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스마트 돌봄과 디지털 헬스케어
8. 스마트 돌봄의 발전 과제
스마트 돌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새로운 기기를 더 많이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서비스, 운영 기반을 하나의 사회기술적 체계로 정비하는 과정이다. 상호 운용성과 데이터 표준이 확보되지 않으면 개별 기술의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돌봄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디지털 접근성과 주거 공간의 사생활 보호도 기술 도입 이후에 추가하는 보완 조치가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할 조건이다. 또한 지역의 기반 시설, 기술 지원 능력, 이용자 참여 수준은 서비스의 실제 이용 가능성과 지속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스마트 돌봄은 기술 연계, 데이터 품질, 접근성, 정보 보호, 현장 참여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발전시 켜야 한다.
1) 기술 간 상호운용성
기술 간 상호 운용성은 서로 다른 기기와 정보 시스템이 데이터를 교환하고 그 의미를 일관되게 해석하여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데이터가 전달되는 기술적 호환성뿐만 아니라 용어와 코드의 의미를 일치시키는 의미적 호환성과 기관 간 업무 절차를 조정하는 조직적 호환성이 포함된다. 주거 센서, 웨어러블 기기, 돌봄 로봇, 관제 플랫폼, 보건·복지 정보 시스템이 연결되어야 위험 신호가 적절한 담당자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폐쇄적인 전용 규격이 여러 개 사용되면 중복 입력, 정보 단절,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종속이 발생하여 기관의 전환 비용이 증가한다. 개방형 상호 운용 표준은 다양한 시스템에서 정보가 일관되게 표현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공통 기반이다(WHO & HL7, 2023). 상호 운용성을 구현하려면 공개된 연결 규격, 버전 관리, 적합성 시험, 기술 지원 조건을 조달 단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의료 정보 교환에는 국제 표준을 활용하되, 일상생활 수행, 돌봄 욕구, 서비스 결과 등 복지·돌봄 영역의 정보도 함께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기나 플랫폼을 교체할 때 기존 데이터와 서비스 기록을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연동 시험은 데이터 송수신에 그치지 않고 위험 신호가 생성되어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조치 결과가 다시 기록되는 전체 흐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표준화된 데이터 자원과 응용 프로그램 연결 방식을 제공하는 국제 의료 정보 규격은 이러한 연동 구조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HL7, 2023).
2)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표준화는 동일한 현상에 공통된 정의, 단위, 코드, 기록 시점을 적용하여 여러 기관과 기기의 자료를 비교하고 결합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스마트 돌봄에서는 센서의 원자료, 알고리즘이 계산한 지표, AI의 추정 결과, 전문가의 판단을 서로 구분하여 기록해야 한다. 일상생활 수행, 돌봄 목표, 위험 수준, 대응 결과, 서비스 상태에는 최소한의 공통 항목과 명확한 값의 범위가 필요하다. 측정 기기, 생성 시각, 데이터 출처, 결측 이유를 함께 남겨야 자료의 품질과 결과가 달라진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공통된 정보 모형을 공개 표준과 연결하면 여러 기관이 재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돌봄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HL7, 2023). 표준화는 모든 기관에 동일한 기록 양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데이터의 공통성을 확보하면서 대상과 지역의 특성에 맞는 항목을 추가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공통 항목과 기관이 선택하여 사용하는 확장 항목을 구분하고 각 항목의 변경 이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이 생성한 점수에는 사용한 모형의 버전, 계산 시점, 적용 대상을 표시하여 서로 다른 결과가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사전과 품질 기준을 변경할 때는 보건의료 기관, 사회복지기관, 지방정부, 현장 이용자의 의견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공공 부문은 표준의 관리와 개정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여 기관별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OECD, 2019b, 2022).
3) 디지털 접근성
디지털 접근성은 감각, 신체, 인지, 언어, 문해 수준의 차이에도 누구나 스마트 돌봄 서비스를 이해하고 조작하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다. 화면은 충분한 글자 크기, 명확한 대비, 단순한 탐색 구조를 갖추고 음성, 자막, 촉각 등 여러 상호 작용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 경보와 안내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제시하고 화면 읽기 프로그램, 보조 입력 장치 등 접근성 도구와 호환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화 상담, 방문 지원, 대면 창구 등 다른 이용 경로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원격 보건 서비스의 접근성 지침도 정부, 제공 기관, 제조사가 장애인의 이용 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확보하도록 강조한다(WHO & ITU, 2022). 접근성은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기기 비용, 통신 환경, 디지털 활용 능력, 현장 지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개발과 시험 운영에는 고령자, 장애인, 이주민, 문해력이 낮은 사람 등을 포함하여 실제 과업을 완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의 대리 사용을 기본 조건으로 삼으면 가족 지원이 없는 사람이 배제되고 이용자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 공공 조달에서는 접근성 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쉬운 교육 자료, 고장 시 대체 수단, 지속적인 사용 지원도 확인해야 한다. 접근 가능한 원격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정책, 설계, 조달, 교육, 평가를 서로 연결해야 한다(WHO & ITU, 2024).
