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100. 미래 돌봄사회와 정책 과제

제13장 AI·로봇 시대의 사회복지 실천과 정책 과제

9. 미래 돌봄사회와 정책 과제

미래 돌봄 사회의 핵심 과제는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필요할 때 존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 가족 구조의 변화, 돌봄 인력 부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돌봄의 책임과 비용이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AI와 로봇은 서비스의 접근성과 연속성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 지역, 장애, 디지털 역량에 따른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 정책은 사회보장, 지역사회 통합 돌봄, 노동 정책, 개인정보 보호, 산업 정책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인간 중심 돌봄 사회는 기술의 효율성을 이용자의 권리, 돌봄 노동의 가치, 사회적 연대 안에 배치하는 사회이다(WHO, 2021a; ILO, 2024).

1)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의 공공성은 돌봄을 가족의 사적인 책임이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는 원칙이다. 국가는 필요한 서비스의 기준을 정하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며 소득과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대상자 선정, 이용자 부담, 품질, 노동 조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공적 책임은 유지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농어촌과 취약 지역에서도 필수적인 돌봄 서비스가 지속되도록 직접 공급, 재정 지원, 공동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돌봄에 대한 공공 투자는 이용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성평등,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기반이다(ILO, 2024). 기술 기반 돌봄의 공공성은 공공 재정으로 개발하거나 도입한 기술과 데이터가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관리하는 데서 나타난다. 국가는 개별 공급자에게 의존하여 사업을 단기간 운영하기보다 공통 표준, 공공 인프라, 전문 인력, 장기적인 유지 관리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민간 위탁과 협력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계약 종료나 기업의 철수로 필수적인 돌봄이 중단되지 않도록 데이터 이전, 대체 서비스, 지속 운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성과 평가에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접근성, 서비스 연속성, 권리 보호, 노동 조건, 지역 격차의 변화를 포함해야 한다. 공공성 강화는 민간 기술의 활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 기준, 책임 아래 기술을 선택하고 통제하는 정책 방향이다(Greenhalgh et al., 2017; UNDP, 2024a).

2) 보편적 돌봄서비스 확대

보편적 돌봄 서비스는 빈곤하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시혜가 아니라 생애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돌봄 필요에 대응하는 제도이다. 소득 중심의 선별만으로는 갑작스러운 질병, 장애, 출산, 노쇠, 가족 돌봄자의 소진으로 발생하는 욕구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서비스 접근은 지불 능력뿐만 아니라 기능 상태, 생활 환경, 실제 돌봄 필요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편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종류와 양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통된 권리를 바탕으로 필요에 비례하여 충분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국제노동기구도 아동 돌봄, 보건의료, 장기요양을 포함하여 질이 높고 적정하며 접근하기 쉬운 돌봄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ILO, 2024).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신청주의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생활 현장에서 돌봄 필요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읍·면·동, 의료기관, 학교, 고용 기관, 사회복지기관이 이용자의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고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본인 부담은 비용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으로 설계하고 저소득층과 지원 욕구가 큰 사람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신청을 확대하더라도 방문, 전화, 우편, 적법한 대리 신청을 유지하여 온라인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편적 돌봄은 급여 대상의 확대뿐만 아니라 충분한 공급량, 숙련된 인력, 적절한 재정, 지속적인 품질 관리를 갖출 때 실질적인 권리가 된다(World Bank, 2020; ILO, 2025a).

3)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지역사회 중심 돌봄은 노쇠, 장애, 질병이 있더라도 가능한 한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과 주거 지원을 통합하는 체계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과 하위 법령에 따라 2026년 3월 27일부터 지역 돌봄 통합 지원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신청·발굴, 조사, 종합 판정, 개인별 지원 계획, 서비스 연계·제공, 모니터링의 과정을 중심적으로 조정한다. 이용자의 선택과 생활 목표를 반영하려면 의료적 필요뿐만 아니라 주거, 이동, 식사, 사회관계, 가족 돌봄자의 상황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통합 돌봄은 여러 기관의 서비스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순서, 역할, 책임을 연결하는 접근이다(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2024; 보건복지부, 2026e). 지역 간 격차를 줄이려면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서비스 기준과 재정을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인구와 자원 특성에 맞게 전달 체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는 방문진료, 방문간호, 재활, 주거 개선, 일상생활 지원, 이동, 사회 참여를 연결하는 다직종 협력망이 필요하다. AI와 원격 기술은 전문가와 서비스 자원이 부족한 지역을 지원할 수 있지만, 대면 서비스나 이동 지원을 축소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별 지원 계획에는 기술 사용 여부와 목적, 인간 돌봄의 방식과 빈도, 긴급 대응, 서비스 중단 시의 대체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이용자의 건강과 생활 상태가 달라지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계획과 기술의 사용 수준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WHO, 2021b; 김세진 외, 2024; 보건복지부, 2026e).

