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로봇 기반 돌봄서비스의 설계와 운영
2. 로봇 기반 돌봄서비스 도입 절차
로봇 기반 돌봄서비스의 도입은 기기를 먼저 선정한 뒤 이용자를 맞추는 단순한 구매 과정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돌봄 문제를 확인하고 적절한 지원 방법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도입의 출발점은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원하는 변화,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건강상태와 신체·인지 기능, 의사소통 방법, 생활 습관, 주거 환경, 가족과 종사자의 지원 가능성 및 예상되는 위험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같은 기능을 가진 로봇이라도 이용자의 신체 조건과 사용 환경에 따라 도움의 정도와 위험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생활 공간에서의 적합성을 확인해야 한다. 확인된 이용자의 요구와 위험요인은 이후의 기기 선정, 기능 설정과 운영 조건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도입 절차는 이용자의 욕구 사정, 신체·인지 기능과 환경 평가, 로봇의 적합성 판단, 기기 선정과 서비스 계획, 설치·교육·적응 지원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 단계에는 이용자와 가족, 돌봄 종사자, 보건·복지 전문가와 기술 담당자가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역할에 따라 참여해야 한다. 기기를 선정한 뒤에는 로봇이 수행할 활동, 이용 시간, 담당자, 안전 확인 방법, 문제 발생 시 대응과 대체 지원 방법을 포함한 서비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보조기술의 제공은 적절한 제품의 선택과 조정, 이용자 교육과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이며 이러한 원칙은 로봇 기반 돌봄서비스에도 적용된다(WHO, n.d.-a).
1) 이용자 욕구 사정
이용자 욕구 사정은 로봇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기 전에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이다. 이동, 식사, 위생, 복약, 의사소통, 정서적 교류와 여가 활동 등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어려움이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 빈도, 현재의 대 처방법,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느끼는 부담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목표와 로봇에 기대하는 기능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상태 확인과 상호작용 방식도 살펴야 한다. 노인돌봄 로봇 연구에서도 이용자와 돌봄 제공자의 요구, 기대와 우려를 도입 전에 확인하는 참여적 접근이 강조된다(Rigaud et al., 2024). 욕구 사정에서는 이용자 본인의 진술을 우선하되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행동 관찰과 가족·종사자의 정보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가족이나 기관의 업무 편의를 이용자의 의사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본인의 반응과 선호, 거부 표현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사정 결과는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하다’와 같은 포괄적인 표현보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안전하게 옮겨 앉기’처럼 실제로 관찰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는 위험의 크기, 이용자가 느끼는 중요성, 현재 지원의 부족 정도와 로봇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여 정하고, 로봇이 필요한지, 사람의 추가 지원이나 환경 개선이 더 적절한지 또는 여러 방법을 결합해야 하는지를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신체·인지·환경 평가
신체평가에서는 근력,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 균형, 보행, 체중을 지탱하는 능력, 손 기능, 시력과 청력, 통증과 피로 등을 확인한다. 침대와 휠체어 사이의 자리 이동이나 보행을 돕는 로봇은 이용자의 체중과 키뿐 아니라 도움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자세, 피부 상태, 골절 위험과 의학적으로 주의해야 할 조건도 살펴야 한다. 로봇을 버튼으로 조작하는 경우에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힘, 손의 떨림과 손이 닿는 범위를 확인하고 음성명령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발음 특성과 주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환경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용자의 기능은 피로, 약물 복용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한 번의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활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로봇의 크기, 신체를 지지하는 방식, 움직임의 범위와 속도, 힘과 조작 방법을 이용자에게 맞추는 근거가 된다. 인지평가에서는 주의집중, 기억, 지시 이해, 판단,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과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환경평가에서는 출입문의 폭, 문턱과 경사, 바닥재, 회전 공간, 가구 배치, 조명, 소음, 전원과 통신 상태를 실제 이동 경로에서 확인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함께 사는 사람의 이동 경로와 반려동물을 고려하고, 시설에서는 다른 이용자와 방문자의 이동, 교대근무와 공용공간의 혼잡을 함께 살펴야 한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하는 로봇은 작동 범위와 수집하는 정보가 주변 사람이나 사적인 공간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해야 하며, 보조기술은 개인의 기능만을 보완하는 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활동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지원하는 체계이므로 이용자와 사용 공간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WHO, 2001, 2024b).
