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복잡한 생각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6. 짧게 말하되 필요한 내용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짧게 말하는 것이 좋은 말하기라는 생각이 강해지면 반대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유와 조건을 지나치게 생략해 결론만 남거나, 중요한 위험과 제한사항을 빼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말은 짧지만 상대가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다. 간결함의 목적은 정보의 양을 최소화하는 데 있지 않고 상대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밀도를 높이는 데 있다.
“이 방안은 어렵습니다.”라는 말은 짧지만 왜 어려운지 알 수 없다. “현재 인력으로는 이번 주 안에 자료 검토를 끝내기 어려워 제출기한을 이틀 조정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이유와 필요한 행동이 함께 보인다.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라는 표현도 무엇을 지켜보고 언제 판단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번 주까지 오류 건수를 확인하고 같은 문제가 두 건 이상 추가로 발생하면 시스템 적용을 중단하고 다시 검토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다음 판단의 기준이 보인다.
자신에게 불리한 제한사항도 필요한 경우에는 남겨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시간이 줄었습니다.”라는 사실만 말했지만 오류가 증가했다면 중요한 내용이 빠진 것이다. “처리시간은 줄었지만 초기 오류율이 높아 전면 확대 전에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야 전체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때도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 단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새로운 홍보 때문에 신청자가 늘었습니다.”라고 한 문장으로 말하기 쉽지만 같은 기간에 신청 조건이 완화되었다면 증가 원인을 홍보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홍보 확대 이후 신청자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신청 조건도 변경되어 증가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사람과 감정이 관련된 대화에서는 짧게 말하려다가 필요한 배려까지 없애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이 반복된 처리 지연 때문에 화가 난 상황에서 “규정상 어렵습니다.”라고만 답하면 내용은 짧지만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처리가 반복해서 늦어져 답답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규정상 오늘 바로 승인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안에 누락된 서류를 확인하고 예상 처리일을 안내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감정 인정, 한계와 다음 행동이 함께 들어간다.
면접에서도 지나치게 압축하면 자신의 역할과 행동이 사라질 수 있다. “갈등을 잘 해결했습니다.”라는 한 문장은 결과만 있고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다. “팀원 간 역할 갈등이 생겼을 때 각자의 책임 범위를 다시 확인하고 공동 일정에 영향을 주는 업무부터 재배분해 기한 안에 마무리했습니다.” 정도는 필요하다. 짧게 말한다고 행동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설명의 길이는 상대에 따라서도 달라져야 한다. 상급자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현재 판단과 이유, 필요한 조치가 중요하다. 처음 업무를 맡은 실무자에게 설명할 때는 역할과 절차를 더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고객에게는 전문적인 내부 과정보다 현재 상태와 자신이 해야 할 다음 행동이 중요할 수 있다.
전문가끼리 이야기한다면 이미 알고 있는 기본 개념을 반복하기보다 기준과 자료, 제한사항에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길이와 같은 수준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이 사람에게 어디까지 필요한가?”이다. 간결함은 짧게 끝내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남기는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