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숫자에서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숫자는 현상의 규모와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숫자에서 직접 확인되는 사실과 그 숫자의 원인이나 의미에 대한 해석은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수치가 정확하더라도 그 수치가 왜 나타났는지까지 자동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대상과 지역, 기간에서 얻은 결과라면 결론도 그 범위 안에서 내려야 한다. 원인이나 앞으로의 변화를 판단하려면 수치 외에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숫자를 읽은 뒤에는 확인된 내용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자료가 말해 주는 범위와 말해 주지 않는 부분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자료 읽기의 마지막 단계이다.
1)수치와 해석을 구별하기
수치는 조사나 기록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값을 보여 준다. 해석은 그 수치가 왜 나타났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하는 판단이다. 따라서 수치가 정확하다는 사실과 그 수치에 대한 해석이 타당하다는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 특히 어떤 값이 증가하거나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 변화의 원인을 바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설명하려면 수치 외에도 변화가 일어난 과정과 다른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푸른시의 지난해 대중교통 이용자는 전년보다 10퍼센트 증가했다. 시청은 같은 해에 버스 노선을 확대하고 환승 할인 제도를 새로 시행했다. 담당자는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새로운 대중교통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해에는 도심의 주차 요금도 인상되었고 지역 인구도 증가했다. 인근 도로의 장기 공사로 승용차를 이용하기 불편했던 기간도 있었다. 조사 자료에는 이용자의 증가 폭만 제시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선택한 이유는 조사하지 않았다. 정책이 이용자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증가의 원인이 정책 하나라고 확정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다.”
제시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전년보다 10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버스 노선 확대와 환승 할인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일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이 이용자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주차 요금 인상이나 도로 공사 때문에 승용차 이용이 불편해진 것도 대중교통 이용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지역 인구가 늘면서 전체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용자가 10퍼센트 증가했다’는 내용은 수치로 확인된 사실이고,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에 증가했다’는 내용은 원인에 대한 해석이다. 사실과 해석을 구별해야 자료가 직접 보여 주지 않은 원인을 확정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책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자료만으로는 정책이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고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이용자를 대상으로 교통수단을 바꾼 이유를 조사하거나 정책 시행 전후의 변화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지역과 이용자 변화를 비교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인구 증가나 주차 요금, 도로 공사의 영향을 함께 검토하면 여러 설명 가운데 어느 것이 자료와 더 잘 맞는지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해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해석을 확인된 사실과 같은 수준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숫자를 읽은 뒤 ‘무엇이 확인되었는가’와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따로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2)자료가 말할 수 있는 범위
모든 자료에는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 얻은 결과는 우선 그 지역의 상황을 보여 주며, 특정 연령이나 집단을 조사했다면 결과도 먼저 그 대상을 설명한다. 조사 기간 역시 자료가 의미를 가지는 시간적 범위를 정한다. 따라서 제한된 대상에게서 얻은 결과를 더 넓은 집단 전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한 시기의 변화를 미래에도 계속될 흐름으로 단정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자료의 대상과 지역, 기간을 확인하면 어느 범위까지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한 연구팀은 서울에 있는 네 개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대학생 500명을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72퍼센트는 온라인 학습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결과를 소개한 기사에는 ‘학생 대부분이 온라인 학습을 선호한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러나 조사에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이 참여하지 않았고, 서울 이외 지역의 대학생도 포함되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지 않은 학생의 의견 역시 조사되지 않았다.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온라인 학습을 대면 학습보다 더 선호하는지도 별도로 질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대학생의 온라인 강의 만족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서 직접 확인되는 것은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대학생 500명 가운데 72퍼센트가 온라인 학습에 대체로 만족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를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적용하면 조사 대상의 범위를 넘어선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은 학습 환경과 온라인 기기 활용 능력이 대학생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이외 지역의 통신 환경이나 수업 운영 방식도 조사한 대학의 상황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온라인 강의를 실제로 수강한 학생만 조사했으므로 수강하지 않은 학생의 생각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과를 정리할 때는 ‘이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대학생 가운데’라는 범위를 남겨야 한다. 대상과 지역을 생략하면 제한된 조사 결과가 전체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의미가 넓어진다.
