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유와 근거를 골라 논리를 세운다
5. 원인과 결과를 너무 빨리 연결하지 않는다
사람은 두 일이 연이어 일어나거나 동시에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려 한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 뒤 민원이 줄었다면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교육을 실시한 뒤 실적이 높아지면 교육의 효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그런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면 논리가 약해질 수 있다.
“새 시스템을 도입한 뒤 민원이 20퍼센트 줄었으므로 새 시스템이 민원을 줄였습니다.”라고 말해보자. 같은 기간에 업무 절차가 단순해졌거나 상담 인력이 늘었을 수도 있다. 계절적으로 민원이 적은 시기였을 수도 있고, 전체 신청 건수가 줄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앞뒤로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말의 강도를 자료의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새 시스템 도입 이후 민원이 20퍼센트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안내 절차도 변경되었기 때문에 감소가 시스템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스템 개선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과 가능한 해석을 구분했다. 결론이 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정확하고 책임 있는 표현이다. 두 현상이 함께 움직인다고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인 것도 아니다. 직원 교육 참여시간이 많은 부서에서 업무성과가 높았다고 해보자. 교육 때문에 성과가 높아졌을 수도 있지만 원래 업무 성과가 좋은 부서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 관리자의 지원이 좋은 부서에서 교육 참여와 업무성과가 모두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에서도 인과관계를 과장하는 경우가 있다. “제가 팀원들과 매주 회의를 시작한 뒤 프로젝트가 성공했습니다.”라고 하면 프로젝트의 성공 전체를 자신의 행동과 직접 연결하는 느낌을 준다. “제가 맡은 역할에서는 매주 진행 상황을 공유해 자료 형식의 차이를 일찍 발견할 수 있었고 수정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자신이 실제로 영향을 준 범위가 분명해진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한 사람의 행동을 모든 원인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자료 제출이 늦었다고 해서 “담당자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자료 요청 시점, 업무량, 승인 과정, 다른 부서의 협조와 역할 기준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담당자의 실수가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을 판단하기 전에 가능한 설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원인을 찾을 때는 “이 일이 없었다면 같은 결과가 나타났을까?”, “다른 요인이 동시에 바뀌지는 않았는가?”, “같은 조건에서도 결과가 반복되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다. 이 질문은 모든 상황에서 복잡한 분석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특히 중요한 판단일수록 하나의 눈에 띄는 사례만 보고 원인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다.
논리적인 사람은 원인을 가장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와 추측의 범위를 구분하면서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을 좁혀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야 원인을 잘못 판단해 엉뚱한 해결책을 선택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