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다
5.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의 관점에서 본 외국인 인력 도입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돌봄체계의 지속 가능성이다. 외국인 인력을 얼마나 도입할 것인지, 어떤 국가에서 인력을 받을 것인지, 어떤 체류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는 모두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검토해야 할 질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한국의 돌봄체계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돌봄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돌봄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제도가 오래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노동자는 소진되고, 이용자와 가족은 서비스를 신뢰하지 못하며, 기관은 비용 압박 속에서 불안정하게 운영된다면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체계라고 보기 어렵다.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이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돌봄노동자가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으며, 국가와 기관이 제도 운영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은 인력, 서비스 질, 노동권, 사회적 신뢰, 재정, 제도 운영이 함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와 연결된다.
이 관점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인력 보충 수단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를 어떤 조건에서 받아들이고, 어떤 교육과 권리를 제공하며, 어떤 방식으로 장기요양체계 안에 편입시킬 것인가는 한국 사회가 돌봄을 어떤 가치로 이해하는지를 보여준다. 외국인 인력을 저비용 임시 노동력으로만 활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돌봄노동의 저평가와 서비스 불안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돌봄체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숙련 형성과 권리 보장을 함께 설계한다면, 외국인 인력 도입은 돌봄체계의 안정성과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돌봄은 매일 반복되는 생활 지원이며, 이용자와 돌봄노동자 사이의 관계와 신뢰가 축적될 수록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 돌봄노동자가 자주 교체되면 이용자는 반복해서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의 몸과 일상을 맡겨야 하고, 가족은 계속해서 설명과 확인을 반복해야 한다. 기관 역시 신규 인력 교육과 업무 재배치 부담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는 단기 순환형 인력 활용이 아니라 일정한 교육과 현장 경험을 통해 숙련을 축적하고 장기근속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질 역시 지속가능성의 핵심 조건이다. 돌봄서비스는 단순히 인력이 존재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안전과 존엄이 보장되어야하고,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격 기준, 언어 능력, 직무교육, 현장 적응, 기관의 감독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서비스 질은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성실성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충분한 교육과 지원 없이 복잡한 돌봄 현장에 배치될 경우 누구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람이 좋은 돌봄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노동권 보장도 지속가능성의 핵심 기반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노동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 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어렵다. 과도한 노동, 감정적 소진, 높은 이직률, 비공식 노동시장 이동은 서비스 질 저하와 이용자 불안, 제도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단순한 인력 확보 정책이 아니라 안정적인 노동환경과 권리보장을 함께 구축하는 노동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노동권 보장은 내국인 요양보호사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더 낮은 임금과 약한 권리 기준 속에서 고용되기 시작하면, 내국인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과 직업적 가치가 약화될 것이라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경쟁 관계로 만들고, 돌봄노동 시장 전체의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는 국적에 따라 노동 기준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돌봄노동 전체의 기준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권 보호는 내국인 노동권 보호와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수용성 또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돌봄은 이용자의 집과 시설이라는 밀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식사, 목욕, 이동, 정서 지원처럼 개인의 삶 깊숙한 영역에 관여하게 된다. 이용자와 가족이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자격과 역할, 교육과 지원체계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제도는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사회적 수용성은 단순한 호감이나 반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가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재정과 제도 운영의 안정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도입은 비용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다. 모집과 선발, 한국어 교육, 자격취득 지원, 현장실습, 통역과 상담, 권리구제, 정착 지원에는 모두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국인 인력을 저비용 대안으로만 접근할 경우 교육과 노동권, 품질관리 수준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비용을 적절히 부담하고 그 비용이 서비스 질과 노동 안정성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문제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장기요양, 이민, 노동, 지역사회 정책이 동시에 교차하는 영역이다. 체류 자격은 허용되었지만 자격취득 경로가 불 분명하거나, 교육은 이루어졌지만 노동권 감독이 약하거나, 지역 정착 지원의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면 제도는 부분적으로만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체류, 자격, 교육, 배치, 노동권, 서비스 질, 지역사회 정착, 재정 구조가 서로 연결된 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어느 한 요소만 강화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의 핵심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몇 명 도입할 것 인가에만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과 서비스 질, 노동권과 사회적 수용성, 재정과 제도 운영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서비스 질 관리가 약하면 사회적 신뢰가 약화되고, 노동권 보장이 부족하면 높은 이직률과 서비스 불안정이 발생하며, 재정 구조가 불안정하면 교육과 처우 개선도 어려워진다. 결국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는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통합적 제도 설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돌봄체계의 부족한 부분을 임시로 메우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초고령사회에서 한국의 돌봄체계가 어떤 원칙 위에서 지속될 것인가를 묻는 문제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돌봄체계의 공식적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며 숙련을 축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때 외국인 인력 도입은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 국가들이 외국인 돌봄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 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그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