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로봇기술과 돌봄로봇의 이해
8. 돌봄로봇의 한계와 과제
돌봄로봇은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반복 업무와 안전 확인을 지원할 수 있지만 실제 돌봄 환경에서는 기술적·경제적·사회적 한계도 함께 나타난다. 특히 고령자, 아동, 환자와 장애인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작은 오류도 낙상, 불안, 사생활 침해와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해진 조건에서 실시한 성능시험만으로 현장의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활동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활동을 구분하고 실제 사용 환경에서 효과, 위험, 비용과 이용자의 수용 정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돌봄로봇은 단순히 더 많은 기능을 자동화하기보다 이용자의 삶의 질과 자기결정을 지원하면서 돌봄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1) 기술적 오류와 고장
돌봄로봇은 센서, 제어장치, 움직임을 만드는 장치, 통신망과 소프트웨어가 서로 연결된 체계이므로 한 부분의 이상도 전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메라와 거리 센서는 어두운 조명, 빛이 반사되는 표면, 가구 배치와 사람의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물건이나 위치를 잘못 인식할 수 있다. 음성인식은 주변 소음, 사투리와 발음 특성의 영향을 받으며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센서도 착용 상태와 움직임에 따라 부정확한 값을 만들 수 있다. 통신장애나 서버 중단은 원격조작과 알림 전달을 늦추고 배터리 부족이나 부품의 마모는 이동과 신체지원 기능을 중단시킬 수 있다. 따라서 돌봄로봇의 성능은 정돈된 시험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와 실제 생활 환경을 반영한 조건에서 검증해야 한다. 기술적 오류와 고장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우므로 이상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위험한 움직임을 막는 기능이 중요하다. 개인돌봄로봇의 안전표준은 처음부터 위험을 줄인 설계, 추가적인 보호조치와 적절한 사용정보의 제공을 요구한다(ISO, 2014). 로봇은 위험한 상황에서 작동을 멈추거나 속도와 힘을 제한하고 통신이 끊어지면 안전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면 움직임을 조절하는 조건, 안전 설정과 다른 장치와의 연결 상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존 기능을 다시 확인하고, 오류와 작동 기록을 반복되는 고장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는 형태로 남겨야 한다.
2) 안전사고와 책임
돌봄로봇과 관련된 안전사고에는 이동 중 충돌과 낙상, 침대나 휠체어 사이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추락, 관절·피부 손상, 잘못된 알림과 민감한 정보의 노출 등이 포함된다. 사고는 하나의 제품 결함보다 이용자의 상태, 로봇의 성능, 공간 구조, 사용방법과 사람의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용뿐 아니라 잘못된 조작, 통신장애, 이용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과 로봇이 맡은 활동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도 예상해야 한다. 특히 신체지원이나 건강 관련 기능은 로봇의 판단만으로 실행하기보다 사람이 이용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은 개별 부품의 기능이 아니라 로봇, 이용자, 운영자와 사용 환경이 결합된 전체 체계의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확인하려면 로봇이 무엇을 인식하고 판단했는지, 어떤 경고를 보냈는지, 사람이 어떻게 조작하고 정비했는지를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사는 제품의 사용 목적과 성능의 한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조건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사용기관은 승인된 범위와 환경에서 로봇을 사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포함된 고위험 시스템에 위험관리, 기록, 투명성과 인간의 감독을 요구하는 제도적 접근은 이러한 책임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European Parliament &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2024). 사고 책임은 제품 결함, 잘못된 설치, 부적절한 사용과 감독 실패 등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고가 발생한 뒤에만 책임을 판단하지 말고 설계부터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3) 높은 비용과 유지관리
