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사회적 수용성: 제도화의 보이지 않는 조건
1.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해외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성패가 법과 행정절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류 자격과 교육과정, 배치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제도가 곧바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돌봄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관계를 맺는 노동이며, 이용자와 가족은 자신의 몸과 일상을 타인에게 맡겨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핵심은 단순한 인력 공급이 아니라 신뢰 형성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조건이 바로 사회적 수용성이다.
사회적 수용성은 종종 부차적인 문제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돌봄 현장에서는 매우 강하게 작동한다. 수용성이 낮으면 이용자와 가족은 서비스 질과 의사소통에 불안을 느끼고,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임금과 일자리 하락을 우려할 수 있다. 요양기관은 가족 민원과 현장 갈등을 부담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낯선 외부자로 바라볼 수 있다. 반대로 수용성이 높아지면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돌봄노동자이자 현장의 동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수용성은 단순한 호감이나 반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초고령사회 속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필요성의 시선이다. 둘째는 언어 문제, 응급상황 대응, 문화적 차이, 서비스 질에 대한 불안의 시선이다. 셋째는 외국인 인력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될 경우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일자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경쟁과 위협의 시선이다. 이러한 시선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 안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인정과 실제 이용에 대한 불안,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수용성은 바로 이러한 기대와 우려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적 판단 과정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인식은 결국 돌봄노동 자체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연결된다. 돌봄노동을 전문성과 숙련이 필요한 사회적 노동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충분한 교육과 자격,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대로 돌봄을 단순 보조노동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저비용 노동력으로만 바라보기 쉽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시선은 단지 외국인에 대한 태도만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것은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함께 드러낸다.
한국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오랫동안 가족, 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여겨져 왔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공적 돌봄체계가 확대되었지만, 요양보호사는 여전히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두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하나는 돌봄노동의 전문성과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돌봄노동을 저임금 이주노동으로 고착시키는 방향이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어떤 존재로 받 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단순히 ‘부족한 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위험할 수 있다. 돌봄은 신체 보조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태를 살피고, 감정을 이해하며, 위험 상황을 판단하고, 가족과 기관 사이에서 관계를 조정하는 복합적 노동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 인력으로만 이해하면 전문성, 감정노동, 숙련 형성, 권리 보장 문제는 쉽게 가려진다. 결국 돌봄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것은 사람을 배치하는 일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돌봄관계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낯선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돌봄은 식사, 목욕, 배설, 이동 지원처럼 매우 사적인 영역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이용자와 가족이 낯선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안을 단순한 편견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불안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신뢰로 전환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교육 수준과 자격, 업무 범위, 한국어 능력, 응급상황 대응 방식, 기관의 책임 구조가 명 확할 수록 낯섦은 신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관리 체계가 불명확하면 불안은 쉽게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어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돌봄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는 단순한 생활 회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통증 호소를 이해하고, 치매 노인의 반복적 표현을 해석하며, 위험 상황을 기관과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언어교육은 부가적인 지원이 아니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기본 조건이다. 다만 이를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직무 중심 한국어 교육과 현장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며, 이용자와 가족 역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조정하려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문화적 차이 역시 중요한 변수이다. 식사 방식, 위생 습관, 종교, 예절,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은 돌봄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 문화 적응만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용자와 가족, 기관과 지역사회 역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은 외국인 근로자의 일방적 적응이 아니라 돌봄관계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의 상호 조정 속에서 형성된다.
또한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시선은 출신국, 성별, 인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특정 국적의 노동자를 ‘성실하다’거나 ‘순종적이다’라고 평가하는 긍정적 고정관념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 감정노동과 순응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국인 개호 인재 연구에서도 외국인 돌봄노동자가 문화적·젠더적 표상 속에서 특정 방식으로 기대되고 평가되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박경민, 2023). 한국 역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특정 이미지로 소비하거나 위계화하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이용자와 가족의 시선은 제도 정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족은 외국인 인력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부모의 돌봄을 맡기는 상황에서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돌봄이 가진 특수 성에서 비롯되는 현실적 반응이다. 따라서 제도는 가족의 불안을 단순한 설득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홍보가 아니라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교육 수준, 자격, 업무 범위, 한국어 능력, 문제 발생 시 대응 체계에 대한 구체적 정보이다.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형성된다.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시선 역시 중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현장에 들어오면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가장 가까운 협력자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일자리와 임금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 인력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협력보다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외국인 인력 도입은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분리되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돌봄을 수행하는 동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현장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요양기관 역시 외국인 인력 도입과 함께 새로운 책임을 갖게 된다. 기관은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육, 한국어 지원, 가족 민원 대응, 문화적 갈등 조정, 체류 관련 행정, 업무 범위 관리 등을 함께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인력 배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관이 외국인 근로자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이용자와 가족의 불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수용성도 중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시설 안에서만 존재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이들을 낯선 외부자로만 바라보면 고립과 이직, 정서적 소진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인정할 때 안정적인 정착과 장기근속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사회적 수용성은 돌봄 현장 내부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통합의 문제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정책이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어떤 존재로 설명하고 제도화하는가와도 연결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의 해결수단으로만 설명하면 이들은 값싼 대체 인력으로 인식되기 쉽다. 반대로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 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노동권과 사회통합, 서비스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제도의 구성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책의 언어와 담론은 사회적 시선을 형성하고, 형성된 시선은 다시 제도의 방향과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Fischer & Forester, 1993; Fischer & Gottweis, 2012).
결국 한국 사회는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해 ‘필요하지만 불안하다’는 복합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반응이다. 신뢰는 필요성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격과 교육, 언어와 문화, 노동권 보장, 기관 책임, 갈등 조정 체계가 함께 마련될 때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단순한 저비용 노동력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으로만 바라보아서도 안 된다. 이들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이자 지역사회 구성원이며,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주체이다.
사회적 수용성은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 역시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차별을 줄이며, 문화적 차이를 조정하고,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은 일방적 동화가 아니라 상호 이해와 제도적 신뢰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적 과정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어떤 존재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는 앞으로 한국 돌봄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회적 수용성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