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돌봄 위기는 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필요로 하는가
4.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왜 정책 의제가 되었는가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정책 의제로 부상한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이는 초고령사회 진입, 장기요양 수요 증가, 내국인 돌봄 인력 부족, 가족 돌봄의 약화, 지역 간 돌봄 격차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이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외부에서 보충하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국의 돌봄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이다.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돌봄 인력 부족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노동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장기간 유지하려는 내국인 인력은 충분히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진입하지 않거나, 진입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낮은 처우, 높은 노동강도, 불안정한 고용, 낮은 사회적 평가는 인력 유입과 유지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결국 돌봄 수요는 확대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인력 기반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노인 돌봄체계는 가족 돌봄, 내국인 요양보호사, 장기요 양보험제도를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 돌봄은 가족 규모 축소,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1인 가구와 노인부부가구 증가로 인해 더 이상 충분한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돌봄의 사회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지만, 이를 실제 현장에서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제도 자체의 안정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과 전문 외국인근로자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4; 2025). 이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가 제한적 문제 제기를 넘어 공식 정책 의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인력 부족에 대한 단기 처방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인력은 돌봄 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낮은 비용으로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접근할 경우, 돌봄노동의 구조적 저평가는 더욱 고착될 위험이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낮은 처우의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돌봄노동 전체의 가치와 서비스 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외국인 인력을 저비용 충원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정책의 관심은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인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다른 하나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돌봄체계의 공식 구성원으로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자격, 교육, 언어, 노동권, 서비스 질, 사회적 수용성, 지역사회 정착과 같은 조건이 함께 고려된다. 두 접근은 모두 외국인 인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제도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사회적 돌봄의 확대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족 돌봄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장기요양보험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돌봄체계가 확대될 수록, 이를 실제로 수행할 전문 돌봄 인력의 확보는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그러나 사회적 돌봄의 확대가 외국인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가족의 무급 돌봄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그 부담이 다시 외국인 노동자의 불안정 노동으로 이전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돌봄 사회화라고 보기 어렵다. 돌봄의 사회화는 돌봄 책임을 공적으로 분담하고, 돌봄을 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 모두의 존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Daly & Lewis, 2000; Hochschild, 2000; Parreñas, 2001).
지역 간 돌봄 격차도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반면, 돌봄 인력 확보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장기요양서비스가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해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지역 돌봄 공백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부족한 지역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주거, 언어, 생활 적응, 상담, 차별 방지와 같은 지원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 역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에서 피할 수 없는 쟁점이다. 돌봄은 이용자의 생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중심의 서비스이다. 이용자와 가족은 돌봄노동자와 반복적으로 만나고, 신체적 돌봄과 정서적 상호작용을 함께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 문화, 생활방식의 차이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방적인 적응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와 가족, 장기요양기관, 지역사회도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이 노동정책을 넘어 사회통합 정책과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정책 의제로 부상한 이유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구구조 변화, 가족 돌봄의 약화, 내국인 돌봄 인력 부족, 장기요양제도의 확대, 지역 간 돌봄 격차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외국인 인력을 도입할 것인가의 여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어떤 기준과 조건 속에서 돌봄체계 안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돌봄 위기의 결과인 동시에 한국 돌봄체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정책이 저비용 충원에 머문 다면 또 다른 불안정 노동과 돌봄 불평등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격과 교육, 노동권, 서비스 질, 사회적 수용성, 지역 정착을 함께 고려 한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외국인 인력을 도입할 것인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