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디에서 나온 정보인지에 따라 확인해야 할 부분이 달라진다. 인터넷에서는 하나의 자료가 기사와 블로그, 영상, SNS를 거치면서 여러 번 다시 전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자료에 있던 조건이 빠지거나 판단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수치나 연구 결과라면 가능한 한 처음 만들어진 자료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좋다. 누가 작성했으며 어떤 기관이 발표했는지도 자료의 성격과 전문성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작성된 날짜뿐 아니라 글에서 사용한 자료가 실제로 만들어진 시점도 확인해야 한다. 정보가 만들어진 목적까지 살펴보면 어떤 내용이 강조되거나 생략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더 주의 깊게 판단할 수 있다.
1)최초 출처 찾기
인터넷의 정보는 원래 자료를 직접 보여 주기보다 다른 글이 소개한 내용을 다시 옮긴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를 뉴스가 보도하고, 블로그가 그 기사를 요약하며, SNS에서 다시 한 문장으로 줄여 공유할 수 있다. 전달 단계가 늘어날수록 조사 대상이나 조건, 판단의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중요한 수치와 연구 결과를 발견하면 그 내용이 처음 제시된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원자료를 확인하면 누가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조사했으며 실제 결과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알 수 있다. 재인용된 문장과 원래 자료의 의미가 같은지도 비교할 수 있다.
“한 SNS 게시물에는 ‘하루 10분만 운동해도 학생의 학습 능력이 30퍼센트 향상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게시물은 한 건강 블로그를 출처로 제시했고, 블로그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연결해 놓았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짧은 운동이 일부 인지 과제의 수행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었다. 실제 연구에는 성인 참가자 40명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10분 동안 가벼운 운동을 한 뒤 특정한 주의력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에서 30퍼센트 향상된 것은 모든 학습 능력이 아니라 한 과제에서 나타난 평균 반응 속도였다. 연구자는 결과를 학생 전체나 장기간의 학습 효과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SNS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상과 측정 내용, 연구의 제한이 빠지고 결론은 더 강하게 바뀌었다.”
SNS 게시물만 보면 10분 운동이 모든 학생의 학습 능력을 30퍼센트 높인다는 결론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초 연구의 대상은 학생이 아니라 성인 참가자 40명이었다. 연구에서 측정한 것도 학습 능력 전체가 아니라 특정한 주의력 과제의 반응 속도였다.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은 전달 과정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라는 확정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또한 하나의 과제에서 나타난 단기적인 결과가 모든 학습 활동에 적용되는 것처럼 범위가 넓어졌다. 원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다. 최초 출처는 재인용 과정에서 무엇이 빠지거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정보의 전달 경로를 확인할 때는 각 글이 서로 독립된 근거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SNS와 블로그, 뉴스 기사에 같은 내용이 실려 있어도 모두 하나의 연구를 인용했다면 근거가 세 개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여러 사이트에서 반복된다는 사실은 정보가 많이 퍼졌다는 뜻이지 여러 연구에서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 모든 생활 정보를 최초 출처까지 추적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이나 정책,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용할 정보라면 원자료 확인의 필요성이 커진다. 원문을 모두 읽기 어렵다면 연구의 대상과 방법, 핵심 결과, 제한점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검색 결과의 제목이나 짧은 요약보다 최초 자료의 표현을 우선해야 한다.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는 습관은 전달 과정에서 달라진 의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2)작성자와 기관 확인하기
정보를 누가 작성했으며 어느 기관이 발표했는지는 자료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작성자가 해당 주제를 연구하거나 실제 업무에서 다루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자료를 만들 능력과 책임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명한 사람이나 공신력 있어 보이는 기관의 이름만으로 내용이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에도 적용되는 분야가 있으며 기관의 자료에도 조사 방법과 범위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작성자의 이름뿐 아니라 어떤 근거와 방법을 이용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 건강 블로그에는 ‘성인은 하루에 반드시 물을 4리터 이상 마셔야 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을 건강 전문가라고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전공이나 자격, 참고 자료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한 보건기관의 안내문은 일반적인 수분 섭취 원칙을 설명하면서 필요한 양은 체격과 활동량, 날씨,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안내문에는 자료를 검토한 연구진과 참고 문헌, 작성 날짜도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건기관의 자료 역시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의 개인적인 섭취량까지 결정해 주지는 않았다. 블로그의 글은 모든 성인에게 하나의 수치를 적용했고, 기관의 안내문은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혔다. 두 자료는 작성 주체뿐 아니라 결론의 범위와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작성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려면 단순히 ‘전문가’라는 소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떤 분야를 공부하거나 연구했는지, 해당 내용과 관련된 경험이나 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강 전반을 다루는 사람이라도 모든 질환과 영양 문제에 같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제시문에서 블로그 작성자는 구체적인 자격과 근거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주장에 사용한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보건기관의 자료는 작성자와 참고 문헌, 적용 조건을 밝혀 독자가 내용을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출처가 분명하다는 것은 단순히 기관 이름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정보가 만들어진 과정과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누가 작성했는지는 자료를 검토할 첫 단서가 된다.
