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자립생활
8. 장애인 지원에서 AI·로봇의 활용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이동과 의사소통, 재활,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센서와 학습 알고리즘을 결합한 기기는 주변 환경과 사용자의 입력을 분석하여 필요한 동작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늘리며 활동지원사와 가족의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효과는 정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접근성과 비용, 안전, 유지 관리, 이용자의 통제권에 따라 달라진다.
1) 이동지원 로봇과 보조기기
이동 지원 로봇에는 센서와 컴퓨터를 장착한 지능형 휠체어와 착용형 외골격, 로봇 보행 보조기, 물건을 옮기는 이동형 로봇 등이 포함된다. 지능형 휠체어는 카메라와 거리 센서로 장애물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충돌 방지와 문 통과, 목적지 이동을 도울 수 있다. 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하기 어려운 사람은 머리 움직임과 호흡, 음성, 시선, 스위치 같은 다른 입력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완전한 자동 주행뿐 아니라 사용자가 방향을 정하고 시스템이 위험한 충돌만 막는 공유 제어 방식도 적용할 수 있다. 지능형 휠체어 연구에서는 감각·운동·인지 특성이 다양한 이용자를 위해 여러 입력 방식과 주행 보조, 이용자의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Leaman & La, 2017). 이동 지원 기술은 사용자의 이동 선택을 넓혀야 하며 시스템의 편의를 위해 목적지나 이동 가능한 경로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는 자동 기능의 수준을 선택하고 언제든지 정지하거나 수동 조작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도입하기 전에는 실제 주택과 보도, 경사로, 교통 환경에서 안전성과 조작 가능성을 시험하고 충분한 사용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배터리 방전과 센서 오작동, 통신 단절에 대비하여 비상 정지와 구조 요청, 수동 이동 방법을 마련하고, 단차와 좁은 통로 같은 환경의 장벽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2) 의사소통 지원 기술
인공지능 기반 의사소통 기술은 음성 인식과 문장 예측, 시선 추적, 문자·음성 변환, 자동 자막을 활용하여 의사 표현과 정보 이용을 돕는다. 문장 예측 기능은 사용자가 입력한 일부 글자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단어나 문장을 제안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시선이나 스위치로 선택하는 음성 출력 기기는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자신의 말과 메시지를 만들도록 돕는다. 실시간 음성 인식과 자막은 청각장애인의 회의와 수업, 대화 참여를 지원하며 이미지 인식은 시각 정보를 문자나 음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보완대체의사소통 기술은 언어 학습과 사회적 상호작용, 읽고 쓰는 능력, 사회 참여를 지원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관심과 능력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Light et al., 2019). 음성 인식은 장애와 관련된 말하기 특성과 억양, 말의 속도, 주변 소음에 따라 오류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자동으로 바뀐 결과를 이용자의 확정된 의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제안한 문장이 본인의 의도와 다르면 쉽게 수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취소와 편집 기능을 이용하기 편리하게 제공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감정이나 의도를 추정할 때는 그 결과를 확정된 사실처럼 지원자에게 제시하지 말고 본인에게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개인의 음성과 시선, 대화, 위치 정보가 학습이나 서비스 개선에 사용되는 범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별도의 동의를 받으며, 기기 오류와 전원·통신 문제에 대비해 문자판과 그림판, 몸짓 같은 비전자식 의사소통 수단과 숙련된 의사소통 상대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3) 재활·훈련 지원 로봇
재활 로봇은 걷기와 팔·손의 움직임, 균형, 일상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신체를 지지하고 움직임을 안내하는 장비이다. 착용형 외골격과 로봇 보행 장치는 체중을 일부 지지하면서 정해진 보행 동작을 반복하도록 돕고 센서를 통해 힘과 관절 각도,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상지 재활 로봇은 팔을 뻗고 물체를 잡는 동작을 도우며 게임과 가상 환경을 활용하여 훈련 목표와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다. 로봇은 이용자의 수행 정도에 따라 도움과 저항을 조절하여 반복 훈련을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다. 