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노인 돌봄서비스와 장기요양체계
2. 노화의 특성과 일상생활 변화
노화는 신체와 인지, 정서, 사회적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지만 그 모습과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노년기의 변화는 생물학적 노화뿐 아니라 질환과 생활 습관, 생애 경험, 주거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므로 정상적인 노화와 치료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난이도와 환경의 장벽, 이용할 수 있는 지원에 따라 달라진다.
1) 신체적 노화
신체적 노화에는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 골밀도와 관절 기능의 변화, 심장과 폐 기능의 저하, 시각과 청각의 변화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움직임의 속도를 늦추고 활동 후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한다. 그러나 변화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심한 기능 저하를 예상해서는안 된다. 건강한 노화에서 기능적 능력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능력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형성된다(WHO, 2015). 따라서 신체적 노화를 곧바로 질병이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상태와 같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근력과 균형 감각, 감각 기능의 변화는 계단 오르기와 이동, 목욕, 식사 준비 같은 활동을 어렵게 하고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충분한 조명과 손잡이, 미끄럼 방지 시설, 적절한 높이의 가구와 같은 환경 조정은 개인의 능력을 보완한다. 갑작스러운 보행 변화와 통증, 호흡 곤란, 심한 피로는 정상적인 노화로 넘기지 말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안전을 이유로 모든 활동을 대신하면 움직임과 자신감이 더 줄어들 수 있으므로 필요한 부분만 돕고, 노인의 선호와 생활 리듬을 존중하면서 휴식과 운동, 영양, 보조기기 활용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2) 인지적 노화
인지 기능은 주의와 기억, 언어, 판단, 문제 해결,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 등 여러 영역으로 구성된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여러 대상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떠올리는 능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어휘와 오랫동안 쌓은 지식, 익숙한 기술, 반복해 온 활동은 비교적 잘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종류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정상적인 인지 노화는 질병으로 인한 인지 저하와 구분해야 한다(Harada et al., 2013). 일시적으로 이름이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치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인지 변화를 고려한 지원에는 충분한 응답 시간과 한 번에 한 가지씩 설명하는 방식, 일정표와 안내 표시, 익숙한 일과를 활용할 수 있다. 갑자기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거나 짧은 기간에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가 아니므로 신속하게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청력과 시력 저하, 수면 부족, 통증, 약물 부작용은 실제보다 인지 능력이 낮아 보이게 할 수 있다. 설명을 쉽게 하더라도 노인을 의사결정에서 제외하지 말고 선택권을 보장하며, 인지 상태는 한 번의 검사 결과보다 평소의 수행 능력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3) 정서적·사회적 변화
노년기 자체가 우울이나 외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노인은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한다. 다만 은퇴와 사별, 건강 악화, 소득 변화, 사회적 역할의 축소는 상실감과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라고 느낄수록 새로운 관계를 넓히기보다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목표와 가까운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Carstensen et al., 1999). 따라서 관계망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고립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돌봄은 사회 참여의 양을 일률적으로 늘리기보다 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와 활동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은 실제로 만나는 사람과 관계망이 부족한 상태이고, 외로움은 자신이 원하는 관계와 실제 관계 사이의 차이로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슬픔과 애도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지만 절망감과 흥미 상실, 심한 불안, 자살에 관한 생각이 계속되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가족과 이웃의 지원, 의미 있는 역할, 이동 수단, 지역 활동, 디지털 접근은 사회 참여의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노인을 어린아이처럼 대하거나 가족에게만 의견을 묻지 말고, 개인의 문화와 가족관계, 성격, 선호하는 교류 방식에 맞게 정서적·사회적 지원을 계획해야 한다.
4)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변화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기본적 일상생활 활동과 도구적 일상생활 활동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기본적 일상생활 활동에는 목욕과 옷 입기, 화장실 사용, 이동, 배설 조절, 식사가 포함된다(Katz et al., 1963). 도구적 일상생활 활동에는 전화 사용과 장보기, 식사 준비, 가사, 세탁, 교통수단 이용, 복약 관리, 금전 관리가 포함된다(Lawton & Brody, 1969). 복잡한 판단과 여러 단계의 수행이 필요한 도구적 활동은 기본적 활동보다 먼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활동 평가는 항목별 점수를 매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같은 사람도 통증과 피로, 시간대, 장소, 보조기기 사용 여부에 따라 수행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평가할 때는 질문에 대한 응답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안전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을 구분하고, 수행하지 않는 이유가 기능 저하 때문인지 개인의 선호나 역할 분담의 결과인지 확인해야 한다. 입원이나 급성 질환 이후에는 일시적인 기능 저하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하여 수행 능력을 다시 평가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노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에는 개입하지 않는 최소한의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5) 잔존능력과 자립성 유지
잔존 능력은 기능이 저하된 뒤에 단순히 남아 있는 능력이 아니라 현재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신체적·인지적·사회적 능력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부족한 부 분뿐 아니라 잘하는 일과 관심, 습관, 관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방법을 함께 살펴야 한다. 선택·최적화·보상 모형은 중요한 목표를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강화하며, 잃은 기능을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는 적응 과정을 설명한다 (Baltes & Baltes, 1990). 예를 들어 장거리 외출을 줄이면서 가까운 모임을 유지하고 보행 보조기와 교통 지원을 활용하는 것은 선택과 보상을 결합한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은 노인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목표를 조정하고 자원을 활용하는 주체로 이해하게 한다. 자립성을 지원하려면 충분히 기다린 뒤 말이나 동작으로 도움을 주고, 꼭 필요한 단계에서만 신체적으로 도와야 한다. 환경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손잡이와 의자, 보행 보조기, 기억 보조 도구를 사용하면 활동을 스스로 마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립 지원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모든 일을 대신하는 것과 무리하게 혼자 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모두 피해야한다. 건강 상태와 생활 목표가 달라지면 지원 수준과 보조 방법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