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다
1. 돌봄노동은 왜 사회적 필수노동인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돌봄노동의 성격이다. 돌봄노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의 방향도 달라진다. 돌봄노동을 단순 보조 업무나 저숙련 서비스로 본다면, 외국인 인력은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대체 인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돌봄노동을 인간의 생존과 존엄, 사회적 관계와 공 동체의 지속을 떠받치는 필수노동으로 본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제도적 보호와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돌봄 주체로 이해되어야 한다(Tronto, 1993).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인력 충원 이전에 돌봄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돌봄은 식사, 이동, 목욕, 배설 지원과 같은 신체적 지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단순한 생활 보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돌봄은 이용자의 불안과 외로움을 살피고,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며, 삶의 마지막 단 계까지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적 행위이다. 특히 노인 돌봄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용자의 건강 상태, 감정 변화, 생활습관, 안전 위험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정하는 노동이다. 이러한 점에서 돌봄노동은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숙련, 책임, 판단, 의사소통, 관계 형성 능력을 요구하는 전문적 노동이다.
돌봄노동의 가치는 인간의 일상과 삶 자체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사회는 흔히 눈에 보이는 생산성과 경제적 성과를 중심으로 노동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러나 돌봄노동은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누군가가 안전하게 식사하고, 넘어지지 않고 이동하며, 익숙한 공간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 배후에는 돌봄노동이 존재한다. 이처럼 돌봄노동은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생명, 관계, 생활, 노동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사회적 재생산 논의가 돌봄을 사회 유지의 핵심 기반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Bhattacharya, 2017).
그러나 돌봄노동은 그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충분한 사회적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 돌봄은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 특히 여성의 역할로 간주되어 왔다. 그 결과 돌봄은 전문적 노동이라기보다 애 정과 희생의 표현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급 노동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돌봄노동은 낮은 임금과 낮은 사회적 지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Folbre, 2001; England et al., 2002). 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노동의 저평가는 인력 부족, 높은 이직률, 서비스 질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국인 돌봄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인력 도입이 정책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 없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할 경우 기존의 저평가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낮은 처우의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력으로 채우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인력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돌봄노동 전체의 가치와 노동조건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누가 부족한 인력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라 “돌봄노동을 어떤 가치의 노동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논의되어야한다.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인간은 노년기, 질병, 장애, 기능 저하와 같은 삶의 과정 속에서 타인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돌봄은 이러한 인간의 취약성과 의존에 대응하는 사회적 실천이다(Kittay, 1999; Held, 2006). 예를 들어 목욕이나 배설 지원은 단순한 신체 보조가 아니다. 그것은 이용자의 수치심과 불안을 최소화하고 자존감을 보호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돌봄의 질은 기능 수행의 정확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돌봄은 이용자의 존엄 감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적 노동이다.
돌봄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용자와 가족은 돌봄노동자의 책 임감, 태도, 전문성,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정적인 관계와 반복적인 만남 속에서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반대로 잦은 인력 교체와 불안정한 고용은 이용자와 가족의 불안을 높이고 서비스의 연속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점에서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단지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돌봄노동은 가족과 지역사회,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안정적인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면 가족은 생계노동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돌봄 부담으로 인한 소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중장년 여성에게 돌봄 부담이 집중될 경우 경력단절과 노후빈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서비스는 가족 전체의 삶과 노동을 지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와 같은 서비스는 노인이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반이다. 돌봄노동자는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인 동시에 지역사회 안에서 삶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의 일부이다.
따라서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돌봄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 교육, 안전, 경력 개발, 사회적 존중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돌봄은 개인의 선의나 희생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이용자에게도 안정적인 돌봄이 제공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언어, 체류 자격, 정보 접근성, 사회적 관계망의 부족으로 인해 노동권 침해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돌봄노동의 저평가구조와 이주노동자의 취약성이 결합될 경우,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놓일 위험이 커진다(Parreñas, 2001).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단순한 대체 인력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돌봄노동 자체를 단순히 대체 가능한 노동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돌봄노동이 낮은 가치의 노동으로 남아 있는 한, 그 자리에 누가 들어오 더라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돌봄노동을 인간의 존엄, 사회적 재생산, 가족과 지역사회 유지,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노동으로 인정한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부족한 자리를 임시로 메우는 사람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노동자이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비용 절감이나 단기 충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돌봄의 질, 노동의 존엄, 이용자의 신뢰, 서비스의 공공성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