준에서는 소득의 변화, 공 과금 체납, 건강 악화, 돌봄 공백과 서비스 중단 등의 신호를 함께 분석하여 지원의 필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지역 수준에서는 인구구조, 서비스 이용률과 대기 기간, 기관의 위치와 이동 시간을 비교하여 수요에 비해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자료를 연계하면 자격이 있는데도 급여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규모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미리 안내하는 데 도움이 된다(OECD, 2024b). 분석 결과는 한정된 인력을 고위험 집단에 무조건 집중하라는 결정이 아니라 추가 확인과 지역자원 배치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2024년 12월 기준으로 21개 기관에서 단전·단수 등을 포함한 47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경제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였다(보건복지부, 2024d). 이러한 위험 신호만으로 위기 상황이나 급여 자격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담당자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실제 생활 상황과 지원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 수급자의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모형을 만들면 복지제도와 접촉하지 못한 사람의 특성이 빠져 특정 집단의 위험을 실제보다 낮게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기관은 집단별로 대상자가 누락되거나 잘못 선정되는 정도를 점검하고 선정된 이유를 설명하며 정보 오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데이터 분석과 현장 확인, 주민 신고, 지역 관계망 및 당사자의 지원 요청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
4) 서비스 성과평가
서비스 성과 평가는 투입한 자원과 수행한 활동, 제공 실적과 이용자의 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여 서비스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투입 지표에는 예산과 인력이 포함되고 활동·실적 지표에는 상담과 방문 횟수, 서비스 제공 시간, 대기 기간과 연계 건수 등이 포함된다. 결과 지표는 이용자의 안전과 기능, 사회적 관계, 자립, 삶의 질과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변화를 측정해야 한다. 처리 건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하면 복합적인 욕구가 있는 이용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기관이 오히려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의 목적과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먼저 정하고 각 지표가 그 과정의 어느 부분을 보여 주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행정 자료는 서비스의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데 유용하지만 이용 후 나타난 변화가 서비스 자체의 효과인지를 단독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가능한 경우에는 서비스 시작 전후의 상태 측정, 적절한 비교집단, 장기적인 관찰과 통계 분석을 활용하여 다른 요인의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 수치로 나타낸 지표와 함께 이용자 면담, 불만과 권리 구제 기록, 종사자의 관찰 내용을 분석하면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서비스 경험을 파악할 수 있다. 성별, 연령, 장애, 소득과 지역에 따라 결과를 나누어 살펴 평균값에 가려진 접근성과 성과의 차이를 확인하고, 서비스 활동이 최종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바탕으로 효과성, 포용성, 효율성과 이용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World Bank, 2020).
5)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은 문제 진단과 대안 마련, 정책 실행, 점검과 평가의 각 단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인구와 욕구의 변화는 앞으로 필요한 서비스의 규모를 예측하게 하고 지역별 이용과 공급 자료는 시설, 인력과 예산의 배분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범사업의 진행 과정과 결과 자료는 어떤 대상과 조건에서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여 사업의 확대, 수정이나 종료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현장의 자료가 정책 담당자에게 신속하게 전 달되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서비스 이용 감소를 조기에 발견하고 정책의 실행 방법을 바꿀 수 있다. 데이터 중심의 공공부문은 자료를 중요한 공공자원으로 관리하고 예측과 계획, 서비스 제공, 성과관리와 정책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OECD, 2019b).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행정 데이터뿐 아니라 국가통계, 실태조사, 평가 연구, 현장 전문가의 지식과 이용자의 경험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와 방법, 기본 전제, 불확실한 부분과 집단별 영향을 공개하면 결과를 검증하고 정책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지표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되면 측정하기 쉬운 활동에 자원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수치의 변화를 실제 삶의 변화와 계속 비교해야 한다. 데이터는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지만 어떤 권리와 필요를 우선할지는 사회적 논의와 가치 판단이 필요하므로, 통계나 인공지능에 결정을 맡기지 않고 투명한 근거와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