3) 로봇의 적합성 판단
적합성 판단은 확인된 욕구와 사용 조건에 비추어 특정 로봇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서 위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단계이다. 먼저 지원이 필요한 활동과 로봇의 기능을 연결하고 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 크기, 이동 범위, 작동시간, 정확도와 사용 제한 조건이 실제 환경에 맞는지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이용자가 로봇의 접근과 접촉, 소리, 외형과 반응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돌봄 종사자가 로봇을 안전하게 조작하고 이용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지, 고장이나 잘못된 작동이 발생했을 때 개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노인의 보조로봇 수용성은 설명만 들었을 때와 실제 로봇을 경험한 뒤에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실제 사용과 비슷한 환경에서 체험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Beer et al., 2017). 적합성은 ‘적합’, ‘조건부 적합’과 ‘부적합’으로 구분하고 판단의 근거와 필요한 조건을 기록할 수 있다. 조건부 적합은 감독자의 동행, 특정 시간대 사용, 속도·힘의 제한, 일부 공간의 출입 제한이나 추가 보조기구 사용 등을 전제로 한다. 로봇 사용으로 낙상이나 충돌 위험이 커지거나 이용자의 불안과 거부가 계속되면 도입을 미루고 다른 지원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간단한 보조기구나 환경 개선만으로도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비용과 관리 부담이 큰 로봇을 우선할 필요는 없으며, 적합성 판단에는 이용자의 경험과 선택, 의학적 안전성, 기술적 가능성과 기관의 운영 능력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4) 기기 선정과 서비스 계획
기기 선정에서는 적합성 판단을 통과한 후보 제품의 기능, 안전성, 사용의 편리성, 내구성, 다른 장치와의 연결 가능성, 비용과 사후지원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구매가격뿐 아니라 설치와 공간 개조, 교육, 소모품, 통신, 정기 점검, 수리와 교체 등에 드는 전체 사용 기간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사나 공급자에게 사 용설명서, 위험정보, 점검 주기, 고장 대응 시간, 부품 공급 기간과 소프트웨어 갱신 방침을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시험 운영을 실시하여 이용자의 반응, 활동 성공률, 걸린 시간, 오류와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기록한다.
노인돌봄 로봇을 배정할 때에는 이용자의 특성, 필요한 기능, 로봇의 실제 활용 가능성과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여러 기준에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Sawik et al., 2023). 서비스 계획에는 이용자의 목표, 로봇이 수행할 활동, 사용 장소와 시간, 조작자와 확인 담당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조건과 평가 시점을 명시해야 한다. 사람과 로봇의 역할을 구분하여 로봇이 활동을 수행한 뒤 사람이 확인할 사항과 반드시 사람이 직접 제공해야 하는 돌봄을 정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기준, 배터리 부족, 통신장애와 오류 경고에 대한 대응 방법 및 고장 시의 대체지원도 포함해야 한다. 성과지표에는 사용 횟수뿐 아니라 활동의 성공, 안전사고와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 이용자 만족도, 스스로 수행한 활동, 종사자의 부담과 서비스 중단시간 등을 포함하고, 서비스 계획을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여 관련 종사자가 일관된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공유해야 한다.
5) 설치·교육·적응 지원
설치 전에는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작업 공간을 정리하고 충전 위치, 인터넷 연결, 보관 장소와 비상 정지 기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설치 후에는 처음 설정한 값, 센서와 안전장치, 이동 제한 구역, 사용자 계정과 접근 권한이 계획대로 설정되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사람을 태우거나 신체에 접촉하는 로봇은 실제 이용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이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기본 움직임과 안전 기능을 먼저 시험해야 한다. 교육은 이용자, 가족과 종사자의 역할에 맞추어 작동 시작과 종료, 정상적인 조작, 경고의 의미, 청소와 충전, 비상 정지와 문제 보고를 직접 연습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전문용 서비스로봇은 훈련받은 운영자가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사용설명서를 나누어 주는 것만으로 교육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IFR, 2025). 적응 지원은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사용하기보다 위험이 낮고 단순한 활동에서 시작하여 이용자의 경험과 반응에 따라 사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초기에는 담당자가 로봇의 움직임과 함께 이용자의 두려움, 혼란, 피부 불편, 피로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살펴야 한다. 로봇의 음량, 속도, 사람에게 다 가가는 거리, 상호작용 내용과 사용시간은 이용자의 반응과 선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정한 적응 기간이 지나면 목표 달성 정도, 발생한 위험과 이용자·종사자의 경험을 종합하여 계속 사용, 설정 변경, 기기 교체 또는 서비스 중단을 결정해야 하며, 사회적 로봇의 현장 도입에서도 기술지원과 교육뿐 아니라 이용자 특성에 맞춘 기능 조정, 종사자의 참여와 조직의 준비가 중요한 조건으로 확인된다(Papadopoulos et al.,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