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9. 메타버스 기반 사회복지서비스의 활용
2. 가상 복지관 및 원격상담 서비스
1) 원격 심리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원격 심리상담과 메타버스 기반 교육 프로그램은 사회복지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실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영역으로, 기존 서비스 체계를 즉각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수단으로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관리, 청소년 상담, 복지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접근성 개선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관 찰되면서, 제한적 범위 내에서 활용 경험이 축적되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먼저 정신건강 및 청소년 상담 영역에서 원격 심리상담은 상담 접근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복지관이나 상담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상담이 가능했으나, 온라인 상담이나 가상현실(VR)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에서도 전문적인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일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리, 시간, 낙인 부담 등으로 상담 이용이 어려웠던 아동·청소년에게 새로운 접근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VR 기반 심리상담은 실제와 유사한 가상공간을 활용하여 불안이나 두려움을 유발하는 상황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이에 대한 대처 전략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발표 불안이나 대인기피 증상이 있는 청소년이 VR 환경에서 사회적 상황을 단계적으로 경험할 경우, 실제 상황에서의 긴장 완화와 자기 효능감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치료적 개입 이전 단계에서 활용되는 예방적 정신건강 사회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채팅 상담이나 영상 상담과 같은 온라인 상담 서비스는 청소년에게 익숙한 소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참여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문자나 영상 기반 상담은 전화 상담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적어, 기존 상담 체계에 접근하지 못했던 집단의 이용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상담이 제한되었던 경험을 계기로, 원격 상담은 위기 상황에서도 서비스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적 전달 방식으로 인식되며 제도적 관심이 확대되었다.
한편 메타버스와 원격 플랫폼은 복지교육과 직업훈련 영역에서도 보조적 학습 환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복지사나 예비 종사자가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기관이나 연수 장소를 직접 방문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가상공간에 아바타로 참여하여 학습과 실습을 병행하는 형태의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교육 참여가 어려웠던 직장인, 지방 거주자, 돌봄 종사자에게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메타버스 기반 교육에서는 사회복지기관의 면접 상황, 사례회의, 위기 대응 장면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학습자가 아바타를 통해 역할 수행과 의사결정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현장과 유사한 상황을 비교적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 학습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실무 이해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 교육 방식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호주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 교육 기준을 개정하고, 온라인 실습과 원격 교육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AASW, 2024). 이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추어 사회복지 전문직 교육의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이론 교육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 전문직 윤리,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원격 심리상담과 메타버스 기반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 대면 서비스와 교육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접근성과 학습 기회를 확장하는 보완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모든 상담 유형이나 교육 과정을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중증 사례나 관계 형성이 핵심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대면 개입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대면과 비대면, 디지털 기술과 인간 전문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혼합형 서비스 및 교육 모델을 중심으로 효과성과 윤리적·제도적 기준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갈 필요가 있다.
2) 가상 공간 내 커뮤니티 형성
가상공간 내 커뮤니티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새로운 실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는 전통적 대면 공동체를 대체하기보다는 사회적 연결을 보완·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함께 온라인 참여가 증가하면서, 가상 커뮤니티는 정보 교환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서적 지지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점진적으로 기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디지털 참여 확대는 가상 커뮤니티의 사회적 의미를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SNS나 메신저를 통한 소통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는 데 일정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참여는 여가 활동을 넘어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며, 사회복지 정책에서 디지털 포용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각국은 디지털 포용을 기반으로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 기준을 개선하고 공공 플랫폼의 설계를 보완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웹 접근성 지침(WCAG 2.2) 은 포용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W3C, 2025).
정책 및 서비스 현장에서도 가상 커뮤니티의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Virtual Worlds for People’ 전략을 통해 메타버스 기반 커뮤니티 공간을 공공서비스와 복지 영역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가상 마을이나 디지털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지역 복지, 환경 개선, 공공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참여 방식은 시민을 정책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의견 제시자이자 협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실험적 시도로 평가되며,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연대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4).
영국에서는 정부 디지털서비스국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웹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근성과 상호작용 기능을 개선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글자 크기 조절, 음성 안내, 자막 제공 등의 기능 확충을 통해 고령자와 장애인의 참여 장벽을 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공공 커뮤니티와 복지 포럼의 참여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Government Digital Service, 2024).
의료·복지 영역에서도 가상 커뮤니티는 정서적 지지와 경험 공유를 제공하는 보조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성질환자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 경험과 감정 상태를 공유하고 상호 지지를 제공받으며, 이는 자가관리 역량과 심리적 안정감 형성에 일정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나 우울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생활 관리 정보와 정서적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 이용자의 지속적 관리 동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참여를 확장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성인이 SNS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공공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세대 간 사회참여 격차를 완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Ofcom, 2024).
다만 가상공간 내 커뮤니티가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접근성의 격차, 정보 신뢰성 문제, 익명성에 따른 부작용, 관계의 지속성 한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온라인 상호작용만으로는 대면 관계에서 형성되는 깊이 있는 신뢰와 돌봄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종합하면 가상공간 내 커뮤니티는 정보 교환과 정서적 지지, 사회참여를 보완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복지 환경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현재 단계에서는 대면 공동체를 대체하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망을 확장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접근성 보장, 신뢰성 관리, 윤리적 운영 기준을 함께 강화함으로써, 디지털 공간에서의 관계 중심 돌봄과 참여 중심 복지가 균형 있게 구현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3) 비대면 복지의 장점과 한계
비대면 복지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함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 방식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복지 이용자가 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상담이나 신청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상담, 행정 신청, 교육, 의료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일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 접근성을 확대하는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한계와 과제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비대면 복지의 주요 장점은 접근성과 효율성의 개선이다. 온라인 기반 사회서비스는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 장애인, 농촌 거주자에게 물리적 부담 없이 복지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한다. 또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와 실시간 정보 활용을 통해 복지 수요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어, 서비스 제공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특성은 비대면 복지가 기존 대면 중심 전달체계를 보완하는 수단 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대면 복지의 확대는 디지털 격차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반한다. 정보기기 활용 능력과 디지털 이해도의 차이는 복지 정보 접근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고령층과 장애인은 오히려 비대면 환경에서 서비스 이용이 더욱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특히 복잡한 인증 절차, 기기 조작의 부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참여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비대면 복지가 실질적인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 확충과 함께 이용자 수준에 맞춘 지원, 디지털 역량 강화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대면 복지가 지속 가능한 사회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서비스 품질 관리와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기된다. 비대면 환경에서는 상담 기록, 영상·음성 자료, 채팅 내용 등 개인의 감정 상태와 사생활이 포함된 민감한 정보가 다루어지므로, 개인정보 보호는 사회복지 실천에서 더욱 중요한 윤리적 기준으로 부각된다. 상담 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보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여 관리되어야 하며, 명확한 목적과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은 비대면 상담에서도 대면 상담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된 상담 도구가 활용되는 경우에도, 상담의 중심은 인간 상담자의 전문적 판단과 공감 능력에 있어야 한다. 기술은 상담자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접근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관계 형성과 윤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 전문직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은 상담자의 결정을 지원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상담 결과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지지 않도록 제도적 관리가 요구된다.
종합하면 비대면 복지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접근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디지털 소외와 윤리적 신뢰 문제가 함께 관리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향후 비대면 복지는 기술 중심의 확대보다는 인간 중심 설계, 디지털 포용, 그리고 신뢰 가능한 서비스 품질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