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001. 인간의 돌봄 필요성과 상호의존성

제1장 돌봄의 개념과 사회복지적 의미

1. 인간의 돌봄 필요성과 상호의존성

돌봄은 일부 취약집단에게만 필요한 특별한 지원이 아니라,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필요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으며,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 가능성도 있다(Fineman, 2008). 출생과 성장, 질병과 회복, 장애와 노화의 과정에서 필요한 돌봄의 형태와 정도는 달라지지만, 타인의 관심과 지원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삶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자립은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살아가는 상태라기보다, 필요한 자원과 관계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해 나가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돌봄의 필요성과 상호의존성을 이해하는 것은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만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바라보고, 사회복지의 역할을 살펴보는 출발점이 된다.

1) 인간의 삶과 돌봄 욕구

돌봄 욕구는 식사, 위생, 주거와 같은 신체적 필요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의사소통, 소속감, 사회참여와 관련된 필요까지 포함한다. 돌봄은 이러한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을 유지하고 회복하도록 돕는 활동이다(Tronto, 1993). 같은 건강 상태나 기능상의 제약이 있더라도 생활 환경, 가족관계, 경제적 자원, 문화적 기대, 개인적 선호에 따라 필요한 돌봄은 달라질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곧 무능력하거나 수동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돌봄 욕구는 개인의 부족함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개인의 기능과 생활 환경을 함께 살펴 파악해야 한다(WHO, 2015). 사회복지실천에서는 돌봄 욕구를 파악할 때 위험과 어려움뿐 아니라 당사자의 강점, 생활 목표, 관계망,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자원도 함께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전문가가 정한 필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선호를 표현하고 지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권리의 주체이다. 사회복지사와 돌봄종사자는 말로 표현된 요구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의 변화, 생활 환경의 어려움, 가족돌봄자의 부담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필요한 돌봄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지만, 지나치거나 통제적인 개입 역시 자율성과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 적절한 돌봄은 단순히 도움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원의 내용과 방식을 조정하는 실천이다.

2) 생애과정과 돌봄의 보편성

영유아기는 생존과 애착 형성을 위해 지속적인 신체적 보호와 정서적 반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동·청소년기에는 보호와 양육에 더해 학습, 놀이, 또래관계, 점진적인 자기결정을 지원하는 돌봄이 중요해진다. 성인기에도 출산과 양육, 질병, 실업, 사고, 가족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일시적이거나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 노년기의 돌봄 욕구는 연령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건강 상태, 기능 상태, 주거 환경, 사회적 관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WHO, 2015). 이처럼 돌봄은 특정 연령집단에만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형태를 달리하며 나타나는 보편적인 필요이다. 생애과정 관점에서는 돌봄을 어느 한 시점의 문제로 따로 보지 않고,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환경, 이후의 변화가 서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한 사람은 어느 시기에는 돌봄을 받지만 다른 시기에는 가족이나 이웃, 또는 직업을 통해 돌봄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돌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입학, 취업, 퇴원, 장애 발생, 은퇴, 사별과 같은 삶의 전환기에는 기존의 관계나 서비스가 끊길 가능성이 커지므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돌봄정책은 일부 집단만을 특별한 의존 대상으로 구분하기보다 누구나 필요할 때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ILO, 2018). 동시에 돌봄의 필요 정도와 비용 부담이 큰 사람에게는 더 많은 자원을 지원해야 실질적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3) 자립과 의존의 관계

자립은 흔히 경제활동을 하며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상태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은 어린 시절뿐 아니라 질병, 장애, 노화, 예기치 않은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과 사회적 자원에 의지한다.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성인의 삶도 가족의 무급노동, 공공 기반시설, 의료·교육, 시장서비스의 지원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의존을 인간의 예외적인 실패로 보는 관점은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모두를 사회적 주변부로 밀어낼 수 있다(Kittay, 1999). 상호의존성은 인간이 서로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상호의존성에 기초한 자립지원은 이용자를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도움까지 줄여 혼자 감당하게 하는 방식을 모두 경계한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할 수 있고 원하는 일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면서, 생활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제한되는 부분에는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는 안전을 이유로 이용자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되며, 위험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가능한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회제도 역시 돌봄이 가족이나 특정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소득, 주거, 보건의료, 활동지원, 휴식지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Fineman, 2008). 이러한 관점에서 자립은 아무런 도움 없이 살아가는 상태가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자신의 생활방식을 이어 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4) 돌봄의 사회적 가치

돌봄은 개인의 생존과 안녕을 지지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노동과 공동체의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시장가격으로 측정되지 않는 가족과 공동체의 무급돌봄은 경제활동이 이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공식적인 경제지표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그 가치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Folbre, 2001). 유급돌봄 역시 높은 책임과 전문성, 정서적 노력을 요구하지만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일로 여겨져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Duffy et al., 2013). 돌봄의 사회적 가치는 돌봄을 직접 받는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가족의 생활 안정, 사회참여, 고용 유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필요한 돌봄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건강 악화, 학습 기회 상실, 가족의 소진, 노동시장 이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며, 그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돌봄을 단순한 희생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에 들어가는 시간과 전문성, 책임, 정서적 노력에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재정에서 돌봄 지출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사회적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질은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시간과 내용뿐 아니라 종사자의 적정한 인력 배치, 교육, 임금, 휴식, 고용 안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ILO, 2018). 가족, 지역사회, 시장, 국가 사이의 책임 분담이 공정하지 않으면 특정 성별과 계층에 돌봄 부담이 집중되고 서비스 이용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돌봄의 사회적 가치는 이용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돌봄 제공자의 노동권과 사회 전체의 공정한 책임 분담까지 함께 고려할 때 충분히 드러난다.

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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