그렇다고 기관 자료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기관의 일반적인 안내도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 활동 환경까지 모두 반영하지는 못할 수 있다. 작성자와 기관을 확인한 다음에는 그 자료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범위까지 설명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서로 다른 수치가 제시되었다면 어느 한쪽의 이름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조사 대상과 측정 기준, 자료 시점을 비교해야 한다. 개인 블로그가 정확한 원자료를 충실하게 소개할 수도 있고, 기관 자료가 오래되어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작성자와 기관은 신뢰 여부를 즉시 결정하는 도장이 아니라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정보이다. 출처의 권위와 자료의 실제 근거를 함께 살펴볼 때 더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다.
3)작성 시점 확인하기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언제 작성된 자료인지 확인해야 한다. 법과 제도, 가격, 기술, 통계처럼 변화가 잦은 정보에서는 시점이 특히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확했던 내용도 제도가 바뀐 뒤에는 현재 상황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오래된 자료라고 해서 모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상황이나 변화 과정을 이해하려면 당시 작성된 자료가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싶은 내용과 자료가 만들어진 시점이 서로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
“민서는 청년 지원금의 신청 자격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의 첫 번째 블로그에는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글의 화면 위쪽에는 올해 날짜가 표시되어 있어 민서는 최신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의 내용을 자세히 보니 6년 전에 작성한 글의 게시 날짜만 최근에 수정된 것이었다. 블로그가 인용한 안내문도 이전 제도의 기준을 설명한 자료였다. 올해 발표된 공식 안내에서는 연령뿐 아니라 거주 기간과 소득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민서는 글이 마지막으로 수정된 날짜와 그 안에서 사용한 자료의 날짜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의 신청 자격을 알고 싶다면 과거 안내문보다 올해의 공식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이전 제도에서는 연령 조건만 적용했더라도 현재는 거주 기간과 소득 기준이 추가되었을 수 있다. 제시문의 블로그는 최근 날짜가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과 출처는 6년 전 자료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화면에 보이는 게시 날짜만으로 정보의 최신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글이 언제 작성되거나 수정되었는지와 글에서 인용한 통계나 안내문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올해 작성된 기사도 오래된 통계를 사용할 수 있고, 예전에 작성한 글이 내용 수정 없이 날짜만 갱신될 수도 있다. 최신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현재 적용되는 공식 자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과거 상황을 알고 싶은 질문이라면 오래된 자료가 더 적절할 수도 있다. 6년 전 청년 지원 제도의 기준을 조사한다면 당시의 공식 안내문이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오래된 자료의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그것을 현재 상황에 맞는 정보처럼 사용하는 데 있다. 연구 자료도 기본 이론을 설명하는 데에는 오래된 문헌이 중요할 수 있지만 현재의 통계나 기술 수준을 설명하려면 최근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료의 최신성은 단순히 날짜가 가장 새로운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알고 싶은 시점과 자료가 설명하는 시점이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작성일과 자료 기준일을 함께 확인하면 과거 정보를 현재 정보로 잘못 받아들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4)자료가 만들어진 목적 살펴보기
정보는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과 구성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보고서와 제품을 판매하려는 광고는 같은 수치를 사용하더라도 제시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정책 안내문과 그 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서로 다른 목적에서 같은 제도를 다룬다. 자료의 목적을 알면 왜 특정한 내용이 앞에 나오고 다른 내용은 작게 제시되거나 생략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작 목적만 보고 내용을 무조건 믿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 실제로 어떤 근거가 제시되었으며 중요한 조건이 충분히 공개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한 회사는 새로 출시한 학습 앱을 소개하며 ‘사용자 90퍼센트가 학습 효과를 경험했다’라는 광고를 게시했다. 광고 화면에는 90퍼센트라는 숫자가 크게 표시되었지만 조사 방법은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유료 서비스를 3개월 이상 계속 이용한 회원 100명이었다. ‘학습 효과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성적 자료가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느낀 만족감과 도움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나온 결과였다. 앱을 중간에 그만둔 사람과 무료 체험만 이용한 사람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는 거짓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의 응답을 중심으로 효과를 강조했다. 광고의 목적과 조사 조건을 함께 확인하자 90퍼센트라는 숫자를 해석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분명해졌다.”
광고의 목적은 제품의 특징을 알리고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제품의 장점과 긍정적인 결과가 눈에 띄게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제시문의 90퍼센트는 조사에 참여한 유료 회원 가운데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므로 계산 자체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 회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전체 이용자의 경험을 대표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효과를 객관적인 성적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느낀 도움으로 측정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학습 효과’라는 표현만 보면 실제 성취도가 향상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조사에서 측정한 내용은 그보다 제한적이다. 자료가 만들어진 목적과 조사 방법을 함께 살펴봐야 숫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기업이 만든 자료라고 해서 모두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기업은 제품에 관한 대규모 시험이나 상세한 이용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조사 대상과 비교 조건, 불리한 결과도 충분히 공개했는지 더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제도를 안내하는 데 초점을 두고 비판적인 쟁점을 짧게 다룰 수 있으며, 시민단체는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부정적인 사례를 강조할 수 있다. 연구 보고서도 특정한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부 대상과 측정 방법을 선택한다. 따라서 목적은 자료의 진위를 바로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강조되거나 빠졌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 주는 단서이다. 자료의 종류와 목적을 파악한 뒤 실제 근거와 공개된 조건을 검토해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보를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