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3.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한 조건
3) 위기 대응 및 분쟁 해결 체계: 현장 안정성과 제도 신뢰성을 위한 필수 장치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나 문화적 차이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발생하는 갈등과 위기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돌봄 서비스는 이용자, 가족, 근로자,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 발생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질 저하뿐 아니라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위기 대응과 분쟁 해결 체계는 단순한 보완적 장치가 아니라,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먼저 돌봄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는 언어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업무 범위에 대한 인식 차이, 근로조건과 관련된 분쟁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와 이용자 가족 간에 돌봄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이 서로 다를 경우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휴식, 업무 강도에 대한 기준 차이 역시 중요한 분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으로 환원되기보다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 상황은 갈등을 넘어 이용자의 생명과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낙상,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경우 언어 장벽이나 현장 경험 부족으로 인해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위기 대응 체계는 단순한 갈등 조정 기능을 넘어, 돌봄 서비스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조경진, 2024).
이와 같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하고 표준화된 대응 절차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이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단계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사전에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관 내 전담 책임자를 지정하고, 공공기관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하며,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락망을 운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대응의 신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공공기관 중심의 분쟁 조정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중립적인 제3자가 개입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상담센터, 분쟁 조정 위원회, 법률 지원 체계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언어 지원과 통역 서비스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제도의 형식적 존재를 넘어 실질적 보호로 이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장주영, 2025).
셋째, 예방 중심의 교육과 훈련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갈등과 위기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는 응급 대응 능력 향상 교육, 의사소통 훈련, 문화 이해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이용자와 가족에게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이해와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호 교육은 갈등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낮추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최새은·장주영, 2025).
또한 신고 및 상담 체계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문제 발생 시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국어 상담 창구, 익명 신고 시스템, 모바일 기반 신고 플랫폼 등을 구축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노동권 보호뿐 아니라 비공식 고용, 부당한 처우, 인권 침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 체계 구축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관이 협력하여 상담, 중재, 긴급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관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별 특성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국 위기 대응 및 분쟁 해결 체계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제도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갈등과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체계적이고 접근 가능한 대응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이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제도의 정착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한국형 외국인 돌봄인력 정책에서는 예방–대응–조정–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질 때, 외국인 돌봄인력 제도는 단기적인 인력 수급 대안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