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돌봄 위기는 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필요로 하는가
2. 요양보호사 부족은 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가
요양보호사 부족은 단순히 필요한 인원을 제때 채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장기요양 수요의 증가, 돌봄노동의 낮은 처우, 불안정한 고용구조, 높은 노동강도, 제한된 경력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로 장기요양서비스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돌봄노동을 안정적인 직업으로 선택하고 장기간 유지하려는 인력 기반은 충분히 넓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 부족은 일시적인 현장 인력난이라기보다, 돌봄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의 표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돌봄노동의 사회적 중요성에 비해 처우가 충분히 보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는 식사, 이동, 배설, 목욕 지원과 같은 신체적 돌봄뿐 아니라 정서적 지지, 안전관리, 생활환경 관찰, 가족과의 의사소통까지 수행한다. 특히 치매나 중증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는 반복 행동, 갑작스러운 상태 변화, 낙상 위험, 응급상황, 보호자 민원에 대응해야 한다. 이처럼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신체적 부담과 정서적 부담이 동시에 큰 노동이다. 그럼에도 임금과 근로조건은 이러한 책임과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왔다. 이 간극이 돌봄 현장의 인력 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이미 진입한 인력의 이탈 가능성을 높인다.
높은 노동강도 역시 반복적인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시설요양에서는 제한된 인력이 다수의 이용자를 돌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재가요양에서는 이용자 가정을 이동하며 각기 다른 생활환경과 가족관계에 적응해야 한다. 재가서비스의 경우 이동시간, 서비스 시간의 변동, 이용자 상태 변화, 가정 내 돌봄환경 차이가 노동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한 돌봄 현장에서는 이용자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가족의 요구, 갈등 상황까지 함께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요양보호사에게 지속적인 감정노동과 관계 조정 능력을 요구한다. 노동강도가 높고 회복의 여지가 부족할 수록 소진과 이직은 증가하고, 이는 다시 남아 있는 인력의 업무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용의 불안정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기관, 재가 센터, 시설, 이용자 가정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지만, 근무시간과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방문요양은 이용자의 상태 변화, 서비스 시간 조정, 계약 종료 등에 따라 근무량과 소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요양보호사 일을 장기적인 경력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많더라도 실제 현장에 진입하지 않거나, 진입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면 인력 부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자격자 수의 부족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의 부족에 있다.
자격취득과 현장정착 사이의 간극도 인력 부족을 반복시키는 원인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제도는 돌봄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교실 교육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상황을 포함한다. 치매 노인의 반복 행동, 갑작스러운 신체 상태 변화, 응급상황 대응, 보호자와의 의사소통, 이용자와의 신뢰 형성은 지속적인 경험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초기 진입자들이 예상보다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처우, 현장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할 경우 이탈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므로 요양보호사 양성정책은 자격취득 단계에서 끝나서는안 된다. 현장실습, 멘토링, 보수교육, 심리적 지원, 초기 적응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구조 역시 요양보호사 부족과 분리될 수 없다. 처우 개선, 적정 인력 배치, 교육훈련, 노동환경 개선에는 모두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은 제한된 수가 체계 안에서 운영되며, 비용 압박이 커질수록 인건비와 교육비를 충분히 투입하기 어렵다. 기관이 낮은 인건비 구조나 최소 인력 운영에 의존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력 이탈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요양보호사 부족은 노동시장 문제이면서 동시에 장기요양 재정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돌봄노동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오랫동안 가족, 특히 여성 가족구성원의 역할로 간주되어 왔다. 그 결과 돌봄은 전문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할 수 있는 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인식은 요양보호사의 낮은 사회적 인정과 낮은 보상 구조를 정당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실제 돌봄 현장은 단순한 생활 보조의 영역이 아니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위험을 예방하며, 가족과 기관 사이에서 관계를 조정하는 복합적 노동의 장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는 결국 돌봄 인력의 유입과 장기근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력 경로와 숙련 인정 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점도 문제이다. 요양보호사가 장기간 일하기 위해서는 경력에 따른 보상, 역할 확대, 전문성 인정, 승급 가능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숙련이 축적되어도 임금이나 지위 상승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랜 현장 경험이 개인의 책임감과 희생으로만 남고 제도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그 일을 평생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점에서 요양보호사 부족은 신규 인력 유입의 문제일 뿐 아니라 숙련 인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과 활용 확대를 포함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인력 공급 방식만으로는 장기요양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한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4; 2025). 그러나 외국인 인력 도입은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정책수단일 수는 있어도, 요양보호사 부족을 만들어 온 구조적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대안은 아니다. 낮은 처우, 높은 노동강도, 불안정한 고용, 취약한 권리보장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같은 문제는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도 반복될 수 있다.
해외사례도 이 점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와 대만에서는 저비용 외국인 돌봄노동에 대한 의존이 확대되면서 비공식 고용,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문제가 반복되었다(Wang & Liu, 2024; Santini et al., 2025). 미 국에서도 이민 돌봄노동자가 돌봄체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높은 이직률과 서비스 질 저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Grabowski et al., 2023; PHI, 2024). 이러한 사례는 돌봄노동의 조건을 바꾸지 않은 채 인력의 국적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결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충원이 아니라 유지이다. 더 많은 사람을 단기간에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돌봄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돌봄노동의 가치에 맞는 보상 체계, 적정 인력 배치, 안전한 노동환경, 숙련 인정 체계, 지속적인 교육과 경력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오래 일할 수 없는 구조라면 외국인 돌봄근로자 도입 역시 동일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결국 돌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돌봄노동을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만드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