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작은 표현이 의미의 범위를 바꾼다
글의 뜻을 크게 바꾸는 것은 어려운 낱말만이 아니다. ‘일부’, ‘대부분’, ‘가능하다’, ‘상당히’, ‘경우에 따라’와 같은 짧은 표현도 문장의 의미를 결정한다. 이러한 말은 내용이 적용되는 대상의 범위를 정하거나 판단의 확실성과 변화의 정도를 조절한다. 이를 놓치면 제한된 내용을 전체에 적용하거나 가능성으로 제시된 내용을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기사나 조사 결과, 연구 보고서, 안내문을 읽을 때에는 이러한 표현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짧은 말일수록 가볍게 넘기지 말고 그 말이 문장의 의미를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일부·대부분·모두의 차이
‘일부’, ‘대부분’, ‘모두’는 어떤 내용이 적용되는 대상의 범위를 나타낸다. ‘일부’는 전체 가운데 한 부분을 뜻하고 ‘모두’는 예외 없이 전체를 뜻한다. ‘대부분’은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위를 나타내지만 몇 퍼센트부터 대부분으로 볼 것인지는 항상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일부 학생’, ‘대부분의 학생’, ‘모든 학생’은 같은 수의 학생을 가리키지 않는다. 범위를 나타내는 표현 하나가 달라지면 전달되는 사실의 크기와 글을 읽는 사람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조사 결과를 읽을 때에는 범위 표현이 실제 인원이나 비율과 맞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학생회는 축제 운영 방식에 관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전체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240명이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192명은 축제 기간을 이틀로 늘리는 방안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축제 기간 연장에 찬성한 셈이다. 다만 전체 학생 가운데 60명은 설문에 참여하지 않아 이들의 의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찬성한 학생 중 일부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학생회는 설문에 참여한 학생 모두가 아무런 조건 없이 기간 연장에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응답자 다수가 기간 연장을 원한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전체 학생의 의견이 완전히 같다는 뜻은 아니다.”
제시문에서 설문에 응답한 학생은 240명이고, 그중 192명이 축제 기간 연장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80퍼센트가 찬성했으므로 이들을 ‘응답자의 대부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전체 학생 300명 가운데 60명은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은 알 수 없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기간 연장에 찬성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찬성한 학생 가운데에도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학생이 일부 있었다. 같은 찬성 의견이라도 세부적인 입장까지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모두’, ‘일부’를 구별해야 조사 결과를 실제보다 넓게 해석하지 않을 수 있다.
범위를 나타내는 말은 원문을 요약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일부 참가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에서 ‘일부’를 빼고 ‘참가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고만 쓰면 모든 참가자에게 나타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대상에게 확인된 사실을 일부에게만 나타난 일처럼 바꾸면 원문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진다. ‘항상’, ‘자주’, ‘때때로’, ‘일반적으로’와 같은 표현도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와 범위를 조절한다. 이러한 말은 짧지만 생략하거나 바꾸었을 때 문장의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숫자가 제시되어 있다면 범위 표현과 실제 인원이나 비율이 맞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정확하게 읽는다는 것은 중심 내용뿐 아니라 그 내용이 누구에게 얼마나 넓게 적용되는지까지 확인하는 일이다.
2)가능하다·확실하다의 차이
글에는 판단의 확실성을 조절하는 다양한 표현이 사용된다. ‘가능성이 있다’, ‘예상된다’, ‘추정된다’, ‘확인되었다’, ‘분명하다’는 모두 같은 수준의 확실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은 글쓴이가 현재의 자료를 바탕으로 어디까지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가능성을 말하는 문장은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지 반드시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충분히 확인된 내용을 단순한 가능성으로 바꾸면 원문이 제시한 판단보다 약한 의미가 된다. 글을 요약하거나 다시 표현할 때에는 원문에 나타난 판단의 강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한 연구팀은 저녁 시간의 스마트폰 사용과 수면 상태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성인 500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한 집단에서 평균 수면 시간이 더 짧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녁 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참가자들의 생활을 일정 기간 관찰한 것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 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업무 시간, 스트레스, 카페인 섭취와 같은 다른 요인이 결과에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 부족을 일으킨다고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두 현상의 관련성을 보여 주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영향이 나타난다는 사실까지 증명한 것은 아니다.”
