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복잡한 생각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생각이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어도 그것을 실제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시 복잡해질 수 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설명도 듣는 사람에게는 길고 어려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특히 정확하게 설명하려는 사람일수록 빠뜨린 내용이 있을까 걱정해 배경과 예외, 조건을 한꺼번에 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내용을 한 문장 안에 담는다고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내용과 부수적인 내용의 경계가 흐려져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짧고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필요한 내용을 무조건 줄이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조건과 이유까지 없애면 말은 짧아지지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내용을 남겨두면 정확해 보일 수는 있어도 상대가 핵심을 찾기 어려워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중요한 내용은 충분히 남기고, 이해를 방해하는 복잡함만 덜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장을 짧게 만드는 것보다 먼저 생각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보조인지 구분해야 한다.
앞의 장에서 우리는 결론을 먼저 정하고 이유와 근거를 연결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렇게 정리된 생각을 실제 말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이다.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지, 추상적인 표현을 어떻게 구체적인 말로 바꾸는지, 복잡한 절차와 숫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장의 목적은 말을 더 짧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듣는 사람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크기로 생각을 나누어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있다.
1. 한 문장에는 하나의 중심 내용을 담는다
복잡한 말의 가장 흔한 특징은 한 문장 안에 여러 판단과 사실, 원인과 대안을 동시에 넣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내용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문장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첫 번째 내용을 이해하는 동안 두 번째 조건과 세 번째 판단이 계속 붙으면 문장의 앞부분을 기억하면서 뒤의 의미까지 연결해야 한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억과 판단의 부담도 커진다. 다음과 같은 말을 생각해보자.
신청자가 예상보다 40퍼센트 증가했고 담당 인력은 기존과 같으며 반복 문의가 전체 문의의 절반을 차지해서 평균 처리기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어났기 때문에 자동안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인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 하나하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청자 증가, 인력, 반복 문의, 처리기간, 자동안내, 추가 인력이라는 여섯 가지 내용이 한 문장에 들어 있다. 듣는 사람은 무엇이 현재 상태이고 무엇이 원인이며 무엇이 해결책인지 스스로 구분해야 한다. 다음처럼 나누어볼 수 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40퍼센트 증가하면서 평균 처리기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었습니다. 담당 인력은 그대로인 데다 반복 문의가 전체 문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 문의를 줄이는 자동안내와 인력 재배치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정보는 거의 그대로이지만 세 문장의 역할은 분명하다. 첫 문장은 현재 상황, 두 번째 문장은 원인, 세 번째 문장은 대응 방향을 말한다. 한 문장에 모든 내용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각각의 내용을 이해한 뒤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사실과 판단도 가능한 한 구분하는 편이 좋다. “최근 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담당자들의 대응도 충분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합니다.”라는 문장에는 사실과 평가가 섞여 있다. 무엇이 ‘크게 늘었다’는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를 “최근 한 달간 관련 민원이 이전 달보다 증가했습니다. 특히 처리기한에 관한 문의가 반복되고 있어 현재 안내 방식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라고 나누면 사실과 판단의 경계가 보인다.
상태와 요청을 한 문장에 모두 넣는 경우도 많다. “현재 인력으로는 이번 주까지 검토를 끝내기 어렵고 다른 업무도 밀리고 있으므로 인력을 한 명 지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과 요청이 붙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어느 부분을 먼저 판단해야 하는지 모호할 수 있다. “현재 인력으로는 이번 주까지 검토를 완료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업무 일정까지 고려하면 검토 인력 한 명의 추가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나누면 요청이 더 선명해진다.
문장을 나눈다고 무조건 짧은 문장을 여러 개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청자가 늘었습니다. 직원은 같습니다. 문의도 많습니다. 처리기간이 늘었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처럼 지나치게 잘게 끊으면 내용 사이의 관계가 사라진다. 필요한 것은 문장을 조각 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중심 역할을 주는 것이다. 상태를 말하는 문장,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 판단을 보여주는 문장, 행동을 제안하는 문장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쉬워진다.
문장이 복잡해졌다고 느껴질 때는 접속어를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하지만’, ‘때문에’, ‘반면’, ‘그래서’, ‘그러므로’가 한 문장에 여러 번 등장한다면 그 안에 여러 생각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모든 연결을 한 문장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중심 판단을 먼저 정한 뒤 필요한 관계를 문장 사이에서 보여주는 편이 낫다.
좋은 문장은 짧은 문장이 아니라 한 번에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분명한 문장이다. 듣는 사람이 한 문장을 들은 뒤 “그래서 이 문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라고 다시 정리해야 한다면 내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