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제도 정합성: 부처와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실패한다
5. 범부처 협력 거버넌스는 왜 필요한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단일 부처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이 제도는 장기요양보험, 이민정책, 노동정책, 교 육정책, 지역사회 통합, 재정정책이 동시에 연결되는 복합 정책 영역에 속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생활하며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이자 노동자이다. 따라서 입국과 체류, 교육과 자격, 노동권 보호, 지역사회 정착, 장기요양 재정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만 분리해 설계할 경우 현장에서는 쉽게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범부처 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정책 목표 자체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목적은 단순한 인력 충원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 질 유지와 이용자·가족의 신뢰 확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보장,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 보호, 지역사회 수용성, 장기요양보험 재정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단순 인력정책이 아니라 돌봄체계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사회정책이다.
이러한 복합 목표는 정책수단 간 긴밀한 연계를 요구한다. 보건복지부가 교육과 자격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법무부의 체류제도가 장기근속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숙련은 축적되기 어렵다. 반대로 체류제도가 안정적이어도 노동권 보호가 미흡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취약한 노 동환경에 놓일 수 있다. 또한 노동권 보호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장기요양기관 평가와 수가체계가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개별 정책의 우수성이 아니라 정책간 정합성과 연계성이다.
범부처 거버넌스는 책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노동, 돌봄, 체류, 지역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다. 계약 외 업무 강요, 휴게시간 미보장, 언어 문제로 인한 가족 갈등은 단순 노동문제가 아니다. 이는 장기요양서비스 관리, 기관 책임, 체류 안정성, 권리구제 절차가 함께 연결된 문제이다. 각 기관이 이를 “자신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판단한다면 노동자는 제도 사이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범부처 협력은 단순 행정협조가 아니라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한 장치이다.
초기 제도 설계의 방향도 중요하다. 사회정책은 한 번 특정 방식으로 설계되면 이후 수정이 쉽지 않은 경로의존성을 갖기 때문이다 (Pierson, 2000).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처음부터 저비용 대체 인력으로 규정하면 이후 권리와 임금, 경력체계를 개선하려 할 때 큰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높은 자격과 언어 기준만 강조하면 실제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해 비공식 고용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인력 충원, 서비스 질, 노동권, 체류 안정성,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어느 한 부처의 판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적 수용성 확보 역시 범부처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용자와 가족은 외국인 근로자가 부모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지 불안을 가질 수 있고,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임금과 일자리 위축을 우려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체류 안정성과 차별, 권리침해를 걱정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은 단순 홍보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적 수용성은 신뢰 가능한 제도 구조에서 형성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자격, 노동권, 체류 안정성, 기관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범부처 협력 거버넌스는 형식적 협의체 수준에 머물러서는안 된다. 보건복지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뿐 아니라 요양기관, 노동자 대표, 이용자와 가족, 교육기관, 외국인 지원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핵심은 공동 목표와 기준, 데이터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다중 행위자의 협력 없이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선발과 입국 전 단계부터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입국 전에는 직무 내용과 임금, 근로시간, 체류 조건, 권리구제 절차가 충분히 안내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돌봄 직무와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법무부는 체류 요건을 관리하며, 고용노동부는 공정 모집과 표준근로계약, 과도한 중개비 방지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입국 전 관리가 부실하면 이후의 갈등과 권리침해는 결국 현장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 훈련도 단순 한국어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윤리와 노인 인권, 치매 의사소통, 감염관리, 응급대응, 가족 응대, 노동권과 지역사회 적응까지 포함하는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입국 전 기초교육, 입국 후 브리징 교육, 현장실습과 멘토링, 보수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교육은 체류제도와 기관 평가, 노동권 보호와 연계될 때 실질적인 품질관리 체계로 기능할 수 있다. 교육이 따로, 체류가 따로, 현장 관리가 따로 움직이면 제도는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체류 안정성과 경력체계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일정 수준의 교육과 자격, 경력을 갖춘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 체류 연장과 자격 상향 기회를 제공하면 장기근속의 동기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체류가 특정 기관에 과도하게 종속될 경우 노동자는 권리침해를 신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 피해자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체류 안정성은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숙련 축적과 권리 행사의 기반이어야한다.
노동권 보호는 서비스 품질과도 직접 연결된다. 임금 체불과 장시간 노동, 차별과 폭언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돌봄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요양기관 평가에는 표준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권리 안내, 휴게시간 관리, 상담 연계, 멘토링 운영, 장기근속률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노동권 보장은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니라 돌봄 품질관리의 핵심 요소이다. 좋은 노동조건 없이 좋은 돌봄은 지속되기 어렵다.
재정 지원 체계 역시 거버넌스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교육과 통역, 멘토링, 상담, 정착지원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외국인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면 부채와 취약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관이나 가족에게만 부담시키면 서비스 질 저하와 비공식 고용 증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보험 수가와 정부 재정, 지자체 지원, 기관 책임을 결합한 재정 구조가 필요하다. 권리보장과 교육, 정착지원은 부가 비용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지역사회 정착지원도 중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기관 안에서만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이다. 주거와 상담, 생활 한국어, 정신건강 지원, 커뮤니티 연결, 차별 대응 체계가 부족하면 노동자는 쉽게 고립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와 공단, 요양기관, 외국인 지원기관이 협력하여 정착지원 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지역사회 적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체계 안정성과 연결된 구조적 문제이다.
데이터 기반 평가와 정책 환류도 범부처 협력의 핵심 기능이다. 교육 이수율, 장기근속률, 권리침해 상담, 서비스 사고, 가족 만족도, 지역사회 정착 수준 등의 정보는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책은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렵다. 데이터 통합은 단순 감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 개선과 권리보호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정보 접근권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정책은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시 제도 개선으로 되돌리는 환류 구조를 가져야 한다.
특히 외국인 돌봄근로자 당사자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교육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갈등이 반복되는지, 권리구제 절차가 왜 접근하기 어려운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제도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정책 형성과 개선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보장뿐 아니라 제도 자체의 현실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조건이다.
범부처 협력 거버넌스는 중앙정부 차원의 협의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제도 기준과 재정, 체류와 노동권 보호의 원칙을 마련해야 하지만, 실제 실행은 지역사회와 장기요양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앙정부 협의체와 함께 지역 단위 실행체계가 필요하다.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요양기관, 노동권익기관, 외국인 지원기관, 교육기관이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는 중앙에서 설계되지만, 신뢰는 현장에서 형성된다.
결국 범부처 협력 거버넌스는 선택이 아니라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필수조건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단순 인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 노동권, 사회적 수용성, 재정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연결된 정책 영역이다. 부처와 기관이 분절적으로 움직일 경우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제도의 빈틈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동 목표와 기준 아래 협력 구조가구축된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 대체 인력이 아니라 교육받고 권리를 보장받으며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돌봄체계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좋은 돌봄은 좋은 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제도와 책임 구조,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협력 거버넌스가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가 가능해진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부 처별 사업을 하나씩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돌봄·이민·노동·교육·지역사회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형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정합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