제시문에서 연구팀은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두 현상 사이에 관련성이 관찰되었지만 원인과 결과의 관계까지 확실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제시문에는 업무 시간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 내용을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 부족을 일으킨다’라고 바꾸면 원문보다 강한 판단이 된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반드시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라고 표현하면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의미가 더욱 강해진다. 이러한 결론은 제시문의 조사 결과가 확인한 범위를 넘어선다. 가능성으로 제시된 내용을 확정된 사실로 바꾸지 않아야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판단의 강도를 나타내는 표현은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수준의 근거를 전제로 한다. ‘추정된다’는 현재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상된다’는 앞으로 나타날 결과를 미리 판단할 때 주로 사용된다. ‘확인되었다’는 조사나 관찰을 통해 일정한 사실이 실제로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확인되었다’라는 표현이 나오기만 하면 모든 조건과 대상에서 같은 사실이 성립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 어떤 방법으로 확인되었는지는 자료의 내용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글을 읽을 때에는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그 결론을 어느 정도로 확실하게 말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3)정도를 나타내는 말
‘조금’, ‘크게’, ‘상당히’, ‘급격히’와 같은 표현은 상태나 변화의 정도를 나타낸다. ‘증가했다’와 ‘크게 증가했다’는 변화의 방향은 같지만 변화의 크기는 다르다. ‘감소했다’와 ‘소폭 감소했다’도 같은 내용으로 볼 수 없다. 정도를 나타내는 말은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와 그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된다. 이를 빼면 증가나 감소의 방향만 남고 변화의 크기에 관한 정보는 사라진다. 반대로 원문보다 강한 정도 표현을 사용하면 실제보다 큰 변화가 나타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 서점은 올해 상반기 분야별 도서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전체 글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퍼센트 증가했다. 서점은 이를 전체 판매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여행 도서가 8퍼센트 증가했고 어린이 과학 도서는 35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외국어 학습 도서의 판매량은 4퍼센트 감소했다. 일부 홍보 자료에서는 전체 글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지만 전체 증가율은 2퍼센트에 그쳤다. 어린이 과학 도서의 큰 폭 증가를 전체 글 판매의 변화와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제시문에서 전체 글 판매량은 2퍼센트 증가했고 서점은 이를 ‘소폭 증가’라고 설명했다. 판매량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증가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를 단순히 ‘증가했다’고 줄이면 방향은 남지만 변화가 작았다는 정보는 사라진다. ‘크게 증가했다’고 바꾸면 실제 2퍼센트의 변화를 원문보다 과장하게 된다. 어린이 과학 도서의 판매량은 35퍼센트 증가했으므로 전체 판매량보다 훨씬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큰 증가를 전체 글 판매의 큰 증가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변화의 정도를 읽을 때에는 어느 대상의 수치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다소’, ‘상당히’, ‘급격히’와 같은 말도 변화나 상태의 크기를 판단하게 한다. 다만 이러한 표현만으로는 정확히 얼마나 변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문장을 읽었다면 실제 증가량이나 증가율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교한 기간이 한 달인지 여러 해인지에 따라서도 같은 증가율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폭발적인 증가’, ‘압도적인 반응’, ‘획기적인 개선’처럼 매우 강한 표현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표현을 만났을 때에는 구체적인 수치와 비교 기준이 함께 제시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변화의 방향과 크기, 비교 대상과 기간을 함께 읽어야 수치가 보여 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4)조건과 예외를 나타내는 말
어떤 내용은 모든 사람과 상황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정한 자격이나 기준을 충족했을 때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건을 나타내는 표현은 어떤 사람이 언제 그 내용의 대상이 되는지를 정한다. 예외를 나타내는 표현은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를 알려 준다. 이러한 표현을 빼고 읽으면 제한된 내용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제도, 자격, 신청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문에서는 조건과 예외가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푸른나무재단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생활비 장학생을 모집한다. 신청일을 기준으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며 직전 학기 성적이 평균 80점 이상인 학생만 신청할 수 있다. 신입생은 직전 학기 대학 성적이 없으므로 성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장학금은 가구 소득이 재단에서 정한 기준 이하인 학생에게 지급한다. 다만 다른 기관에서 생활비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은 선발 대상에서 제외한다. 휴학생도 신청할 수 있지만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는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신청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신청서와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제시문에서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여러 조건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어야 하고 직전 학기 성적이 평균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신입생에게는 직전 학기 대학 성적이 없으므로 이 성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기관에서 생활비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은 제외한다’는 문장은 일반적인 신청 자격에 대한 예외를 제시한다. 휴학생은 원칙적으로 재학생이 아니지만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는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경우에 한해’는 휴학생의 신청 범위를 제한하는 표현이다. 조건과 예외를 하나라도 놓치면 자신이 신청 대상인지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조건과 예외를 나타내는 말에는 ‘만약’, ‘~인 경우’, ‘~해야’, ‘~에 한해’, ‘다만’, ‘단’, ‘~을 제외하고’ 등이 있다. 이러한 표현을 발견하면 그 앞뒤 내용을 한 덩어리로 묶어 읽는 것이 좋다. ‘만 18세 이상인 사람은 신청할 수 있다’에서 나이 조건을 빼면 모든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는 다른 의미가 된다. ‘도서관은 매일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다만 공휴일에는 오전 10시에 개관한다’에서 공휴일은 일반적인 운영 시간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이다. 조건은 누가 대상이 되는지를 정하고 예외는 일반 원칙에서 벗어나는 대상을 알려 준다. 안내문을 읽을 때에는 먼저 일반 원칙을 찾고 그다음 조건과 예외를 따로 표시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장의 적용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중심 내용뿐 아니라 그 내용이 성립하는 조건과 성립하지 않는 경우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