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로봇기술과 돌봄로봇의 이해
7. 재활·치료 보조 로봇
재활·치료 보조 로봇은 질환이나 손상으로 저하된 신체 기능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도록 움직임 훈련과 치료 활동을 지원하는 장치이다. 재활은 개인의 건강상태와 생활 환경을 함께 고려하여 기능을 높이고 장애의 영향을 줄이는 활동이므로, 로봇 자체의 성능보다 이용자의 일상 기능과 사회 참여 향상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WHO, 2024e). 로봇은 정해진 움직임과 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고 훈련 과정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의 범위, 속도와 힘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지만, 뇌졸중, 척수손상, 뇌성마비, 파킨슨병과 근골격계 손상 등 질환과 회복 단계 및 장치 유형에 따라 효과와 안전 조건이 달라진다. 따라서 재활로봇은 치료사를 대신하는 자동 치료기가 아니라 전문적인 평가와 목표 설정을 바탕으로 훈련량을 늘리고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1) 재활로봇의 개념
재활로봇은 센서, 제어장치와 움직임을 만드는 장치를 이용하여 이용자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훈련에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센서는 관절의 각도, 이동 거리, 속도와 로봇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하며, 제어장치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도움의 정도와 움직임을 조절한다. 움직임을 만드는 장치는 팔이나 다리를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이용자가 시작한 동작을 끝까지 수행하도록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재활로봇은 손이나 발 등 신체 끝부분을 잡아 움직이는 방식과 각 관절의 위치에 맞추어 몸에 착용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Maciejasz et al., 2014). 두 방식은 착용과 설치의 편의성, 관절별 움직임 조절,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신체에 정확히 맞추는 정도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재활로봇의 훈련방식에는 로봇이 움직임 전체를 만들어 주는 수동훈련, 이용자가 스스로 시작한 움직임을 로봇이 돕는 능동보조훈련과 이용자의 움직임에 저항을 주는 능동훈련이 있다. 훈련 초기에는 중력이나 마비의 영향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충분한 힘을 제공하고, 기능이 향상되면 도움을 줄여 이용자가 스스로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화면의 목표물, 점수와 가상환경을 활용한 정보 제공은 이용자가 훈련 내용을 이해하고 반복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점수나 로봇이 측정한 수치가 실제 기능 회복을 그대로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움직임의 질을 함께 평가해야 하며, 재활로봇의 효과는 반복 횟수뿐 아니라 적절한 훈련 활동, 이용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훈련 결과가 실제 생활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2) 상지 재활로봇
상지 재활로봇은 어깨, 팔꿈치, 손목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도록 설계된 장치이다. 손이나 아래팔을 손잡이 또는 지지대에 고정하는 방식은 팔 뻗기와 물건 옮기기 등의 활동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어깨부터 손목까지 몸에 착용하는 방식은 여러 관절에 각각 필요한 힘을 전달할 수 있지만 이용자의 관절 위치와 장치의 회전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어야 한다. 훈련은 단순히 관절을 움직이는 단계에서 시작하여 컵 잡기와 목표물 옮기기처럼 일상생활과 관련된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도움을 주는 힘과 움직임의 범위는 이용자의 통증,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 근육의 긴장 정도와 어깨의 안정성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상지 재활로봇은 일정한 조건에서 운동을 여러 번 반복하게 하고 수행 결과를 화면으로 즉시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뇌졸중 후 기계·로봇 보조 팔 훈련에 관한 연구에서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 팔 기능과 근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보고되었지만 장치와 훈련방식에 따른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Mehrholz et al., 2018). 로봇을 사용하는 동안 팔의 움직임이 좋아졌더라도 그 효과가 실제 옷 입기, 식사와 개인위생 활동으로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로봇이 팔을 지나치게 이끌면 이용자의 능동적인 노력이 줄거나 몸통으로 팔의 부족한 움직임을 대신하는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상지 재활로봇은 충분한 반복훈련을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스스로 움직이고 실제 생활 활동을 수행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3) 하지·보행 재활로봇
