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012.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방식

제3장 해외사례가 보여주는 네 가지 제도화 방식

2.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방식

저비용·대규모 충원 모델이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은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되 서비스 질과 제도적 신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모델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히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노동력이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현지 언어를 익히며, 돌봄제도와 직무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편입되는 인력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얼마나 많이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춘 사람을 어떤 과정으로 제도 안에 편입할 것인가”이다. 이 모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저비용 대체 인력이 아니라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돌봄 인력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이러한 접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두 국가는 모두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압박을 경험하고 있지만,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대규모로 수용하기보다 자격, 언어, 교육, 직업훈련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물론 두 국가의 제도적 배경은 다르다. 일본은 개호보험제도와 국가자격 중심의 개호 인력 체계를 기반으로 외국인 개호 인력을 수용해 왔고, 프랑스는 공공 장기요양 지원체계와 지역 기반 사회서비스 안에서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이 단순한 인력 충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자격과 언어, 교육을 통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격·언어·교육 중심 접근은 저비용 노동력 활용 방식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이다. 일부 국가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가족고용과 저임금 노동 중심으로 활용되면서 단기적으로 돌봄 공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노동권 사각지대, 비공식 고용, 서비스 질 관리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비해 일본과 프랑스는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돌봄체계 안에서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직무 역량을 갖추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외국인 인력을 값싼 노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 돌봄 인력으로 편입하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 모델에도 한계는 있다. 자격과 언어 기준이 높아질수록 서비스 질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 인력 충원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국가 입장에서는 당장의 인력난 해소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을 낮추면 빠른 충원이 가능하지만 서비스 질이 흔들릴 수 있고, 기준을 높이면 품질은 관리되지만 실제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의 핵심 쟁점은 품질 관리와 인력 확보 사이의 균형이다.

일본은 외국인 돌봄인력 제도화에서 자주 참고되는 국가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개호(介護) 인력 부족 문제도 먼저 경험하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경제연계협정(EPA), 재류자격 ‘개호’(在留資格「介護」), 기능실습제도(TITP), 특정기능제도(SSW)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국인 개호 인력을 받아들여 왔다. 이들 제도는 도입 배경과 운영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일본어 능력과 개호 직무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는 특징을 가진다. 즉 일본은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빠르게 충원해야 할 노동력으로 보기보다,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개호 인력으로 이해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연계협정이다. 일본은 2008년 이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경제연계협정을 통해 간호사와 개호복지사 후보자를 수용하였다. 이 제도는 외국인을 곧바로 노동시장에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일본에서 일하면서 일본어와 국가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을 취득한 뒤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지향하였다. 다시 말해 외국인 개호 인력을 즉시 투입 가능한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라, 자격 취득을 통해 제도권 개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후보자로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개호서비스의 전문성을 유지하려는 목적과 연결된다. 개호는 노인의 신체활동 지원, 치매 대응, 일상생활 보조, 정서적 돌봄, 가족과의 소통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직무이다. 일본은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한 일본어 능력과 개호 지식, 현장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경제연계협정 후보자에게 일본어 교육, 개호 현장 경험, 국가시험 준비 과정을 요구하였다. 이는 외국인 인력을 제도 안에서 숙련 인력으로 성장시키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연계협정 방식은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문제도 드러냈다. 일본어 능력과 국가시험 합격 요건은 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외국인 후보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돌봄 현장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일본어와 국가시험을 준비해야 하므로 학습 부담이 크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장기 체류와 정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이 기대했던 만큼 외국인 개호 인력이 빠르게 확 대되지는 못했다(新井康友, 2024). 이는 품질 관리를 위한 장치가 실제 충원 속도를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7년 도입된 재류자격 개호는 일본 외국인 개호 인력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 제도는 일본의 개호복지사 양성학교를 졸업하고 국가자격을 취득한 외국인이 일본에서 개호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용 하였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일본의 교육기관에서 양성한 뒤 개호 인력으로 편입하는 구조를 가진다. 일본어 교육, 직업훈련, 자격취득, 취업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재류자격 개호는 외국인 인력의 질을 관리하는 데 장점을 가진다. 일본 내 교육기관에서 개호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일본어 환경에 적응하며, 국가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쉽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이 일정 기간 일본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문화와 제도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이나 유학생 연계 모델 역시 이러한 방식과 유사한 측면을 가진다.

