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로봇 기반 돌봄서비스의 설계와 운영
8. 로봇 돌봄서비스의 현장 과제
로봇 기반 돌봄 서비스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기기의 성능뿐만 아니라 이용자, 종사자, 공간, 재정, 제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용자의 거부감, 종사자의 숙련 부족, 시설의 물리적 제약, 불안정한 조달 체계는 성능이 우수한 로봇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의료기기와 보조기기의 경계, 데이터 처리,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면 기관이 도입을 미루거나 로봇의 기능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과제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설계와 운영 전반에서 함께 조정해야 할 조건이다. 국내 돌봄 로봇 사업도 기술 개발, 중개 연구, 현장 실증, 제도 개선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4a, 2025a; 국립재활원, 2025).
1) 이용자의 거부감과 적응
이용자는 낯선 외형과 소리, 오작동에 대한 두려움, 감시받는 느낌,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로봇 사용을 거부할 수 있다.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노화나 장애를 드러낸다고 느끼거나 로봇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거부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을 단순한 기술 공 포나 비협조로 규정하면 이용자의 가치와 과거 경험, 로봇이 가진 실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로봇의 목적,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한계, 작동 중단 방법, 사람의 개입 방식을 이해하기 쉬운 말과 시범으로 설명해야 한다. 고령자의 건강 기술 수용에는 유용성과 사용 편의성뿐만 아니라 신뢰, 사생활, 사회적 지원, 개인의 생활 맥락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Bertolazzi et al., 2024). 적응 지원은 설명 직후 로봇을 일상적인 돌봄에 투입하기보다 관찰, 체험, 도움을 받아 사용하는 단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경험은 대화, 간단한 물품 전달, 낮은 강도의 운동처럼 위험이 낮고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과업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용자가 로봇의 속도, 음량, 접근 거리, 호출 방식을 조절하고 필요할 때 작동을 중지할 수 있으면 통제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언어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이용자는 표정, 긴장, 회피, 수면과 행동의 변화 등 비언어적 반응도 관찰해야 한다. 적응 기간이 지난 뒤에도 불안이나 불편이 지속되거나 서비스가 이용자의 목표와 맞지 않으면 설정과 과업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2) 돌봄종사자 교육
돌봄 종사자 교육은 전원을 켜고 조작 순서를 익히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에게 로봇이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위험 상황에서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육 내용에는 기기의 목적과 사용 제한 조건, 사용 전 점검, 정확한 장착과 자세, 비상 정지, 수동 해제, 감염 관리, 기본적인 오류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시설 관리자, 정보 기술 담당자는 역할이 다르므로 직무별로 필요한 교육 내용과 수행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용자에게 적용하기 전에는 모형이나 동료를 활용한 모의 훈련을 통해 정상 작동뿐만 아니라 충돌, 통신 장애, 이용자 거부와 같은 예외 상황도 연습해야 한다. 로봇 시스템 도입 연구에서도 지식, 교육 기회, 기술 지원의 부족은 간호 현장의 주요 실행 장벽으로 확인되었다(Servaty et al., 2020). 기관은 교육 시간을 공식적인 업무 시간으로 보장하고 신규자, 야간 근무자, 대체 인력도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부서별로 숙련된 사용자나 현장 지원자를 지정하면 간단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제조사와 현장 종사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부품 변경, 새로운 과업의 추가가 이루어지면 변경된 내용과 위험에 맞추어 보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의 효과는 출석 여부보다 점검, 조작, 비상 대응, 기록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시범 운영 전후에 종사자의 경험과 인식 변화를 조사하면 업무 적합성, 효율성, 이용자와의 상호 작용에 관한 우려를 발견하고 교육과 배치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Leoste et al., 2025).
