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노인 돌봄서비스와 장기요양체계
3. 만성질환과 인지저하
노년기의 건강 문제는 하나의 질환으로 나타나기보다 여러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의 증상과 치료에 따른 부담은 이동과 식사, 복약,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며,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 계획을 따르며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돌봄은 진단명이나 문제 행동만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 상태와 약물, 생활 환경,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1) 노년기 만성질환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 꾸준한 치료와 자기 관리가 필요한 건강 문제이다. 노년기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관절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이두 가지 이상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질환이 겹치면 증상과 치료가 서로 영향을 주고 질환별 진료 지침의 내용이 충돌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때 치료를 결정할 때는 개별 검사 수치를 정상화하는 것뿐 아니라 노인의 건강 목표와 선호, 예상되는 효과와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Boyd et al., 2019). 따라서 돌봄 제공자는 질환별 요구를 단순히 더하기보다 개인에게 중요한 생활 목표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는 증상 관찰과 정기 진료, 식사와 운동, 복약, 합병증 예방이 일상생활 속에서 계속 이루어지도록 돕는 과정이다. 돌봄 제공자는 통증과 부종, 호흡 곤란, 어지럼, 식욕·배설의 변화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와 흉통, 심한 호흡 곤란, 한쪽 신체의 마비 같은 응급 증상이 나타나면 관찰에만 머물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과 연결해야 한다. 질환 때문에 모든 활동을 제한하면 근력과 사회 참여가 더 줄어들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가능한 활동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며, 증상을 줄이고 기능과 삶의 질을 보존하는 것을 건강 관리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2) 복약과 건강관리
노인은 여러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약과 일반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약의 수가 늘어날수록 중복 처방과 약물 간 상호작용, 복용 누락, 잘못된 용량 사용, 이상 반응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신장과 간의 기능, 체 성분의 변화는 약물의 흡수와 분포, 배설에 영향을 주어 같은 용량에도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노인에게 부적절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은 질환과 다른 약물, 돌봄 환경, 개인의 목표를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American Geriatrics Society, 2023). 다만 특정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방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안전한 복약 관리를 위해서는 처방약과 비처방약, 영양제,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약을 포함한 전체 목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약의 이름과 목적, 용량, 복용 시간, 주의해야 할 이상 반응을 노인과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약 달력과 복용 시간별로 구분된 약통, 알림 기기, 복약 기록은 기억에 대한 부담을 줄이지만 인지 능력과 시력, 손의 기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어지럼과 졸림, 낙상, 변비, 식욕 저하, 갑작스러운 혼란은 약물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복약 변화와 발생 시점을 함께 확인하고, 의료기관을 옮기거나 퇴원하여 처방이 바뀔 때는 약물 목록을 비교하여 불필요한 중복과 누락이 없는지 의료진과 확인해야 한다.
3) 인지저하와 치매
인지 저하는 기억과 주의, 언어, 판단, 시공간 능력,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 가운데 하나 이상이 이전보다 낮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에서는 인지 기능의 변화가 확인되더라도 기본적인 독립생활 능력은 대체로 유지될 수 있다.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여러 질환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어려움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치매는 기억과 사고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기분, 행동,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WHO, 2026b). 인지 저하의 정도와 진행 과정은 원인과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한 가지 증상이나 선별 검사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일을 반복해서 묻거나 금전 관리와 복약에서 실수가 늘고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 변화가 계속되면 전문적인 평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평가할 때는인지 검사뿐 아니라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진행 과정, 일상 기능, 기분, 수면, 감각 기능, 약물, 신체 질환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주의력이 떨어지고 의식 상태가 변하는 섬망은 치매와 달리 급성 질환이나 약물 등의 원인을 신속하게 찾아야 하는 상태이다. 진단 후에도 노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가능한 의사결정에 계속 참여하도록 지원하며, 현재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안전과 건강 관리, 사회 참여, 앞으로의 의사결정을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4) 행동·심리 증상에 대한 지원
치매의 행동·심리 증상에는 초조와 공격성, 무관심, 우울, 망상, 환각, 수면 변화, 반복 행동, 배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치매 자체뿐 아니라 통증과 감염, 변비, 배고픔, 피로, 두려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주변 환경의 자극에서 비롯될 수 있다. 따라서 행동을 고의적인 방해나 성격 문제로 판단하기보다 충족되지 않은 필요와 불편함을 나타내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원인을 살핀 뒤 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접근이 권장된다(Kales et al., 2015). 이 과정에는 치매 노인과 가족, 돌봄 제공자의 관찰과 경험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지원의 첫 단계는 행동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행동 직전의 상황, 주변 사람의 반응, 지속 시간, 결과를 기록하는 것이다. 통증과 갑작스러운 질환을 확인하고 소음과 조명, 온도, 복잡한 이동 경로, 낯선 사람, 지나친 요구 같은 환경 요인을 조정해야 한다. 익숙한 일과와 차분한 말투,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활동, 산책, 음악처럼 개인에게 의미 있는 비약물적 방법을 먼저 적용할 수 있다. 자해나 다른 사람을 해칠 긴급한 위험 또는 심한 고통이 있을 때는 안전을 확보하고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 약물 치료의 효과와 위험을 신중하게 살피며, 사용한 방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여 계속하거나 수정하고 단순한 억제나 처벌은 피해야 한다.
5) 가족 돌봄 부담
가족 돌봄 부담은 신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서적 긴장과 경제적 비용, 사회적 관계와 직업 역할의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험이다. 치매의 진행과 행동·심리 증상, 야간 돌봄, 예상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은 가족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을 요구한다. 가족관계와 경제 상태, 동거 여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사회적 지원에 따라 같은 돌봄 시간도 서로 다른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돌봄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돌봄 요구에서 생기는 일차적 스트레스와 일·가족관계·자아감에 영향을 미치는 이차적 스트레스가 서로 작용하는 과정이다(Pearlin et al., 1990). 따라서 가족의 부담을 개인의 인내심이나 책임감 부족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가족에게는 질환과 증상에 관한 정보와 돌봄 기술 교육, 상담, 자조 모임, 휴식, 대체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주 돌봄자의 수면 상태와 우울·불안, 신체 질환, 경제적 어려움, 학대 위험도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족 구성원은 역할과 비용, 의사결정 책임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한 사람에게 돌봄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가 서비스와 주야간 보호, 단기 보호, 시설 서비스의 이용은 가족의 실패가 아니라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므로, 가족 지원을 통해 노인과 가족 모두의 관계와 안전, 삶의 질을 보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