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돌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1. 초고령사회, 무엇이 달라졌나
2) 돌봄 수요 증가의 현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돌봄 수요의 빠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1년과 비교해 2035년에는 고령층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약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이용자가 늘어 난다”는 의미를 넘어, 지금의 돌봄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가 다 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앞으로의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와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바꿔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김정현·이철희·이지혜, 2025).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인정자 수는 매년 5~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보건복지부, 2023). 이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요양보호사, 간호 인력, 시설 운영 등 돌봄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치매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돕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수요 증가에 비해 돌봄을 담당할 인력과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돌봄 체계는 이미 많은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서비스 제공 여건도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거나,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현장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용자 수를 제한하거나, 서비스 시간이 줄어드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돌봄 수요의 증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문제만은 아니다. 돌봄의 방식 자체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가족이 중심이 되어 필요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장시간, 또는 하루 종일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노인의 경우, 돌봄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가 돌봄과 시설 돌봄 모두에서 서비스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돌봄 노동의 내용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돌봄의 의미 자체도 확장되고 있다. 예전에는 식사, 이동, 위생 관리 등 신체적인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데, 이러한 부분까지 함께 돌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돌봄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활 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돌봄 서비스는 기술뿐 아니라 이해와 공감, 소통 능력까지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돌봄 수요는 양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돌봄 체계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는 빠르게 바뀌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현장은 늘어나는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서는 필요한 돌봄을 제때 받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초고령사회에서의 돌봄 문제는 단순히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제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확충뿐 아니라 교육, 제도 설계, 서비스 운영 방식, 그리고 사회적 인식까지 함께 고민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돌봄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