3) 공간과 시설환경
로봇이 안전하게 움직이고 작동하려면 출입문의 폭, 회전 반경, 복도와 병실의 여유 공간, 바닥의 마찰과 단차, 경사로와 승강기의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침대, 휠체어, 이동식 의료 장비, 가구의 위치도 로봇의 이동 경로와 센서의 감지 범위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동 로봇에는 안정적인 통신망, 정확한지도, 충전 장소가 필요하고, 신체 보조 로봇에는 장착, 보관, 세척, 점검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충전기와 케이블은 보행과 피난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설치하고, 배터리의 발열과 화재 위험을 고려하여 관리해야 한다. 공간 평가는 도면만으로 끝내지 않고 이용자, 종사자, 방문객이 실제로 이동하는 시간대에 로봇을 운행하여 병목과 사각지대를 확인해야 한다. 시설을 크게 변경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로봇의 크기, 최소 통로 폭, 단차 극복 능력, 승강기 연동, 수동 이동 가능성을 제품 선정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반대로 로봇의 서비스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문턱 제거, 가구 재배치, 자동문 설치, 통신 음영 지역 개선 등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산정할 수 있다. 시설의 구조나 가구 배치가 달라지면 로봇의 이동 경로를 다시 검증하고 제한 구역, 보행자 우선 구역, 저속 구간을 갱신해야 한다. 자율 이동 로봇의 병원 환경 평가는 좁은 통로에서 움직이는 장애물과 사람이 섞여 있는 실제 조건을 바탕으로 항법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Rondoni et al., 2024). 시설 환경은 로봇의 이동 가능성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접근성, 감염 관리, 화재 대피 조건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4) 비용과 조달체계
로봇의 경제성은 구입 가격만이 아니라 도입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총비용과 서비스 성과를 비교하여 판단해야 한다. 총비용에는 구입이나 임대, 공간 개조, 시스템 연동, 통신, 교육, 보험, 정기 점검, 소모품, 배터리, 수리, 소프트웨어 갱신 비용이 포함된다. 고장과 충전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시간, 대체 인력, 데이터 이전, 계약 종료와 폐기에 필요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로봇으로 절감한 시간이 실제로 다른 돌봄 활동에 사용되는지와 낙상, 근골격계 부담, 입원 기간 또는 이용자의 자립 수준이 개선되는지도 함께 측정해야 한다. 재활 로봇의 비용 비교에 서도 회기당 비용은 장비의 이용률, 운영 방식, 비교 대상이 되는 치료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Gower et al., 2025). 조달 전에는 실제 이용 환경에서 일정 기간 시험하여 목표 과업의 성공률, 안전성, 종사자의 부담, 이용자의 경험, 유지 보수 대응을 확인해야 한다. 초기 수요가 불확실한 기관은 단계적 구매, 임대, 성과 연동 계약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장기 비용과 중도 해지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계약에는 가동률, 고장 접수와 복구 시간, 예비 기기, 교육,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 보안 갱신, 부품 공급, 사고 지원의 수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정 업체에 지나치게 종속되지 않도록 서비스 기록의 반출 방법, 표준 인터페이스, 데이터 이동성, 계약 종료 후 처리 방법도 확인해야 한다. 돌봄 로봇을 필요한 사람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개별 기관의 구매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 실증, 공동 조달, 보조기기 지원 등 지속 가능한 재원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보건복지부, 2024b).
5) 의료기기·보조기기 규제
돌봄 로봇의 법적 지위는 제품에 붙은 명칭보다 제조자가 제시한 사용 목적, 기능, 적용 대상, 효과에 관한 주장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질병이나 장애의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은 의료기기 해당 여부와 품목 분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활동을 돕고 신체 기능을 유지·향상·보완하는 제품은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체계의 적용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동일한 외형의 로봇이라도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지, 일반적인 운동이나 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요구되는 허가와 근거가 달라질 수 있다. 제품의 분류와 적용 규정은 출시 및 도입 전에 관계 기관의 기준과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의료기기법, 2026;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2026). 도입 기관은 제품의 허가·인증에 따른 사용 목적, 사용 대상, 설치 환경, 금기 사항, 조작자 요건이 예정된 서비스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가받은 제품이라도 소프트웨어, 센서, 부속품 또는 사용 목적을 임의로 변경하면 성능과 안전성뿐만 아니라 규제상 지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 돌봄 로봇의 국제 안전표준은 이동형 도우미 로봇, 신체 보조 로봇, 탑승형 로봇의 위험 저감 요구 사항을 다루지만, 의료기기인 로봇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므로 제품의 용도에 맞는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ISO, 2014).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전파, 전기 안전에 관한 의무도 의료기기 해당 여부와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품목 분류에 명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는 개발과 실증 초기부터 적용 기준을 확인하고 현장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6) 로봇과 인간의 역할 조정
로봇은 반복적인 운반, 정해진 동작의 보조, 많은 힘이 필요한 이승, 규칙적인 알림, 일정한 형식의 측정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사람은 이용자의 말과 생활 맥락을 해석하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며 불안과 고통에 반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역할을 조정할 때는 로봇이 수행할 과업, 사람이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시점, 이상 발생 시 사람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조건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로봇의 출력과 경고는 판단을 돕는 정보로 활용하고, 종사자가 현장 상황에 따라 수정하거나 적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돌봄 로봇을 개별 기기가 아니라 이용자, 가족, 종사자, 조직이 함께 돌봄 성과를 만드는 서비스 체계로 보아야 현실적인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Watanabe et al., 2024). 로봇 도입 이후에는 줄어든 업무뿐만 아니라 새로 발생한 확인, 설정, 충전, 청소, 오류 대응 업무도 함께 측정해야 한다. 로봇이 절감한 시간은 이용자와의 대화, 상태 관찰, 복합적인 판단, 개별화된 지원 등 사람이 담당해야 할 돌봄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봇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안전에 필요한 인력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고장과 예외 상황에서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역할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과정에는 이용자, 가족, 현장 종사자, 관리자, 기술 담당자의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 로봇 기반 돌봄 서비스는 사람을 밀어내는 자동화가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의 돌봄 역량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Coghlan et al.,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