4)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격차는 기기와 인터넷의 보유 여부뿐만 아니라 이용 비용, 접근성, 문해력, 장애, 언어, 기술에 대한 신뢰, 도움을 받을 사람의 유무에서 발생한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복잡한 본인 인증, 작은 글자, 짧은 응답 시간, 음성 인식 오류는 일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장벽이 된다. 「디지털포용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차별이나 배제 없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는 앱, 웹사이트, 키오스크 이용만을 사실상의 기본 경로로 강요하지 않고 전화, 방문, 사람을 통한 신청·상담 경로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성과는 온라인 이용률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도 필요한 지원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디지털포용법, 2026; 디지털취약계층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 2026). 격차 해소 정책에는 적정한 통신비와 기기 지원, 접근성 높은 설계, 지속적인 교육, 현장 지원이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일회성 집합 교육보다 생활권 안에서 반복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역량 센터, 복지관, 이동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기 사용이 어려운 이용자에게 가족의 도움만 요구하지 말고 공적으로 훈련된 지원 인력과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대리 이용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 평가에서는 평균 이용률을 넘어 고령자, 장애인, 이주민, 농어촌 주민, 저소득층의 신청 완료율, 서비스 이용 결과, 중도 포기의 원인을 구분하여 살펴야 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는 모든 사람을 동일한 방식의 디지털 이용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과 선호에 맞는 다양한 이용 경로를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다(WHO & ITU, 2024; Yang et al., 2024).

5) 기술의 공공적 개발과 활용

기술의 공공적 개발은 기업이 만든 완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 문제와 이용자의 필요에서 연구 개발의 목표와 성과 기준을 설정하는 접근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돌봄 현장의 요구, 이용자의 권리, 데이터 보호, 접근성, 장기 유지 비용을 연구 개발과 조달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공적 재원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과 데이터 표준은 특정 기업에 과도하게 종속되지 않도록 상호 운용성, 자료 이동성, 시스템 전환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과 소규모 기관도 사용할 수 있는 공동 플랫폼, 공개 표준, 공통 검증 기반을 마련하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서비스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 디지털 공공 인프라는 기술적 설비뿐만 아니라 법과제도, 운영 조직, 공통 표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포함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UNDP, 2023, 2024a). 공공적 활용을 위해서는 기술의 사회적 편익과 위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고 실증과 평가 결과를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조달 기관은 가격과 기능의 수뿐만 아니라 접근성, 집단별 성능, 개인정보 보호, 보안, 에너지 사용, 수리 가능성, 부품 공급, 서비스 종료 이후의 지원을 평가해야 한다.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시범 사업과 부정적인 결과도 공개해야 다른 기관이 같은 오류와 비용을 반복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공공 데이터는 개인의 재식별 위험을 최소화하고 공익적 이용 목적, 접근 조건, 이익의 분배, 책임을 명확히 한 뒤 활용해야 한다. 기술의 공공성은 소유 주체가 공공기관인지 여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설정, 개발과 통제의 과정, 책임 구조, 혜택의 분배가 공익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판단된다(UNDP, 2024b).

6) 이용자 참여형 정책설계

이용자 참여형 정책 설계는 당사자를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검토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공동 설계자로 인정하는 접근이다. 고령자, 장애인, 가족 돌봄자, 서비스 이용자는 행정 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일상의 장벽과 기술의 실제 영향을 알고 있다. 참여는 설문이나 공청회를 한 번 실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제 설정, 예산 편성, 시범 사업, 본사업 도입, 평가, 개선의 모든 단계에 제도화해야 한다.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디지털 접근이 쉽고 의견 표현에 익숙한 사람뿐만 아니라 중증 장애인, 시설 거주자, 농어촌 주민, 문해력이 낮은 사람, 서비스 미이용자도 포함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이용자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참여 가능한 환경, 대표성, 역량 강화, 결과의 정책 반영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Conquer et al., 2024). 실질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이해하기 쉬운 자료, 수어·문자 통역, 보완대체의사소통, 이동 지원, 충분한 숙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참여자가 제공한 시간, 경험, 전문성에는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 개인정보 노출이나 서비스상의 불이익 없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정부와 기관은 어떤 의견을 반영했 는지, 반영하지 않은 의견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이용자 위원회에는 형식적인 자문 역할뿐만 아니라 고위험 기술의 재검토, 중대한 위험이 확인된 시범 사업의 중단 요청, 평가 결과 확인에 관한 실질적인 참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사회적 참여는 정책의 형평성과 효과를 높이고 돌봄 체계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Bunn et al., 2018; Conquer et al., 2024).

7) 지속가능한 인간 중심 돌봄사회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는 현재의 돌봄 필요를 충족하면서 미래 세대도 양질의 돌봄을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재정, 인력, 기술, 환경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이다. 단기 시범 사업과 일시적인 예산에 의존하면 기기가 보급된 이후 유지 보수, 교체, 인력 교육이 중단되어 서비스의 연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 국가는 인구와 돌봄 욕구의 변화를 예측하여 안정적인 재정 기반과 장기적인 인력 계획을 마련하고 예방적·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의 적정한 임금, 안전, 휴식, 고용 안정, 교육은 부수적인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기반이다. 돌봄 경제에 대한 투자는 양질의 서비스와 일자리를 확대하고 건강, 성평등, 사회적 회복력을 강화한다 (ILO, 2026). 인간 중심의 지속 가능성은 기술의 전력 사용, 기기 수명, 수리 가능성, 부품 공급, 전자 폐기물 같은 환경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관은 필요 이상의 센서와 기기를 설치하기보다 효과와 필요성이 확인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수리·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정책 성과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 자원과 탄소 사용, 존엄성, 관계의 질, 형평성, 노동 조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 기술 사용을 거부할 권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권리, 공동체의 돌봄 책임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 돌봄 사회의 발전은 가장 첨단의 기술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WHO, 2021a; UNCTAD, 2024).

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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