그러나 재류자격 개호 역시 단기간에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육기관 입학, 학비 부담, 일본어 학습, 국가시험 합격, 취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이 개호 분야를 장기적인 직업으로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과 근로조건, 체류 안정성, 경력 전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히 자격취득 경로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인력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

2019년 도입된 특정기능 제도는 일본이 인력 충원 요구에 보다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특정기능 1호는 일정한 기능과 일본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이 개호를 포함한 특정 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제도는 경제연계협정이나 재류자격 개호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인력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개호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일본어와 직무 능력이 요구된다. 일본은 충원 속도를 높이면서도 최소한의 언어와 직무 기준을 유지하려는 절충적 방식을 선 택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관련 기관은 외국인 개호 인력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입국 전후 교육, 일본어 교재, 국가시험 대비 프로그램, 상담 지원 등을 운영해 왔다. 국제후생사업단은 경제연계협정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 계획과 학습지원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 인력이 일본 개호 현장에 적응하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国際厚生事業団, 2025). 이러한 지원체계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채용한 뒤 현장에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적응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일본 모델은 현장 부담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외국인 개호 인력이 입국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일본어 소통, 기록 작성, 이용자와 가족의 기대, 동료와의 협력 등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기관은 외국인 근로자의 초기 적응을 지원해야 하고, 내국인 직원은 교육과 멘토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일본어 학습과 업무 수행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결국 자격과 언어 기준이 존재하더라도 현장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도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본 사례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언어의 문제이다. 돌봄 현장의 언어는 단순한 생활 일본어와 다르다. 이용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고, 치매 노인의 반복적 표현을 이해하며,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나 이상 징후를 기록·보고해야 한다. 개호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는 일상 회화를 넘어 직무 수행, 안전관리, 관계 형성을 위한 전문적 언어 능력에 가깝다. 일본이 외국인 개호 인력에게 일본어 능력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언어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외국인 인력 유입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언어 기준을 어떻게 단계화할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로 남 는다.

프랑스는 일본과는 다른 제도적 맥락 속에서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의 특징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공공 장기요양 지원체계와 사회서비스 전통을 바탕으로 노인 돌봄과 가정지원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대표적으로 개인자율수당(Allocation personnalisée d’autonomie, APA)은 노인의 돌봄 필요도와 자율성 상실 정도에 따라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구조는 돌봄을 가족의 사적 책임으로만 두지 않고 공공지원체계 안에 포함시키려는 프랑스식 접근을 보여준다.

그러나 프랑스 역시 내국인 돌봄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인력 격차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돌봄노동은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불안정한 근로조건 때문에 내국인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가정지원과 장기요양서비스 영역에서는 이주 배경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서비스와 민간서비스, 지역사회 돌봄의 경계 속에서 활동하며, 그 과정에서 언어 능력, 직업훈련, 자격 인정, 사회통합 지원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Keith & Cissoko, 2024).

프랑스 모델의 특징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완전히 가족고용 중심의 사적 노동시장에 맡기지 않고, 공공 장기요양 지원과 직업훈련 체계 안에 편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민간 공급자와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기관의 역할을 함께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프랑스어 능력, 자격 인정, 직업훈련, 노동권 보호, 사회통합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경험한다. 결국 프랑스 사례는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공공성, 직업훈련, 사 회통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격과 직업훈련의 연결이다. 돌봄서비스는 노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노동이지만 동시에 이용자의 안전과 존엄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 있는 노동이다. 따라서 프랑스는 가정지원과 요양,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직업훈련과 자격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려는 방향을 취해 왔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본국에서의 경력이나 교육을 인정받는 문제, 프랑스어 능력, 현장 직무에 필요한 보 충훈련이 중요한 과제로 나타난다. 이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이 단순한 취업 허가가 아니라 역량 인정과 재훈련의 문제를 포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프랑스 역시 제도적 일관성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지역별·기관 별로 교육과 지원 수준이 다르고, 민간 공급자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품질관리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제도 안에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편입하려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역 자원, 기관 역량, 재정 여건에 따라 서비스 질과 노동조건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Macdougald, 2023; Keith & Cissoko, 2024). 이는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기준뿐 아니라 지역과 기관 수준의 실행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랑스 사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언어·문화 지원과 사회통합의 문제이다. 이주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어 능력뿐 아니라 프랑스 사회서비스 제도, 이용자와 가족의 기대, 노동권과 권리구제 절차를 이해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과 사회적 수용성의 조건이다. 이용자와 가족이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신뢰하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기관 역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본과 프랑스 사례는 몇 가지 공통된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돌봄은 일정한 자격과 교육이 필요한 노동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이용자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직무 역량과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둘째, 언어교육은 단순한 회화 교육이 아니라 직무 수행과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셋째, 교육은 일회성 과정이 아니라 현장 적응, 보수교육, 기관 지원과 연결되어야 한다. 넷째, 자격과 언어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 기준 설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교육과 자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노동권 보장, 체류 안정성, 경력 경로, 사회통합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과 프랑스의 경험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과 유학생 연계, 전문 외국인근로자 활용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 고용허가 방식보다 교육과 자격을 결합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프랑스 사례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한국이 주의해야 할 점은 교육기관을 지정하거나 자격취득 경로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제도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육과 자격은 제도의 시작일 뿐이며, 실제 현장 배치, 노동조건, 서비스 질 평가, 사회적 수용성, 지역사회 정착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자격·언어·교육 중심 모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라 전문성과 신뢰를 갖춘 돌봄 주체로 보려는 접근이다. 한국이 이 모델을 참고한다면 빠른 인력 확보를 넘어, 안전한 노동환경과 이용자 신뢰, 숙련 축적이 가능한 제도적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일본과 프랑스 사례는 품질 관리와 현실적 충원 가능성의 균형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

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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