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 한국형 돌봄 모델의 방향
2) 한국형 혼합모형의 방향: 균형과 통합의 설계
한국형 돌봄 모델은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시장·가족이라는 세 축이 어떤 역할을 나누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의 돌봄 체계는 한 주체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로는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세 주체가 균형 있게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균형 속에서 전문성 확보, 인력 수급, 노동권 보호, 사회통합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것이 한국형 모델의 핵심 과제가 된다.
먼저 국가의 역할은 제도의 중심을 잡는 데 있다.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격 기준, 교육 체계, 근로조건 등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공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 투입되도록 하는 과정은 국가가 관리해야 할 영역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과 취업을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입국–교육–자격–취업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5).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의미가 있다.
둘째로 시장의 역할은 인력 공급의 유연성을 보완하는 데 있다. 돌봄 수요는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연결해 줄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민간 교육기관이나 고용기관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지역별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중개업체 중심의 구조 속에서 비용 증가나 노동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의 관리와 감독 아래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즉, 시장은 자유롭게 작동하되, 그 범위와 기준은 공적 시스템 안에서 통제되어야 한다 (장주영, 2025).
셋째로 가족의 역할도 현실에 맞게 다시 정리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돌봄을 직접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와 같은 초 고령사회에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도입은 가족의 역할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나누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 서비스와 외국인 인력, 가족이 함께 돌봄을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면,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돌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가족 중심 돌봄의 한계를 보완 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양혜정·박시현, 2025).
또한 한국형 혼합모형은 단순히 구조만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도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언어 교육과 직무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문화 교육과 지원 프로 그램도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초기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지원되는 형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근로조건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등은 개인 간 계약에 맡겨두기보다는 공적 시스템 안에서 관리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 고용이나 과도한 노동과 같은 문제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동시에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 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인력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조경진, 2024).
사회적 인식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차별이나 편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질 때 외국인 인력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고, 돌봄 서비스의 질 역시 함께 높아질 수 있다(최새은·장주영, 2025).
결과적으로 한국형 돌봄 모델은 특정 국가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국가가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하며, 가족이 부담을 나누는 구조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돌봄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균형형·통합형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한국 사회에 맞는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