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체계
1.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개념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삶을 이어 가도록 보건·의료·요양·복지·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을 하나의 목표 아래 연결하는 접근이다. 이는 특정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사업이나 기관을 물리적으로 합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 욕구 조사, 개인별 지원 계획, 정보 공유와 책임 있는 조정을 통해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의 단절을 줄이는 체계이다. 여기에서 지역사회는 주택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가족과 이웃, 상점, 교통, 공공기관과 사회적 관계가 어우러진 생활의 기반으로 이해해야 한다.
1)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정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화, 장애, 질병이나 사고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서 건강관리, 돌봄, 주거와 생활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도록 하는 체계이다. 서비스는 기관별 자격 기준이나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용자의 생활 목표, 기능, 환경, 선호와 위험에서 출발해야 한다. 통합은 같은 시기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는 수평적 연계와 예방부터 치료·재활·요양·생애 말기 돌봄까지 단계별 서비스를 이어 주는 수직적 연계를 포함한다. 지역사회 기반은 모든 서비스를 가정에서 제공한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생활권 가까이에 마련하고 가정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용자와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적절한 장소와 시기에 제공하고 정보와 의사결정을 공유한 다는 의미이다(보건복지부, n.d.; WHO, 2016a). 통합돌봄은 이용자, 조직과제도 수준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용자 수준에서는 욕구를 공동으로 파악하고 개인별 지원 계획과 하나의 연락 창구를 마련하여 서비스 이용을 조정한다. 조직 수준에서는 기관 간 의뢰 기준, 공동회의, 역할 분담과 위기 대응 절차를 정하여 담당자가 바뀌어도 협력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도 수준에서는 나뉘어 있는 법령, 재정, 자격 기준, 정보체계와 평가 방식을 조정하여 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고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따라서 통합의 성과는 서비스 연계 건수보다 이용자의 자립과 삶의 질, 안전, 서비스의 연속성, 가족의 부담과 지역·집단 간 접근성의 차이가 실제로 개선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2) 통합돌봄의 등장 배경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는 한 번의 치료만으로 회복하기 어렵고 장기간 여러 전문 분야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늘렸다. 의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도 이동, 식사, 주거, 복약과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이 있으면 병원 치료만으로 지역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가족 규모의 축소,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잦은 지역 이동과 돌봄 인력 부족은 가족이 모든 지원을 맡아 온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낮 추었다. 반면 보건·의료·요양·복지 제도는 서로 다른 재정과 자격 기준, 전달체계에 따라 발전하여 이용자가 여러 기관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서비스의 분절을 낳았다. 특히 복합적인 욕구가 있는 노인은 여러 제공기관을 동시에 이용하므로 조정이 부족하면 돌봄 중단, 건강 악화와 자원 낭비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OECD, 2025c; Kim et al., 2026). 통합돌봄의 등장은 공급기관이 정한 서비스보다 당사자의 삶 전체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권리 중심·사람 중심 관점의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 입원 기간의 단축과 재택의료 기술의 발전은 병원 밖에서 복잡한 건강 문제를 관리할 가능성을 높였지만, 적절한 퇴원 지원과 일상생활 돌봄이 없으면 그 부담과 위험이 가정과 가족에게 넘어갈 수 있다. 감염병 위기는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시설의 취약성과 대면 서비스가 중단될 때 고립된 사람에게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함께 보여 주었다. 재정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긴 뒤 고비용 입원과 시설 이용으로 대응하기보다 예방, 일차의료, 재활과 재가 지원에 투자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통합돌봄은 비용 절감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권리로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3) 시설 중심 돌봄의 한계
입소시설은 지속적인 관찰과 집중적인 신체 지원, 의료·간호서비스 이용 및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지역사회 서비스가 부족하여 당사자의 선호와 관계없이 시설 입소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경우이다. 집단생활의 정해진 식사·취침·활동 시간과 표준화된 업무절차는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인의 생활 습관과 선택, 위험을 감수하며 활동할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생활 장소가 가족과 이웃에게서 멀어지면 익숙한 역할과 관계가 약해지고 퇴원이나 퇴소 후 지역사회로 돌아갈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권은 단순히 시설 밖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선택하고 강요된 생활방식으로 자율성을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CRPD Committee, 2017). 탈시설화는 대규모 시설을 폐쇄하거나 입소자를 소규모 주거로 옮기는 행정 조 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규모 공동주거에서도 이용자가 함께 살 사람과 일과, 외출 및 지원 인력을 선택하지 못하면 시설의 통제 방식이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 지역사회로 전환하려면 접근 가능한 주택, 활동 지원과 방문간호, 소득·고용 지원, 이동 수단, 위기 대응과 가족 휴식 지원이 개인별 필요에 맞게 마련되어야 한다. 안전을 이유로 선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위험의 정도와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가장 덜 제한적인 대안을 함께 마련하고, 시설을 선택하거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충분한 인력과 권리 보장, 지역사회 교류와 퇴소 기회를 제공하여 거주 형태에 따라 우열을 나누지 않아야 한다.
4)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의미
지역사회 계속 거주는 나이, 질병이나 장애로 지원의 필요가 커지더라도 본인이 선택한 집과 생활권에서 안전하고 가능한 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이 개념의 핵심은 같은 주소에 오래 머무는 것보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 일상적인 역할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 있다. 주택은 기억과 정체성이 쌓인 공간이며 동네는 사람과 상점, 이동 경로와 공공서비스를 통해 익숙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 계속 거주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사는 완전한 자립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하며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노인들은 익숙한 집과 지역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 자율성 및 돌봄 관계를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중요한 의미로 인식하였다(Wiles et al., 2012).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정책 목표로 삼을 때에는 집에 머무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주택, 계단과 교통의 장벽, 서비스 부족,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해결되지 않으면 재가생활은 자립이 아니라 방치와 가족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 개조와 보조기술뿐 아니라 방문형 보건·돌봄서비스, 이동과 식사 지원, 소득 보장, 이웃 관계와 문화 활동을 함께 마련해야 하며, 이용자가 이사나 지원주택, 공동주거 또는 시설을 선택하더라도 익숙한 관계와 생활권을 유지하고 이후 선택을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성과는 재가 거주 기간만으로 측정하지 않고 거주 장소의 선택권, 안전, 사회 참여, 충분한 돌봄과 가족 부담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Pani-Harreman et al.,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