4) 개인정보와 주거 사생활
주거는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인간관계, 가족의 방문 등이 드러나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스마트 돌봄의 정보 수집은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움직임, 소리, 영상, 전력 사용 자료를 결합하면 직접 기록하지 않은 수면, 외출, 사회적 관계까지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목적에 필요한 자료와 공간을 먼저 정하고 영상보다 사생활 침해가 적은 센서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일부 분석을 가정 내 기기에서 처리하고 중앙 플랫폼으로 전송하는 자료를 줄이면 외부로 노출되는 정보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재택 모니터링은 안전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감시받는 느낌, 주거 공간의 의미 변화, 자율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Mortenson et al., 2016). 스마트 홈에는 사용자별 접근 권한, 안전한 데이터 전송과 저장, 접속 기록, 보안 사고 대응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외부 분석 업체나 플랫폼 사업자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처리 범위, 재이용 여부, 서비스 종료 후의 처리 방법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한 주거 공간에 함께 사는 가족, 방문자, 돌봄 종사자의 활동도 센서에 기록될 수 있으므로 이들의 정보가 불필요하게 수집되지 않도록 감지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 이용자는 어떤 센서가 작동하고 자료가 어디로 전송되 는지를 쉽게 확인하고 필요할 때 일부 기능을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설계 초기부터 적용하고 이용자가 현재의 수집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면 스마트 돌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Sun et al., 2024).
5) 공공성 및 지역 간 격차
스마트 돌봄의 이용 가능성은 소득, 거주 지역, 기관의 구매력, 사업자의 수익성에 따라 지나치게 달라질 수 있다. 농어촌과 도서 지역에서는 통신망의 품질뿐만 아니라 설치 인력, 수리 거점, 응급 대응 기관의 부족이 서비스 지속성을 제약할 수 있다. 공공 부문은 안정적인 통신 환경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지역 간 서비스 연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실증 사업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유지 관리 비용, 기기 교체 주기, 장기 운영 주체를 사업 초기부터 정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연결성은 개선되고 있으나 통신 비용과 품질, 도시·농촌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ITU, 2025b). 지역 간 격차는 기기 보급률만 비교하기보다 실제 설치, 지속적인 이용, 고장 대응, 현장 서비스 연결 여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같은 기기를 보급하더라도 가까운 방문 서비스와 기술 지원 인력이 없는 지역에서는 알림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에는 기기를 설치·관리하고 이용자의 사용을 지원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과 지원 거점이 필요하다. 이용자의 소득이나 지역 때문에 통신비, 수리비, 교체비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고령층 내부에서도 소득, 교육, 인종·민족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건강 불평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는 보편적인 기반과 대상별 지원을 함께 마련해야 함을 보여 준다(Yang et al., 2024).
6) 이용자 참여형 기술개발
이용자 참여형 기술 개발은 이용자를 완성된 제품의 시험자로만 대하지 않고 문제 정의, 요구 분석, 설계, 실증, 운영, 평가에 참여하는 공동 설계자로 인정하는 접근이다. 참여 대상에는 돌봄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자,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사, 지역사회 지원 인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 인지 기능 저하, 언어 차이로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적절한 의사소통 지원과 충분한 숙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 생활 공간에서 시제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보면 실험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사용상의 장벽, 위험, 새로운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는 기술의 공동 설계 연구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험을 개발 과정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 (Sumner et al., 2021). 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제시된 의견 가운데 무엇이 설계에 반영되었고,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참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용자와 실무자의 의견이 서로 다를 때는 기술적 효율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안전, 자율성, 업무 부담, 서비스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출시 이후에도 이용자와 종사자가 불편, 오류, 위험을 제기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중대한 피해나 특정 집단에 반복되는 오류가 확인된 경우에는 해당 기능의 사용을 제한하고 원인을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홈 돌봄 기술의 개발과 도입에서 윤리적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이용자 참여를 책임 있는 기술 개발의 핵심 절차로 운영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Felber et al.,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