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복잡한 생각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3. 추상적인 말을 구체적인 행동과 기준으로 바꾼다
말이 모호해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추상적인 표현이다. “잘”, “적절하게”, “신속하게”, “충분히”, “적극적으로”, “효율적으로”, “문제가 있다”와 같은 표현은 익숙해서 편리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 구체적인 상황과 기준이 있기 때문에 뜻이 충분히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언제 완료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 그것이 실제로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뜻하는지 한 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 주십시오.”라는 요청을 생각해보자. ‘신속하게’가 오늘 안인지, 이번 주 안인지, 다른 업무보다 우선하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업무에서 기한이 중요하다면 다음처럼 말하는 편이 낫다.
오늘 오후 5시까지 확인 결과를 알려주십시오.
정확한 완료 시점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다.
오늘 중 현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예상 완료일을 알려주십 시오.
두 문장 모두 ‘신속하게’라는 표현을 실제 행동과 확인 시점으로 바꾸었다. 상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말한 사람도 언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지 분명해진다.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나지 않으면 상대는 원인을 찾거나 해결 방법을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신청 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장보다 다음과 같이 말하면 실제로 무엇이 불편한지 알 수 있다.
신청자가 같은 개인정보를 세 개의 서식에 반복해서 작성해야 하고, 작성 방법을 묻는 문의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필요하다면 개선 방향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중복 입력을 줄이고 작성 방법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상적인 문제를 구체적인 현상으로 바꾸면 해결책도 훨씬 찾기 쉬워진다. ‘문제가 있다’는 말만으로는 여러 해결책이 가능하지만 어떤 행동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지가 보이면 바꾸어야 할 지점도 드러난다. “협업이 부족합니다.”라는 표현도 실제 행동으로 바꾸어 보면 의미가 선명해진다. 협업이 부족하다는 말만으로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실제 문제가 일정 변경사항이 제때 공유되지 않는 데 있다면 다음처럼 말할 수 있다.
부서마다 일정 변경사항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 일부 담당자가 변경 내용을 늦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 기준까지 정할 수 있다.
앞으로 일정이 변경되면 당일 공용 문서에 반영하고 관련 담당자에게 함께 알려야 합니다.
‘협업을 강화하자’는 추상적인 요구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행동으로 바뀐 것이다.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충분히 검토한다”, “적절하게 대응한다”,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같은 표현도 같은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필요한 만큼 밝혀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분히 검토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대신 다음과 같이 구체화할 수 있다.
최종 제출 전에 수치와 첨부자료가 서로 일치하는지 다시 확인해 주십시오.
적절하게 대응해 주십시오.”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다음처럼 바꿀 수 있다. “처리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연 사실과 예상 완료일을 미리 알려주십시오.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사람마다 다른 행동을 떠올릴 수 있다. 반복 입력이 업무를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같은 자료를 여러 번 입력하는 절차를 줄이고 한 번 입력한 정보를 다음 단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처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말은 행동이나 판단의 기준을 보여준다. 다만 구체적으로 말한다는 것이 모든 문장에 숫자와 날짜를 넣으라는 뜻은 아니다.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이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잘 설명해 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생각해보자. 설명의 목적이 고객이 다음 절차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신청이 거절된 이유와 다시 신청할 수 있는 조건, 필요한 서류를 함께 안내해 주십시오.
숫자는 없지만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가 분명하다.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십시오.”도 마찬가지이다.
일정이 변경되면 관련자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변경 내용을 공유해 주십시오.
‘적극적으로’라는 정도의 표현 대신 실제로 필요한 행동을 제시했다. 따라서 추상적인 표현을 발견하면 바로 없애려고 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 말은 실제로 무엇을 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어떤 상태가 되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이 달라지면 개선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빠르게’라는 말에는 언제까지인지 묻고, ‘잘한다’에는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묻는다. ‘문제가 있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협업한다’면 누가 무엇을 공유하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생각한다. 이 질문을 거치면 추상적인 표현이 행동과 기준으로 바뀐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목적은 말을 길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정확한 행동이나 기준을 한 번 분명하게 말하면 뒤에서 추가 설명을 반복할 필요가 줄어든다.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합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는 것보다 “일정이 바뀌면 당일 공용 문서에 반영하고 관련자에게 알려야 합니다.”라고 한 번 말하는 편이 훨씬 분명하다.
결국 구체적인 말은 숫자가 많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추상적인 표현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행동, 대상, 시점과 기준으로 바꾸는 습관을 들이면 말은 더 정확해지고 실행으로 이어지기 쉬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