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유와 근거를 골라 논리를 세운다
3. 좋은 근거는 많기보다 적절해야 한다
근거를 많이 제시하면 주장이 강해질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중요한 보고나 발표를 준비할수록 관련된 통계와 사례를 많이 모으려 한다. 그러나 결론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자료가 많아지면 오히려 상대가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좋은 근거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자료가 지금의 결론과 실제로 연결되는가이다.
“청소년 진로교육에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라는 결론을 생각해보자.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제 참여율, 프로그램 전후의 진로 탐색 행동, 학생들의 수요와 운영 결과는 결론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라는 사실이나 “담당자가 체험형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습니다.”라는 내용은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을 직접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근거의 출처도 확인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업무자료, 일정한 방식으로 수집한 조사 결과, 실제 운영 결과, 관련 규정과 계약 내용처럼 어디에서 나온 정보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쉽다. 반대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 글이나 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한 숫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중요한 결정을 위한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료라고 해서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고 지금 판단하려는 대상과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지도 봐야 한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했더라도 응답자가 전체 이용자의 일부에 불과하거나 특정 시간대 이용자만 참여했다면 전체 이용자의 의견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 달간의 시범운영 결과가 좋았더라도 장기 운영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대표성도 중요하다. 한 번의 사례는 문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만 전체 상황을 대표하지는 못할 수 있다.
지난주 민원 한 건이 발생했으므로 제도 전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한 사례로 지나치게 큰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지난주 민원 사례에서 신청 기준이 서로 다르게 안내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한 사례만으로 전체 제도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혼선이 반복되고 있는지 최근 상담 기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례가 보여주는 범위를 정확하게 제한했다. 이런 태도는 말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장되지 않았다는 신뢰를 준다. 숫자 역시 숫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민원이 300건 발생했습니다.”라고 말하면 300건이 많은지 적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600건이었는지, 100건이었는지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민원은 3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0건보다 약 43퍼센트 증가했습니다.”라고 말하면 변화의 방향과 크기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비율도 기준이 필요하다. “오류율이 50퍼센트 증가했습니다.”라고 하면 큰 변화처럼 들리지만 오류율이 0.2퍼센트에서 0.3퍼센트로 늘어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비율의 증가뿐 아니라 실제 수준도 함께 보여주는 편이 정확하다. 반대로 “10건밖에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도 전체 처리 건수가 20건이라면 매우 높은 비율일 수 있다.
근거를 고를 때는 자료의 수보다 판단에 필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 한 번의 현상인지 반복되는 경향인지. 제안한 방법을 적용하면 실제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가. 다른 대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런 질문에 직접 답하는 근거가 좋은 근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