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자립생활
7. 장애인 지원서비스의 과제
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대상과 급여 규모가 확대되어 왔지만, 필요한 사람이 원하는 시간과 방식으로 이용하기까지는 여러 격차가 남아 있다. 법적 자격이 있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지원 시간, 지역 간 공급 차이, 활동지원사와의 연결 부족으로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획일적인 조사와 제공 방식은 장애 유형과 의사소통 방식, 생활 환경,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우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활동 지원 인력의 전문성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가족에게 장시간의 무급 돌봄이 떠넘겨지지 않도록 공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1) 서비스 접근성과 지원시간
서비스 접근성은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보를 얻어 신청한 뒤 적절한 제공기관과 인력을 연결하고 필요한 급여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와 반복되는 서류 제출, 접근하기 어려운 조사, 온라인 중심의 절차는 장애인을 신청 단계부터 배제할 수 있다. 농어촌과 소도시에서는 제공기관과 활동지원사가 부족하고 도시에서도 야간과 주말, 짧은 시간대에 일할 지원 인력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의사소통 지원이나 방문 신청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안내와 대리·동행 지원, 찾아가는 접수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의 35.3%가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현재 지원이 충분하다고 본 비율은 62.3%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24f). 지원 시간은 신체 기능뿐 아니라 혼자 사는지, 의사소통과 위험 대응에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 교육·고용·양육·지역사회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등 실제 생활 주기를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월 한도액이 정해져 있더라도 원하는 시간대에 인력을 연결하지 못하거나 이동 시간이 길면 승인된 급여를 충분히 이용하기 어렵다. 출산과 보호자의 부재, 퇴원처럼 지원 필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상황에는 신속한 재조사와 일시적인 추가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 여부에 따라 거주 지역이 서비스 수준을 결정하지 않도록 국가의 적정 지원 기준과 지역의 공급 책임을 강화하고, 양적 확대와 함께 이용자의 요구에 맞게 서비스의 질과제공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황주희, 2024).
2) 장애 유형별 맞춤지원
장애인의 지원 필요는 신체적·감각적·발달적·정신적 장애나 내부 기관의 장애, 여러 장애의 중복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같은 장애 유형에 속한 사람도 기능과 건강 상태, 의사소통 방식, 생활 경험, 환경이 다르므로 장애 유형만으로 필요한 서비스의 내용과 양을 결정할 수 없다. 기능과 장애는 개인의 상태와 환경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므로, 평가할 때는 일상 활동과 사회 참여, 생활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WHO, 2001). 장애 유형별 지식은지원 방법을 찾는 출발점으로 활용하되 개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낮은 기대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맞춤 지원은 진단에 따라 정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목표와 선호에 맞게 시간과 인력, 의사소통 방식, 환경을 조정하는 과정이다. 시각·청각 장애인에게는 이동과 정보 접근, 수어·문자 통역이 중요할 수 있으며 뇌병변·지체 장애인에게는 신체 지원과 보조기기의 안전한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정보와 익숙한 일정, 감각 특성, 보완대체의사소통을 고려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에게는 위기 상황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복과 관계, 주거, 지역사회 활동을 연결하는 유연한 지원이 중요하다. 건강 상태가 자주 변하거나 여러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고정된 지원량보다 상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재평가와 보건·복지 서비스의 연계가 필요하며, 제공기관은 장애 유형을 이유로 이용을 거부하거나 다른 기관에 책임을 넘기지 말고 필요한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3) 활동지원 인력의 전문성과 처우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은 신체 지원 기술뿐 아니라 자립생활과 자기결정, 장애인 인권, 의사소통, 안전 관리, 관계의 경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용자의 생활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조언과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짧게 나뉜 근무 시간과 부족한 이동 보상, 불안정한 일정, 감정 노동은 인력의 이탈과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성을 개인의 헌신이나 경험에만 의존하면 이용자는 활동지원사가 바뀔 때마다 필요한 지원 방법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서비스의 질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교육 체계뿐 아니라 당사자와 활동지원사, 제공기관의 경험을 반영한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조윤화, 2023). 기초 교육 이후에도 장애 유형별 지원과 보완대체의사소통, 학대 예방, 응급 대응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배우는 보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신규 인력에게는 숙련된 활동지원사와 함께 일할 기회와 기관의 정기적인 지도·감독을 제공하고, 어려운 상황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임금과 이동 시간 보상, 유급 휴가, 산업 안전, 감정 노동 보호는 활동지원사의 권리이자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조건이다.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관계를 일방적으로 끝내기보다 독립적인 상담과 조정을 통해 업무 범위와 서로의 기대를 분명히 하고, 장기 근속과 원하는 시간대의 인력 연계, 이용자 만족,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4) 가족 돌봄 부담
공적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으면 가족은 신체 지원과 가사, 이동, 건강 관리, 위기 대응을 오랜 시간 무급으로 맡게 된다. 지속적인 돌봄 책임은 가족 구성원의 취업과 학업, 소득, 건강, 수면,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고령 부모와 형제자매, 가족 돌봄 청년에게 책임이 집중되면 현재의 부담뿐 아니라 미래의 주거와 돌봄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가족의 사랑과 책임을 이유로 서비스 공백을 당연하게 여기면 장애인의 지원받을 권리와 가족 구성원의 독립적인 삶이 함께 제한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장애인 가족이 많은 돌봄을 담당하지만 장애인 정책과 가족 정책 모두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확인되었다(이민경, 2021). 가족 지원은 가족이 돌봄을 계속하도록 교육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공적 서비스를 통해 책임을 실질적으로 나누는 방향이어야 한다. 활동 지원과 긴급 돌봄, 단기 휴식, 상담, 경제 지원, 돌봄과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제도를 결합하여 가족 구성원이 휴식과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 본인의 동의 없이 가족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거나 가족의 요구를 당사자의 의사보다 우선해서는안 된다. 주된 돌봄자뿐 아니라 형제자매와 아동·청년 가족 구성원의 부담도 확인하여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고, 서비스 이용 건수보다 돌봄 시간과 위기의 감소, 건강과 고용의 유지, 장애인과 가족 모두의 선택권이 확대되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5) 인권침해와 학대 예방
장애인 지원 서비스에서는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와 경제적 착취, 방임,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계속 살펴야 한다. 이용자가 일상 지원과 의사소통을 특정한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서비스가 외부에서 살피기 어려운 공간에서 제공되면 이용자와 지원자 사이의 권력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학대 예방은 종사자에게 주의할 책임만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자신의 권리와 신고 방법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안전하게 알리도록 지원해야 한다. 2024년 학대 판정 사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높았고, 피해자의 거주지와 장애인 거주시설 등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학대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되었다(보건복지부, 중 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2025). 따라서 쉬운 글과 그림, 수어, 보완대체의사소통을 활용한 권리 교육과 독립적인 신고 방법을 일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제공기관은 채용 단계의 검증과 학대 예방 교육, 정기적인 서비스 점검, 고충 처리 절차를 마련하되 이를 이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지나친 감시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알게 된 종사자는 조직의 평판이나 동료 관계를 이유로 숨기지 말고 법령과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와 행위자를 우선 분리하고 의료·심리·법률·의사소통·임시 주거 지원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연결해야 한다. 사실 조사와 서비스 조정에는 장애 인권익옹호기관과 같은 독립적인 전문기관이 참여하도록 하고, 인력 부족과 폐쇄적인 운영, 부당한 금전 관리, 이의 제기 제한 등 학대를 가능하게 한 조직의 문제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