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유와 근거를 골라 논리를 세운다
결론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해서 상대가 바로 납득하는 것은 아니다. “이 방안이 가장 적절합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라고 묻게 된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자신의 판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이유와 근거이다.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용어를 쓰거나 많은 자료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과 직접 연결되는 이유와 근거를 골라 상대가 판단의 과정을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은 근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관련 자료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실이 자신의 결론을 직접 뒷받침하고, 어떤 내용은 배경에 불과한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알고 있는 자료를 모두 설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정보는 많이 들었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결론이 나온 것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논리는 정보의 양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보 사이의 관계가 분명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보자.
신규 상담 시스템은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기능도 많고 담당자들의 관심도 높으며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 있지만 왜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새로운 기능이 많다는 사실이나 담당자의 관심, 다른 기관의 사용 여부는 참고할 수 있지만 시행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처럼 말하면 판단의 과정이 훨씬 선명해진다.
신규 상담 시스템은 다음 달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두 부서에서 한 달간 시범운영한 결과 평균 접수시간이 줄었고 중대한 입력 오류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용자가 집중되는 시간대의 처리 속도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설명에는 관련된 정보가 많고, 두 번째 설명에는 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있다. 또 마지막 문장에서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밝혔기 때문에 판단의 범위도 알 수 있다. 좋은 논리는 주장을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근거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게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1. 이유와 근거는 역할이 다르다
결론, 이유, 근거와 사례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결론을 다른 표현으로 반복하면서 이유를 설명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는 하나의 사례만으로 지나치게 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하게 하려면 각각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신규 사업은 두 지역에서 시범운영한 뒤 확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것은 자신의 판단, 즉 결론이다. 상대가 “왜 시범운영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이유가 필요하다.
실제 이용자의 반응과 운영상의 문제를 아직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다음에는 “실제로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때 실제 이용률 자료가 아직 없거나 소규모 테스트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기록을 제시하면 그것이 근거가 된다. 이유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설명하고, 근거는 그 이유를 왜 믿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오기 쉽다.
신규 사업은 시범운영해야 합니다. 시범운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장에 ‘때문입니다’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결론을 다른 말로 반복했을 뿐이다. “신규 사업은 시범운영해야 합니다. 예상 이용자 수만으로는 실제 업무량을 판단하기 어렵고 시스템 오류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야 판단의 이유가 보인다.
업무 보고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인력을 추가해야 합니다. 현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 부족하다는 판단을 다시 반복한 것이다. 부족하다고 판단한 기준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한 달간 신청 건수는 30퍼센트 늘었지만 담당 인력은 그대로이고 평균 처리기간이 3일에서 5일로 늘었습니다. 현재 인력 배치를 유지하면 처리 지연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오후 검토 인력을 추가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결론과 이유, 근거가 연결된다.
사례도 근거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특히 면접에서는 자신의 역량이나 행동 방식을 설명할 때 실제 경험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 “저는 여러 업무가 동시에 생겨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마감기한과 업무 영향도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해 실제로 업무를 마무리한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의 경험이 모든 상황에서 같은 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례가 보여주는 범위에 맞게 결론을 정해야 한다.
한 번의 발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해서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뛰어난 발표 능력을 발휘합니다.”라고 말하면 사례보다 결론이 지나치게 크다. “복잡한 자료를 핵심 항목으로 정리하여 설명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그 경험을 보여주는 편이 정확하다. 좋은 논리는 근거보다 더 큰 결론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다. 근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적절한 결론을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