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안에 핵심을 말하는 법 014. 사실과 판단을 구분하면 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제3장 이유와 근거를 골라 논리를 세운다

2. 사실과 판단을 구분하면 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사람은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해석이나 평가를 함께 말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가 제출일보다 이틀 늦게 제출되었습니다.”는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 “담당자가 무책임하게 업무를 처리했습니다.”라는 말에는 그 행동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설문 응답자 200명 가운데 120명이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는 확인 가능한 자료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효과가 매우 높습니다.”라는 표현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판단이나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업무와 일상에서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 의미를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의 판단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 경계가 분명해야 상대도 같은 사실을 놓고 판단 기준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신청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이 문장에는 ‘복잡하다’는 평가가 들어 있다. 상대가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게 판단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판단을 뒷받침할 사실이 필요하다.

신청 과정에서 같은 개인정보를 세 개의 서식에 반복해서 작성해야 하고, 최근 한 달간 전체 문의의 38퍼센트가 서류 작성 방법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신청 절차가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앞의 두 내용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고, 마지막 문장은 그 사실에 대한 판단이다. 상대가 최종 판단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알 수 있다. 의견이 다를 때도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를 놓고 다투기보다 자료와 판단 기준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과 판단을 구분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평가를 사실처럼 말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 실제로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알기 어렵고, ‘충분하다’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먼저 확인된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최종 제출 전에 수치와 첨부자료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고, 제출 후 수치 오류 두 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다음 필요하다면 “따라서 최종 검토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라고 자신의 판단을 덧붙일 수 있다. 사실과 판단을 나누어 말하면 무엇이 실제로 발생했고, 그 사실에서 어떤 의미를 도출했는지가 분명해진다. 갈등 상황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더욱 중요하다. “상대 부서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라는 표현에는 상대의 태도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실제로 확인된 것은 요청한 자료가 정해진 기한에 제출되지 않았거나 회의에서 합의한 조치가 실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수 있다.

최근 두 차례 요청한 자료가 합의한 기한까지 제출되지 않아 전체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자료 제출이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일정 기준이 현실적이었는지, 추가 협의가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반면 처음부터 “협조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기보다 상대의 태도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기 쉽다. 사람의 의도 역시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담당자가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확인된 사실은 여러 차례 연락했는데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일 수 있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했는지, 연락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는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처럼 구분해서 말할 수 있다.

어제와 오늘 두 차례 연락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연락이 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을 함께 밝힌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자신의 말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까지 확인했고 어디부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말의 신뢰도를 높인다. 같은 원칙은 수치나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적용된다. “설문 응답자의 60퍼센트가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는사실일 수 있지만, 그 수치만으로 “프로그램의 효과가 매우 높습니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조사 대상이 누구였는지, 이전 결과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만족도가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를 보여주는 적절한 지표인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자료가 보여주는 범위보다 판단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례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전체 제도에 같은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한 번의 성공 경험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실은 판단의 출발점이지만 사실 하나가 모든 결론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면 그 제한까지 함께 밝히는 것이 좋다.

현재 확인된 자료에서는 처리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례만으로 전체 업무에 같은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선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가 자료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으로는 일정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확신이 부족해서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자료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게 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항상 확신에 찬 어조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과 자신의 판단을 구분하고, 판단이 어떤 사실에 근거하는지 보여주며,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한 것처럼 말하지 않고, 사실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판단하는 태도 자체가 말의 신뢰도를 만든다.

3분 안에 핵심을 말하는 법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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