돌봄로봇의 비용에는 구입가격이나 임대료뿐 아니라 공간 개조, 다른 시스템과의 연결, 교육, 소모품과 유지보수 비용이 포함된다. 배터리와 움직이는 부품의 교체, 소프트웨어 사용료, 통신·보안 관리와 세척·소독에도 지속적으로 비용이 든다. 고장이 잦거나 수리기간이 길면 장비를 실제로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중 단된 기능을 사람이 다시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로봇의 사용법을 익히고 조작하며 오류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비용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성은 처음의 구매가격만이 아니라 일정 기간 발생하는 전체 비용을 실제 돌봄 성과와 비교하여 평가해야 한다. 치매 돌봄에서 물개 모양의 로봇을 평가한 경제성 연구에서는 로봇이 일반적인 돌봄보다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고 초조 증상의 개선에서도 봉제 인형보다 뚜렷하게 우수한 비용 대비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Mervin et al., 2018). 이는 첨단 기능이 많거나 제품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비용 대비 효과도 높다고 가정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비용 대비 효과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 빈도와 고장으로 이용하지 못한 시간뿐 아니라 이용자의 기능과 삶의 질, 사고 감소와 돌봄 종사자의 신체적 부담 변화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또한 부품 공급이나 소프트웨어 지원의 중단, 특정 업체의 시스템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문제도 장기적인 유지비용과 서비스의 연속성에 영향을 주므로, 돌봄로봇의 경제적 가치는 자동화한 업무량보다 제한된 자원으로 이용자와 돌봄 제공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4) 이용자의 수용성
이용자 수용성은 로봇을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호기심이나 만족을 넘어 필요할 때 계속 선택하고 사용하려는 정도를 의미한다. 고령자가 사회적 보조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기술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정도, 사용의 편리성, 즐거움, 신뢰와 주변 사람의 영향이 함께 작용한다(Heerink et al., 2010). 같은 기능도 어떤 사람에게는 독립성을 높이는 도구로 받아들여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감시, 낙인이나 인간 접촉 감소의 원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로봇의 외형, 음성, 이동 속도와 대화 방식에 대한 선호도 문화, 세대, 장애 특성과 기술 이용 경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연령이나 진단명만으로 이용자의 태도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이용자의 거부를 단순히 교육이 부족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로봇의 기능이 유용하더라도 조작하기 어렵고 오류가 잦거나 불안과 수치심을 일으키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버튼, 화면, 음성안내와 비상 정지 기능은 시각·청각·인지·운동 능력이 서로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용자, 가족과 돌봄 종사자가 개발과 시험에 참여하면 실제 생활 환경에 맞지 않는 기능과 설계상의 장벽을 발견할 수 있으며, 수용성은 만족도뿐 아니라 장기간의 이용 정도, 사용을 중단한 이유, 도움 요청, 정서적 반응과 실제 돌봄 성과를 함께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
5) 인간과 로봇의 역할 분담
인간과 로봇의 역할 분담은 사람의 업무를 기계로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잘할 수 있는 활동을 구분하여 돌봄의 안전성과 질을 높이는 과정이다. 로봇은 물품 운반, 반복 측정, 무거운 신체지원과 정해진 알림처럼 일정한 절차에 따라 수행하기 쉬운 활동을 도울 수 있다. 돌봄 종사자는 관계 형성, 미묘한 상태 변화의 해석, 가치 판단, 위기 대응과 가족과의 의사소통처럼 이용자의 생활 환경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생활시설 종사자에 관한 연구에서도 신체적으로 힘든 활동과 업무 부담을 줄이는 로봇에 대한 요구가 컸지만 사람에 의한 돌봄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도 함께 나타났다(Trainum et al., 2024). 따라서 역할 분담은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지만 따지지 말고 이용자에게 필요한 인간적 돌봄과 종사자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로봇이 맡을 활동과 사람이 결과를 확인할 범위, 오류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통제권을 넘겨받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자동화로 줄어든 업무와 새롭게 생긴 확인·기록·오류 처리 업무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로봇의 측정값과 처리 속도만으로 종사자의 성과를 평가하면 경청, 정서적 지지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며, 간호지원 협동로봇 연구에서도 실제 업무 부담을 줄인다는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어서 사람을 중심으로 필요한 지원 활동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제시되었다(Babalola et al., 2024). 돌봄로봇의 성과는 로봇의 수나 자동화 비율이 아니라 이용자의 삶의 질, 종사자의 안전과 전문성, 사람에게 직접 돌봄을 받는 시간이 함께 향상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