측정된 자료는 전문가와 이용자가 변화를 확인하고 훈련의 난이도와 목표를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재활 로봇을 사용한다고 기능 회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장애의 원인과 건강 상태, 사용 시기, 훈련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뇌졸중 이후 보행훈련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로봇·전기기계 보조 훈련을 물리치료와 함께 실시하면 독립 보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보행 능력이 동일하게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Mehrholz et al., 2020). 훈련 계획은 장비의 사용 가능 여부보다 이용자가 원하는 생활 활동과 전문가의 평가를 바탕으로 세워야 한다. 통증과 피로, 피부 손상, 낙상 위험을 계속 살피고 이용자가 불편함이나 중단 의사를 표현하면 즉시 훈련의 강도와 방법을 조정하며, 로봇은 치료사의 설명과 격려, 이용자와의 공동 의사결정을 돕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4) AI 기반 생활지원
인공지능 기반 생활 지원은 음성 비서와 스마트홈, 착용형 센서,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가전제품 제어와 알림, 정보 검색, 안전 확인을 돕는다. 손을 사용하거나 화면을 보기 어려운 사람은 음성이나 간단한 스위치로 조명과 문, 냉난방 장치, 통신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일정과 복약 알림은 이용자가 정한 시간과 방식에 따라 중요한 활동을 기억하고 준비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환경 센서와 착용형 기기는 연기와 가스, 문 열림, 낙상 가능성, 평소와 다른 활동을 감지하여 본인이나 지정된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생활 지원 인공지능은 활동지원사를 대신하여 생활을 관리하는 체계가 아니라 이용자가 선택한 활동을 더 쉽게 하도록 돕는 개인용 도구로 설계해야 한다. 음성 비서 이용에 관한 연구에서는 환경 제어와 알림, 기기 조작이 주요 활용 영역으로 나타났지만 음성 인식 오류와 인지적 부담, 음성 외 조작 방법의 부족, 개인정보 문제가 이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고되었다(Esquivel et al., 2024). 특정한 말투만 인식하거나 복잡한 명령어를 기억하도록 요구하는 시스템은 새로운 장벽을 만들 수 있으므로 음성과 터치, 스위치, 자동화 등 여러 조작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 센서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위험으로 잘못 판단하면 불필요한 연락이나 서비스 개입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가 알림 기준을 설정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 정보를 계속 수집하는 기능은 필요한 범위에서만 사용하고 이용자가 저장 기간과 열람자, 외부 전송 여부를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며, 인터넷 장애와 서비스 종료, 비용 상승에 대비한 오프라인 작동과 자료 이동, 대체 지원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5) 기술 사용과 장애인의 통제권
장애인은 기술을 사용할지와 어떤 기능을 언제 어디서 사용할지, 자료를 누구와 어느 범위까지 공유할지를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다. 안전이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로봇과 센서 사용을 서비스 이용의 조건으로 강요하거나 기술을 거부한 사람의 지원 시간을 줄여서는 안 된다. 기기의 설정과 자동화 기능, 알림을 받을 사람은 이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본인이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기능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추천과 위험 예측은 지원 필요를 판단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급여와 외출, 생활 방식에 관한 결정을 자동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기술 사용에 대한 동의는 설치할 때 한 번만 받는 절차가 아니라 기능과 자료 활용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다시 확인하는 지속적인 과정이어야 한다. 기술의 연구와 설계, 구매, 평가에는 다양한 장애 유형과 의사소통 방식을 가진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습 자료에 장애인의 음성과 움직임, 생활 환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특정 장애 집단에서 인식 오류와 차별적인 결과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도입 기관은 평균 정확도만 확인하지 말고 장애 유형별 오류와 실패 상황, 개인정보와 사이버 보안의 위험을 실제 이용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시험해야 한다. 장애인 권리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서도 인공지능의 개발과 구매, 배치 과정에 장애인과 장애인 대표 조직이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이 강조되므로(UN HRC, 2021), 기술로 피해나 차별이 발생했을 때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사람의 재검토, 이의 제기, 피해 구제, 명확한 책임 소재를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