하지·보행 재활로봇은 이용자가 서기, 체중 옮기기와 걷기 동작을 안전하게 반복하도록 몸을 지지하고 다리의 움직임을 안내하는 장치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몸에 착용하는 방식은 골반과 다리를 지지하면서 엉덩이관절과 무릎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발판을 이용하는 방식은 발이 바닥을 딛고 앞으로 이동하는 보행 동작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실제 걷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유도한다. 체중을 받쳐 주는 장치를 함께 사용하면 다리 근력이 약한 이용자도 낙상 위험을 줄이면서 많은 걸음을 반복해 훈련할 수 있다. 다만 로봇이 만든 좌우가 일정한 보행 동작이 모든 이용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므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 근육의 경직과 평소 보행 특성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보행로봇은 보폭, 좌우 움직임의 균형, 발을 바닥에 딛는 시간과 도움을 주는 힘을 측정하여 훈련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뇌졸중 관련 연구를 종합한 검토에서는 로봇·기계 보행훈련과 물리치료를 함께 실시한 경우 물리치료만 받은 경우보다 치료 종료 시 혼자 걷는 능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Mehrholz et al., 2025). 그러나 평균 보행 속도와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의 추가적인 향상은 확인되지 않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효과가 제한적이었으므로, 혼자 걸을 수 있는지뿐 아니라 보행 속도, 지구력과 지역사회에서의 이동 능력을 구분하여 평가해야 한다. 로봇을 통해 익힌 보행 능력이 일상생활로 이어지려면 실제 바닥에서 걷기, 방향 바꾸기, 장애물 피하기와 계단 이용 등의 훈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4) 착용형 외골격
착용형 외골격은 이용자의 몸 바깥에 착용하여 약해지거나 마비된 관절의 움직임을 기계의 힘으로 돕는 로봇이다. 의료용 하지 외골격은 센서와 제어장치를 이용해 엉덩이관절, 무릎관절 또는 발목관절의 움직임을 한쪽이나 양쪽에서 지원한다(FDA, 2026). 외골격은 치료실에서 반복적인 보행훈련에 사용하는 장치와 일상적인 이동을 돕는 장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 필요한 기능과 전문가의 감독 수준도 달라진다. 일부 장치는 체중 이동이나 몸통 기울임을 걷기 시작 신호로 사용하고 다른 장치는 미리 정해진 보행 순서에 따라 다리를 움직인다. 장치는 이용자의 신체 크기와 관절 위치에 정확히 맞아야 하며 피부에 닿는 부분과 보조기 연결 부분에 지나친 압력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착용형 외골격은 이용자에게 서고 반복해서 걸을 기회를 제공하며 치료사가 이용자의 다리를 직접 들어 옮기는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뇌졸중 후 외골격 보행훈련 연구에서는 걷기 연습량을 늘릴 가능성이 확인되었지만 연구 규모와 방법이 다양하여 효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Louie & Eng, 2016). 외골격은 장치의 무게, 움직일 때 생기는 저항, 이용자의 관절과 장치의 회전 위치가 맞지 않는 문제, 피부 압박, 피로와 배터리·센서 오류 등의 위험이 있으며, 장치의 지지와 조절을 받으며 걷는 것은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걷는 것과 같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착용형 외골격의 성능은 보행 횟수와 거리뿐 아니라 착용의 편리성, 신체적 부담, 균형, 안전과 실제 이동 능력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5) 개인맞춤형 재활훈련
개인맞춤형 재활훈련은 진단명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현재의 기능 수준, 회복 단계, 개인의 목표와 훈련 반응에 따라 로봇의 훈련 활동과 도움의 정도를 조절하는 접근이다. 같은 질환이 있는 이용자라도 마비 정도, 감각, 근육의 경직, 피로,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활동이 다르므로 고정된 프로그램을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 초기 기능평가를 바탕으로 팔이나 다리를 뻗는 거리, 움직이는 속도, 반복 횟수, 저항과 휴식 시간을 정하고 훈련 반응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로봇이 측정한 위치와 힘에 관한 자료를 전문가의 평가 결과와 함께 활용하면 작은 변화를 살피고 다음 단계의 난이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훈련의 목표는 로봇 안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식사, 옷 입기, 이동과 사회 참여 능력을 높이는 데 두어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돕는 제어’는 이용자가 훈련 활동을 끝까지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힘만 제공하고 기능이 향상되면 도움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실패를 줄이면서 이용자가 스스로 노력하도록 돕는 방법이지만 설정이 적절하지 않으면 로봇이 지나치게 많이 돕거나 이용자가 계속 실패할 수 있다(Marchal-Crespo & Reinkensmeyer, 2009). 따라서 통증, 피로, 움직임의 질과 활동 성공률을 살피면서 도움의 정도와 난이도를 함께 조절해야 한다. 자동 조절 기능은 수행자료를 바탕으로 도움의 수준을 제안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어려움과 실제 기능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으므로, 로봇의 측정·조절 기능을 전문가의 판단과 이용자의 목표에 결합해야 안전하고 의미 있는 개인맞춤형 재활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