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복잡한 생각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7. 긴 설명을 줄일 때는 문장을 고치기 전에 구조부터 바꾼다
말이 길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대개 단어를 줄이거나 문장을 짧게 고치려고 한다. 그러나 내용의 구조가 그대로라면 표현을 조금 줄여도 전체 설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배경, 원인, 판단과 대안이 모두 한꺼번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 몇 개의 단어만 지워서는 핵심이 선명해지지 않는다. 긴 말을 줄일 때는 먼저 문장을 수정하기보다 내용의 역할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고 해보자.
이번 사업은 작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고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예산도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지만 담당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시스템 안정성도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전면 시행하기보다는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고 싶은 핵심은 사실 단순하다.
이번 사업은 바로 전면 시행하기보다 시범운영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 문장을 먼저 정한 뒤 나머지 내용을 보면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주민의 요구는 사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담당 인력과 시스템 안정성은 시범운영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다른 지역의 사례와 과거 논의 과정은 현재 판단에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뒤로 보내거나 생략할 수 있다. 이를 다시 구성하면 다음처럼 된다.
이번 사업은 전면 시행보다 시범운영이 적절합니다. 주민의 이용 요구는 확인되었지만 현재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시스템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지역에서 3개월간 운영한 뒤 이용률과 오류를 확인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어만 줄인 것이 아니라 정보의 역할을 다시 정했다. 그래서 훨씬 짧으면서도 오히려 필요한 판단은 더 많이 들어 있다. 긴 설명을 줄일 때는 먼저 자신의 말을 세 종류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다. 반드시 남겨야 하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짧은 설명에서는 생략할 수 있는 내용, 현재 결론과 관계가 약한 내용이다. 모든 내용을 똑같이 조금씩 줄이지 말고 가장 관계가 약한 부분부터 과감히 덜어내는 것이 좋다.
그다음 남은 내용의 순서를 바꾼다. 결론과 현재 상태를 앞에 놓고, 그 판단에 필요한 이유를 붙이고, 상대가 실제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근거나 사례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행동이나 제안을 정리한다. 이렇게 구조를 정한 뒤 표현을 다듬으면 훨씬 쉽게 줄일 수 있다.
말을 1분에서 30초로 줄여야 할 때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말을 두 배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배경과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를 줄인다. 결론과 가장 중요한 이유, 다음 행동은 남긴다. 반대로 30초짜리 설명을 3분으로 늘릴 때는 새로운 주제를 만들지 않고 같은 핵심에 필요한 근거와 사례, 대안을 추가한다.
결국 긴 말을 줄이는 과정은 삭제보다 재배치에 가깝다. 핵심을 먼저 정하고 각 정보의 역할을 다시 나누면 내용이 줄어들면서도 설명의 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바로 적용해보기
연습 1. 긴 문장을 기능별로 나누기
다음 문장을 읽고 한 문장에 하나의 중심 내용이 들어가도록 다시 구성해본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40퍼센트 증가했고 담당 인력은 기존과 같으며 반복 문의가 전체 문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평균 처리기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어났기 때문에 자동안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인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내용을 현재 상황, 원인, 영향, 대응 방향으로 나누어본다. 그다음 세 문장 정도로 다시 구성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40퍼센트 늘면서 평균 처리기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었습니다. 담당 인력은 그대로이고 반복 문의가 전체 문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반복 문의를 줄일 자동안내와 시간대별 인력 재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장을 나눈 뒤에는 각각의 문장이 한 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단순히 짧은 문장을 많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용의 관계가 더 쉽게 보이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연습 2. 추상적인 표현을 행동으로 바꾸기
다음 표현을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꾸어본다.
신속하게 처리한다.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한다.
충분히 설명한다.
업무 방식을 개선한다.
예를 들어 “적극적으로 협업한다.”는 다음처럼 바꿀 수 있다.
업무 일정이 변경되면 당일 공용 문서에 반영하고 관련 부서 담당자에게 함께 알린다.
충분히 설명한다.”는 상황에 따라 다음처럼 바꿀 수 있다. “신청이 거절된 이유와 다시 신청할 수 있는 조건, 필요한 서류를 함께 안내한다.
구체적으로 바꿀 때는 임의의 숫자나 날짜를 만들 필요는 없다.
실제 상황에서 서로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판단 기준이 드러나는지가 중요하다.
연습 3. 1분 설명을 30초로 줄이기
최근 자신이 업무나 일상에서 자주 설명했던 내용을 하나 정하고 1분 동안 말해본다. 가능한 한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고 녹음한다. 이후 녹음한 내용을 다시 들으며 각 문장을 세 가지로 나누어본다.
첫째는 반드시 남겨야 할 내용이다. 결론, 중요한 이유와 필요한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시간이 충분하면 설명할 내용이다. 배경과 추가 사례, 세부 과정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셋째는 이번 설명에서는 없어도 되는 내용이다. 반복, 이미 알고 있는 배경, 핵심과 관계가 약한 정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에는 세 번째 내용을 먼저 없애고 다시 말한다. 그래도 30초보다 길다면 두 번째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 하나를 줄인다. 결론과 중요한 이유를 먼저 없애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1분 동안 프로젝트 지연의 전체 과정을 설명했다면 30초 답변은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는 고객 요구 변경으로 이틀 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 기능을 먼저 테스트하면 지연을 하루로 줄일 수 있어 오늘 중 수정 일정을 확정하겠습니다.
30초로 줄였지만 현재 상황과 원인, 대응 방향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짧게 말하기의 목표는 문장의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만 남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