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자립생활
2. 장애인 지원서비스의 의미
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이용자를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선택하고 이어 가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장애인복지는 분리와 시설 수용 중심의 보호에서 지역사회 생활과 자립을 돕는 지원으로 변화해 왔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필요와 강점, 의사소통 방식, 생활 환경, 장래 목표에 따라 지원의 방식과 시간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1) 보호에서 지원으로의 전환
전통적인 보호 중심 접근은 장애인을 위험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사람으로 보고 시설과 전문가가 일상생활의 주요 결정을 대신하는 방식을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안전과 효율을 강조하는 반면 어디에서 누구와 살고 언제 무엇을 할지에 관한 개인의 선택은 제한되기 쉬웠다. 자립생활운동은 장애의 문제를 개인의 적응 부족이 아니라 환경과 서비스 체계의 통제에서 찾고 당사자가 지원을 선택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장애인을 재활의 수동적인 대상에서 자신의 생활을 주도하는 서비스 이용자이자 시민으로 새롭게 정의하였다(DeJong, 1979). 이에 따라 서비스의 목적도 보호된 공간에 머물게 하는 것에서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역할과 관계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원 중심 접근은 위험을 모두 없앤다는 이유로 이용자의 선택을 제한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와 조정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넓힌다. 서비스 제공기관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개인의 생활 목표에 맞게 인력과 시간, 자원을 조정해야 한다. 실천가는 지시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의 의사를 듣고 선택의 실행을 돕는 협력자로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안전이 우려될 때에도 위험의 내용과 다른 방법을 함께 살피고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을 존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권한과 통제의 중심을 기관에서 장애인에게 옮겨야 한다.
2)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자기결정권은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목표와 행동을 선택하고 그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권리이다. 이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하거나 모든 결과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중증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자기결정의 가능성을 부정하면 의사 표현과 선택의 기회를 줄이는 장벽이 될 수 있다(Wehmeyer, 2005).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관찰과 그림, 몸짓, 보완대체의사소통,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여 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자기결정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과 적절한 지원이 있을 때 실현되는 권리이다.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면 서비스 내용과제공자, 일정, 장소, 중단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는 제시된 선택지를 수동적으로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대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나 편의를 이용자의 의사로 대신하지 말고 선호와 의도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확실성을 솔직하게 다루어야 한다. 긴급한 위험이 없다면 서비스 제공자와 다른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이용자의 선택을 무효로 해서는 안 되며, 서비스 평가에서는 동의서의 서명보다 본인의 결정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3) 개별화된 지원의 원칙
개별화된 지원은 진단명이나 장애 등급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유한 생활 경험과 강점, 선호, 목표에서 출발한다. 같은 장애 유형과 비슷한 기능 제한이 있더라도 가족관계와 주거 환경, 교육·고용 상태, 문화적 배경에 따라 필요한 지원은 달라진다. 사람 중심 계획은 당사자를 계획의 중심에 두고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생활과 사회 참여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함께 찾는 방법이다. 사람 중심 계획이 실제 지역사회 참여로 이어지려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목표를 실현할 기회와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McCausland et al., 2022). 따라서 욕구 사정은 사람을 기존 서비스에 맞추는 절차가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삶과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어야 한다. 개별화 원칙을 실현하려면 지원 시간과제공 장소, 활동 순서, 지원 정도를 생활의 변화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기관의 서비스가 필요하면 담당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되 당사자의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개인별 지원 계획은 당사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식으로 제공하고 목표와 역할, 일정, 점검 방법을 분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계획은 정기적으로 검토하되 건강·주거·관계·선호가 달라지면 바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의사 표현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자원이 공정하게 제공되도록 충분한 의사소통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4) 장애인 지원과 돌봄의 관계
장애인이 차별과 배제에 맞서 자신의 권리와 사회 참여를 요구해 온 장애인운동은 돌봄이라는 말이 장애인을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보호자의 통제를 정당화해 온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비판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이용자의 일상과 선택에 관한 권한까지 갖게 되는 관계를 문제로 본다. 한편 돌봄 연구는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서로 의존하며 신체적 지원과 정서적 관계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권리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장애학과 돌봄 연구는 관점에 차이가 있지만, 이용자의 통제권과 지원자의 노동 조건을 함께 고 려함으로써 서로 보완될 수 있다(Kröger, 2009). 따라서 지원과 돌봄을 단순히 대립시키기보다 어떤 관계와 제도가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 기반 돌봄에서는 장애인이 도움의 내용과 시간, 방식을 결정하고 원하지 않는 지원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지원을 제공하는 노동자도 안전한 근무 환경과 적절한 보상, 존중을 보장받아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용자와 지원자의 요구가 충돌할 때는 어느 한쪽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명확한 업무 범위와 의사소통, 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가족의 애정과 책임만으로 필요한 지원을 해결하면 장애인과 가족 모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을 대신 결정하는 보호가 아니라 상호 존중 속에서 자율성과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관계적 실천으로 이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