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말이 막히는 이유는 말솜씨가 아니라 구조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어휘가 풍부하거나 순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중요한 순간에 말이 막히거나 설명이 길어지면 자신의 말솜씨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기 위해 좋은 표현을 외우고, 발표 기술을 배우고, 더 자신 있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능력도 필요하지만 면접이나 업무 보고, 회의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먼저 말하고, 어떤 내용을 남기며, 어디에서 설명을 끝낼 것인지 정하는 능력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많이 꺼내놓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내용을 골라 순서를 정하는 일에 가깝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주제에 관한 생각만 들어 있지 않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묻는 순간에도 현재 진행률, 고객의 요구, 담당자의 역할, 예산, 일정, 예상되는 위험, 과거에 있었던 문제까지 여러 정보가 동시에 떠오른다.
면접에서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을 받아도 학창 시절의 경험, 직장생활, 주변의 평가와 자신의 성격이 한꺼번에 생각날 수 있다. 문제는 정보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그중 무엇이 지금 질문에 대한 답인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시작한 말은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뒤로 밀린다.
반대로 말을 분명하게 하는 사람은 반드시 특별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말로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먼저 정하고 그 판단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유와 근거만 이어간다. 세부적인 설명은 처음부터 모두 꺼내지 않고 상대가 더 알고 싶어 할 때 덧붙인다. 그래서 같은 내용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라도 한 사람의 이야기는 복잡하게 들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이해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지식의 양보다 정보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방식에서 생긴다.
1. 아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잘 아는 내용이라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랫동안 담당한 업무나 자신이 경험한 사건처럼 아는 내용이 많을수록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질문 하나를 받았는데 관련된 배경과 사람, 숫자와 사건이 너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 모든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무엇 하나 빼면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내용을 처음부터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가 많아질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아는 것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이고 설명하는 것은 그 정보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다. 두 능력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같지는 않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그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설명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너무 익숙한 개념이라 중간 설명을 생략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전달하려다 지나치게 자세해질 수도 있다. 결국 설명에는 지식뿐 아니라 선택과 편집이 필요하다.
상사가 담당자에게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끝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해보자. 담당자의 머릿속에는 협력업체에서 자료를 늦게 보낸 일, 고객이 요구사항을 추가한 일, 디자인 작업의 진행률, 개발팀의 일정과 테스트 기간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정보를 떠오르는 순서대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되기 쉽다.
지난주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협력업체에서 자료를 조금 늦게 보내왔고, 고객이 중간에 요구사항을 추가해서 개발팀과 다시 검토했습니다. 디자인 작업은 거의 끝났고 개발도 진행하고 있는데 테스트 일정이 조금 빠듯할 것 같습니다.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담당자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사가 질문한 것은 프로젝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계획대로 끝날 수 있는가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첫 문장에도, 두 번째 문장에도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다. 결국 상사는 “그래서 예정대로 끝난다는 겁니까, 늦어진다는 겁니까?”라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설명은 많았지만 상대가 원하는 답은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음처럼 말하면 방향이 달라진다.
현재 일정대로 완료하기는 어렵고 약 3일의 지연이 예상됩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이 추가되면서 테스트 기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능을 우선 적용하면 지연을 하루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오늘 중으로 조정안을 보고드리겠습니다.
두 답변에 포함된 정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답변은 현재 판단, 핵심 원인, 다음 행동의 순서로 정리되어 있다. 듣는 사람은 첫 문장에서 현재 상태를 알고, 두 번째 문장에서 이유를 이해하며, 마지막 문장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게 된다. 설명의 차이는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어떤 정보를 먼저 꺼냈는가에서 만들어진다.
이 원리는 업무 보고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면접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사건의 모든 배경보다 자신이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회의에서는 이전의 경과를 모두 설명하기 전에 현재 안건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어떤 보완을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발표에서는 여러 자료를 제시하기 전에 결국 무엇을 제안하려는지를 청중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경험과 자료라도 상대와 상황이 달라지면 먼저 선택해야 할 정보가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말을 준비할 때 “무엇을 알고 있는가?”만 생각해서는 부족하다. 그보다 먼저 “이 상대가 지금 판단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설명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모든 정보가 듣는 사람에게도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꺼내는 것은 정보의 전달이고, 그중 필요한 것을 골라 순서를 정하는 것은 설명이다. 잘 설명하는 사람은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되는지 아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