기사의 ‘선호한다’라는 표현도 원래 조사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만족도는 이용 경험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나타내지만, 선호도는 여러 방법 가운데 무엇을 더 좋아하거나 선택하는지를 뜻한다. 온라인 학습에 만족한 학생도 대면 학습을 더 선호할 수 있다. 따라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를 온라인 학습을 더 선호한다는 결론으로 바꾸려면 별도의 질문과 자료가 필요하다. 조사에서 확인한 개념과 기사가 결론으로 제시한 개념이 같은지도 살펴봐야 한다. 자료의 범위는 대상과 지역, 기간뿐 아니라 실제로 측정한 내용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정확한 결론은 자료가 조사한 사람과 상황, 질문의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
3)자료만으로 알 수 없는 내용
숫자와 시각 자료는 많은 정보를 보여 주지만 현상의 모든 면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어떤 일이 얼마나 많이 나타났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평균값만 제시된 자료에서는 개인별 차이나 집단 안의 분포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전체 수치만 제시되면 연령이나 지역과 같은 하위 집단에서 서로 다른 변화가 나타났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사람의 경험이나 선택 이유처럼 하나의 숫자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따라서 자료를 읽을 때는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추가 자료가 필요한 정보를 함께 구별해야 한다.
“가람학교 도서관의 월평균 방문자는 지난해 800명에서 올해 600명으로 감소했다. 학교는 이 수치를 보고 학생들이 이전보다 책을 덜 읽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교는 방과 후 도서관 운영 시간을 두 시간 단축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종이책의 수는 감소했지만 학교 전자책 서비스의 이용 기록은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구입하거나 다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수도 확인되지 않았다. 방문 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을 덜 이용한 이유를 조사하지도 않았다. 방문자 감소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의 전체 독서량이 줄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빠진 정보가 많았다.”
이 자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학교 도서관의 월평균 방문자가 800명에서 600명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감소량은 200명이고, 처음 값인 800명을 기준으로 하면 25퍼센트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 방문자 수와 학생들의 전체 독서량은 같은 정보가 아니다. 학생들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자책을 읽거나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도서관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방문자 수의 감소는 학교 도서관 이용이 줄었다는 사실은 보여 주지만 학생들이 책을 덜 읽게 되었다는 사실까지 직접 보여 주지는 않는다. 독서량의 변화를 판단하려면 대출 기록과 전자책 이용량, 학생의 독서 시간 같은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도서관 방문자가 감소한 이유도 제시된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다. 운영 시간 단축 때문에 이용 가능한 시간이 줄었을 수도 있고, 학생들이 원하는 책이나 학습 공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전자책 이용이 늘면서 실제 공간을 방문할 필요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설명이 맞는지 알아보려면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설문이나 면담이 필요하다. 시간대별 방문자 수와 전자책 이용 기록을 함께 살펴보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자료만으로 알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료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자료가 알려 주는 범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필요한 추가 정보를 찾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숫자와 시각 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값 자체뿐 아니라 그 값이 만들어진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조사 대상과 시기, 단위와 기준이 다르면 같은 숫자도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실제 수와 비율은 서로 다른 정보를 보여 주므로 전체 규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변화량과 변화율,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를 구별해야 변화의 크기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표에서는 제목과 행·열의 의미를 확인하고, 그래프에서는 축과 눈금, 단위를 살펴봐야 한다. 시각적으로 큰 차이처럼 보여도 실제 수치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직접 보여 주는 사실과 그 숫자에 대한 해석을 구별하는 일이다. 자료가 실제로 확인한 범위를 넘어가지 않고 아직 알 수 없는 내용을 성급하게 결론으로 만들지 않는 태도가 정확한 자료 읽기의 바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