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051. 디지털 접근성과 격차

제7장 디지털 전환과 사회서비스 변화

6. 디지털 접근성과 격차

디지털 접근성은 신체적·인지적 특성과 경제·사회적 조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디지털 서비스의 정보를 이해하고 기능을 이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디지털 격차는 기기와 인터넷의 보유 여부뿐 아니라 기술 활용 능력, 이용 방식, 안전성과 실제로 얻는 혜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사회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수록 연령, 장애, 소득과 거주지역이 서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술 이용의 불편을 넘어 급여와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의 성과는 전체 이용률보다 어떤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배제되는지를 확인하고 그 장벽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1) 디지털 격차의 개념

디지털 격차의 첫 번째 차원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안정적인 통신망과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 요금제를 확보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기기·통신 접근의 차이이다. 두 번째 차원은 기기를 조작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본인 확인, 서비스 신청과 서류 제출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의 차이이다. 세 번째 차원은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정보, 건강, 교육, 고용과 사회서비스 이용에서 실제로 얻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인터넷 접속률이 높아지더라도 복잡한 화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남는다. 따라서 디지털 격차는 접속 가능 여부, 이용 능력, 활용의 질과 실제 성과를 연속적으로 살펴야 하는 여러 측면의 문제이다. 디지털 격차는 기술이 보급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고정된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와 본인 확인 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문제이다. 익숙한 기능을 사용하던 사람도 앱의 개편, 기기 교체와 보안 절차의 변화로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Greenhalgh et al., 2017; Groom et al., 2024). 한국의 디지털포용법은 디지털포용을 모든 구성원이 차별이나 배제 없이 지능정보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리도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디지털포용법, 2026). 이 정의는 디지털 격차의 책임이 개인의 학습 노력뿐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가격, 제도와 지원 환경에도 있음을 보여 주므로, 사회서비스 기관은 이용자가 디지털 절차를 수행하지 못한 원인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절차와 환경의 장벽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2) 고령자와 디지털 접근성

고령자는 시력과 청력의 변화, 손의 세밀한 움직임 저하, 기억해야 할 내용과 낯선 용어 때문에 작은 글자와 복잡한 화면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짧은 본인 확인 시간, 여러 단계의 비밀번호, 빠르게 사라지는 알림과 잦은 화면 변경은 이용 절차를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사기나 잘못된 결제에 대한 두려움은 필요한 서비스를 알고 있더라도 온라인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고령자를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경험과 교육, 건강 상태, 기기 이용 습관과 주변의 지원에 따라 디지털 활용 능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복잡한 화면, 기기 비용, 디지털 활용 능력의 부족과 사기·학대에 대한 두려움을 고령자의 주요 디지털 장벽으로 제시한다 (ITU, 2025a). 고령자가 이용하기 쉬운 서비스는 큰 글자와 뚜렷한 색상 대비, 익숙한 표현, 간단한 이용 단계, 충분한 입력 시간과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음성 안내와 화면 읽기, 상담원 연결 및 오류 발생 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이용자가 스스로 절차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가족이 대신 신청하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고령자의 의사와 개인정보가 배제되지 않도록 동의 여부와 대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교육은 한 번의 설명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사용하는 기기로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하며 필요할 때 즉시 도움받을 수 있게 구성하고, 온라인 이용을 원하지 않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전화와 방문 방법을 보장하여 디지털 이용을 서비스의 필수 조건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3)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디지털 정보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조작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보장받을 권리이다. 시 각장애인에게는 이미지의 내용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 화면 낭독기와 키보드 조작 기능이 필요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수어와 문자 상담이 필요하다. 지체 장애인을 위해서는 화면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영역과 다양한 입력 방식을 제공하고, 인지·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쉬운 문장과 일관된 화면 구성 및 오류 예방 기능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은 시각·청각·신체·언어·인지·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인 가능한 기준을 제시한다(W3C, 2024). 접근성 기능은 별도의 장애인용 화면에만 제공하기보다 처음부터 모든 이용자가 같은 서비스 안에서 필요에 따라 선택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근성 준수 여부는 자동 검사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보조기술을 사용하고 다양한 장애 당사자가 직접 서비스 이용 과정을 시험하여 확인해야 한다. 웹페이지가 접근 가능하더라도 첨부 문서, 본인 확인, 지도, 상담과 결제 단계 가운데 하나라도 이용할 수 없으면 전체 서비스를 완료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은 시스템을 구매하거나 개편할 때 접근성 기준을 계약에 포함하고 개발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2026년 시행된 관련 고시는 디지털취약계층이 지능정보서 비스와 제품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용할 대상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용자가 접근성 문제를 신고하면 즉시 다른 이용 방법을 제공하고 문제를 수정한 결과까지 알리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디지털취약계층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 2026).

4) 경제적·지역적 접근성 차이

경제적 접근성은 기기 구입비뿐 아니라 통신요금, 수리비, 소프트웨어와 보조기술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저소득 가구가 오래된 기기나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요금제를 이용하면 영상 상담, 용량이 큰 문서의 전송과 최신 보안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다. 한 대의 기기를 가족이 함께 사용하면 신청 시기를 놓치거나 개인적인 상담 내용과 본인 확인 정보를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용 비용이 부담되면 접속 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게 되므로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된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이용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통신요금과 기기 구입비 지원, 공공 무선망, 안전한 공용기기와 기기 대여는 경제적 장벽을 줄이기 위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역적 격차는 통신망의 속도와 안정성뿐 아니라 기기 사용법을 배우거나 고장을 해결할 지원기관까지의 거리에서도 발생한다.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과 도서 지역은 통신 기반시설의 구축 비용이 높고 서비스센터와 대면 창구도 멀어 기기의 문제가 곧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회원국 도시의 이동통신 내려받기 속도가 농촌보다 평균적으로 높아 지역 간 통신 품질의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OECD, 2025b). 지역의 고령화와 낮은 소득, 장애가 함께 나타나면 기기와 통신망, 활용 능력과 이동의 장벽이 동시에 커질 수 있으므로 기관은 지역별 접속 실패와 신청 중단을 확인하고 찾아가는 상담과 방문 지원, 느린 통신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서비스 및 오프라인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5) 디지털 역량 지원

디지털 역량은 기기를 켜고 화면을 누르는 조작 능력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 내용을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며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사회서비스 이용을 위한 교육은 일반적인 기기 사용법보다 본인 확인, 서비스 검색, 신청서 작성, 증빙자료 제출, 상담과 결과 확인 등 실제 이용 절차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참여자가 사용하는 기기와 학습 속도에 맞춘 소규모 교육, 반복적인 연습과 단계별 안내 자료는 배운 내용을 일상에서 다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기 메시지 구별, 안전한 비밀번호 설정, 앱의 접근 권한과 개인정보 제공 범위도 함께 교육하여 디지털 이용의 확대가 새로운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 후에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질문할 수 있는 지원 인력을 배치하면 화면이 바뀌거나 오류가 발생해도 배운 능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2026년 디지털포용법을 시행하고 인공지능 활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공지능 디지털배움터 69개소의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6). 디지털 역량 지원기관은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과 지역주민의 서로 다른 목표를 반영하여 교육 내용과 보조기술을 개인별로 조정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종사자도 이용자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직접 설명하거나 전문 교육기관에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지원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업의 성과는 교육 인원과 수료율보다 이용자가 도움 없이 필요한 서비스 이용 절차를 완료하고 실패했을 때 적절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여, 각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권리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 능력을 넓혀야 한다.

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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