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잘 듣는 사람이 핵심을 더 빨리 잡는다
2. 긴 말 속에서는 문제와 원하는 결과를 찾아야 한다
사람은 언제나 핵심부터 말하지 않는다. 문제가 복잡하거나 감정이 섞이면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설명하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자신이 얼마나 답답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사례를 한꺼번에 꺼내기도 한다. 듣는 사람까지 모든 세부사항을 같은 비중으로 따라가면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긴 말을 들을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 상대가 결국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아야 한다. 고객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보자.
지난주에 신청서를 냈고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는 문자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추가서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 신청할 때는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고 홈페이지에서도 잘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번 주 안에 결과가 필요한데 지금 다시 서류를 내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겠고, 전화를 해도 연결이 잘 안 됩니다.
여러 문제가 섞여 있다. 추가서류 안내가 늦었다는 점,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 전화 연결이 어렵다는 점이 모두 나온다. 그러나 이 사람이 지금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것보다 필요한 서류가 무엇이고 이번 주 안에 처리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럴 때 세부적인 불만 하나하나에 바로 답하면 오히려 대화가 길어진다. “홈페이지에는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요즘 전화가 많이 와서 연결이 어렵습니다”라고 각각 설명하다 보면 상대가 가장 알고 싶은 처리 가능 시점은 뒤로 밀린다. 먼저 “추가서류와 예상 처리일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신청 번호를 확인해서 오늘 안에 안내드리겠습니다.”라고 핵심 요구부터 정리하는 편이 낫다.
업무 보고를 들을 때도 문제와 원하는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요즘 업무가 너무 많고 다른 팀에서도 계속 자료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번 주에 회의자료까지 준비해야 해서 일정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단순히 힘들다는 호소인지, 우선순위를 정해달라는 것인지, 일정 조정이나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말을 듣고도 필요한 대응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결과를 항상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해야 합니까?”라고 말할 수 있고,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묻기도 한다. 문장 형태는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절차 변경이나 일정 확인을 요구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긴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떤 문제를 말했는가?”와 함께 “이 대화가 끝날 때 무엇이 해결되기를 원하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상대의 말을 지나치게 빨리 요약해서도 안 된다. 충분히 듣지 않고 “결국 일정만 알려달라는 말씀이시죠?”라고 단정했는데 상대에게는 반복된 안내 오류에 대한 개선도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을 추정했다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이번 주 안에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추가서류 안내가 늦어진 경위도 함께 확인해드리면 될까요?”처럼 묻는 것이다.
좋은 듣기는 긴 말을 짧게 자르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말한 여러 내용 가운데 현재 해결해야 할 중심 문제와 원하는 결과를 찾아 대화의 방향을 세우는 일이다. 이 능력이 생기면 상대의 이야기가 길더라도 자신까지 길게 답할 필요가 없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