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체계
3. 지역사회 통합지원의 제도적 기반
지역사회 통합지원의 제도적 기반은 주민의 복합적인 돌봄 욕구를 개별 사업이나 담당자의 판단에 맡기지 않고 공공의 책임과 지속적인 절차에 따라 지원하기 위한 장치이다. 통합돌봄이 실질적인 권리로 보장되려면 대상과 급여, 담당 기관, 재정, 정보 공유와 책임 범위가 법령과 계획을 통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도사업과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별 운영 경험을 쌓은 뒤 별도의 통합지원 법률을 제정하였으며, 현행 제도에서는 시·군·구가 대상자 신청과 발굴, 욕구 조사, 종합 판정,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서비스 연계와 점검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1) 지역사회 통합지원정책의 발전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통합지원정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돌봄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병원·시설 중심의 지원체계를 지역사회 생활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2018년 11월에 발표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은 주거, 보건의료, 요양과 돌봄서비스를 지역 안에서 연계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어 2019년 4월에는 노인,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지원 분야를 포함한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어 2년 동안 지역별 모형을 개발하고 검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통합지원 창구, 지역케어회의와 욕구 조사 도구 등의 공통 요소가 구체화되었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서비스를 구성하는 경험도 쌓 였다. 선도사업은 중앙정부가 하나의 모형을 모든 지역에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시도를 통해 제도의 핵심 기능을 확인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보건복지부, 2020). 2023년 7월에는 12개 시·군·구에서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제도화를 위한 준비가 더욱 강화되었다. 시범사업은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의 위험이 있으면서 의료·돌봄의 필요도가 높은 노인을 중심으로 방문의료를 확대하고 지역 사례회의를 운영하였다(보건복지부, 2023b). 참여 지역은 2024년 32개, 2025년 6월 131개에서 같은 해 9월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되어 전국 시행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서비스 연계 경험을 축적하였다(보건복지부, 2026l). 이러한 확대는 한시적인 공모사업에 머물던 통합돌봄을 지역의 상시적인 책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전국 어디에서나 적용할 최소 기준과 재정·인력 지원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2)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제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2024년에 제정되어 2026 년 3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지원의 법적 기반이다(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2024). 이 법은 노쇠, 장애, 질병이나 사고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이어 가도록 필요한 지원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률에서 통합지원은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서로 연계하는 활동을 뜻한다. 따라서 통합지원은 하나의 새로운 급여가 아니라 여러 제도와 제공기관을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연결하고 조정하는 공적 체계이다. 이 법은 서비스 제공 여부를 개별 기관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복합적인 생활 욕구와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권리를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공통된 방향을 제시한다.
법률은 통합지원 서비스의 범위를 보건의료, 건강관리와 예방,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지원으로 구체화하고 가족과 보호자를 위한 지원도 함께 규정한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2024). 다만 각 서비스의 자격과 급여량, 제공 여부는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사회서비스 등 관련 법령과 사업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시·군·구의 역할은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마다 다른 이용 기준과제공 절차를 조정하여 필요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신청한 모든 급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지역의 서비스 공급과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야하며, 제도의 성과도 법률상 절차의 준수뿐 아니라 방문의료, 재가요양,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3)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통합지원에서 국가는 전국 어디서나 적정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간 형평성과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책임을 진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시·도와 협의하여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 확충, 전달체계, 전문인력, 재원과 법령 개선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는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역계획의 추진 성과를 평가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시·도는 관할 지역의 서비스 기반과 재원을 확보하고 시·군·구 사이의 자원 격차를 조정하는 광역 단위의 지원 기능을 담당한다. 시·군·구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연간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대상자 발굴, 종합 판정, 개인별 지원 계획 수립, 서비스 연계와 점검을 직접 총 괄한다(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2024). 정부 간 역할 분담은 단순히 업무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나 최소한의 통합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이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별 수요와 재정 여건을 고려한 재정 지원, 표준 업무지침, 정보시스템과 인력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시·도는 방문의료, 재활과 전문적인 사례 자문처럼 하나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을 여러 지역이 함께 활용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시·군·구는 보건소, 읍·면·동, 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복지기관과 주민조직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단순한 서비스 연계 건수보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감소, 이용자 경험과 가족 부담의 변화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4) 통합지원 대상과 지원 절차
통합지원 대상자는 노쇠, 장애, 질병이나 사고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고 여러 분야의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는 실질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행령은 65세 이상인 사람, 장애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 가운데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사람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장관과 협의하여 인정하는 취약계층 등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정한다. 신청은 본인, 가족·친족 또는 후견인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할 수 있으며, 대상자가 퇴원하는 의료기관과 지정 시설의 담당자도 본인의 동의를 받아 신청할 수 있다.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했거나 위기 상황에 놓이는 등 스스로 신청하기 어려운 사람은 담당 공무원이 발굴하여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직권 신청은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수단이지만 당사자에게 신청 내용과 절차를 설명하고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2024; 보건복지부, 2025b). 신청하거나 대상자로 발굴된 이후에는 개인과 가구의 특성, 주거 환경, 일상생활 수행 능력, 신체·정신 건강, 현재 이용 중인 급여와 돌봄 욕구를 조사한다. 시·군·구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와 요양·돌봄의 필요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안내한다. 통합지원회의는 당사자와 가족의 의견을 반영하여 지원 내용과 방법, 제공량, 기간, 제공기관과 기관 간 연계 방안을 담은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이 확정되면 시·군·구가 직접 지원하거나 관련 기관에 서비스를 의뢰하고 제공 상황과 이용자의 상태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계획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조정하되, 모든 절차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접근성, 충분한 설명, 자기결정권과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보장하는 이용자 중심의 과정으로 운영해야 한다(보건복지부, 2026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