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04. 왜 사람이 있어도 일하지 않는가

제1장 돌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2.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는 이유

2) 왜 사람이 있어도 일하지 않는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충분한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자격을 가지고도 돌봄 현장으로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왔 다가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 돌봄 노동이 어떤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가장 큰 이유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불균형이다. 돌봄 노동은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책임도 큰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재가서비스 중심의 구조에서는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하루에 몇 시간씩 나누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들이는 노력에 비해 받는 보상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있지만, 일하고 싶은 환경은 아니다”라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로 감정노동에 대한 부담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돌봄 서비스는 단순히 몸을 돕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에, 대상자와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정서적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을 돌보는 경우 반복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노동에 대한 지원이나 상담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일정 기간 일을 하다가 지치거나 소진되어 그만두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노동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경력 발전의 한계 역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인 직업의 경우 경력이 쌓이면 임금이 오르거나 더 책임 있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성장의 기회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근무를 하더라도 임금 상승이나 직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인 직업으로서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특히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직업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현재 구조에서는 긍정적인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기 어렵고, 기존 인력은 점점 고령화되는 문제가 이어진다.

넷째로 제도적 지원의 한계도 중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정부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장기요양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7년에는 약 7만 5천 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필요 인력의 약 10%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2022). 이러한 수치는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앞으로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섯째로 노동시장 전체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모든 산업에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직종으로 인력이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돌봄 분야는 상대적으로 선택받기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된다. 특히 체력적으로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부담이 큰 직종이라는 점은 이러한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사람이 있어도 일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구조, 높은 노동 강도, 제한된 경력 발전 가능성, 그리고 부족한 제도적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돌봄 노동은 ‘사회적으로꼭 필요하지만 선택하기 어려운 일자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돌봄 서비스의 질은 점점 낮아지고, 필요한 사람이 제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격 취득자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일하고 싶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 논의도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인력 역시 같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돌볼 것인가”를 넘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돌봄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돌봄 인력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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